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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예나 Mar 27. 2020

아동청소년,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

N번방, 아동 청소년에게 행해지는 디지털 성폭력.

2017년 7월 5일 KWDI 젠더폭력 방지 국제 콘퍼런스에 기고했던 토론문.  오타 비문 전체 수정.



1. 서론 

1997년 빨간 마후라 사건 이후,  2006년 버디버디 몸캠 등의 아동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이 가시화되며 정부는『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수차례 재개정하였다. 최근 2015 개정된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 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의 소지만으로도 처벌되도로록 개정되었으며. 아동을 흉내낸 성적 영상물 또한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로 정의하여 처벌 범위를 넓혔다. 그 이후 국내 서버를 이용한 웹하드 P2P 사이트의 경우 ‘아동ㆍ청소년 음란물 유포’라고 칭해지는 아동 대상 유포 성폭력이 발견되는 극히 드물어졌다.  하지만 국내법의 규제의 밖에 있는 해외 사이트의 경우 아직 아동 청소년 영상의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영상물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아동 청소년 영상물'이라 한다면 가해자가 참여하여 직접 강간 영상 추행 영상 등을 찍는 것 을 생각하기 쉬운데. 온라인 공간 속에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하여 ‘성적인’ 몸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것을 ‘직접 올리도록’ 제안하는 자들이 존재하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아동, 청소년에게 금전을 제시하거나 그러한 ‘성적’ 행위가 ‘칭찬받을 만한’ 행위라 학습시키는 자들이 있다. 이는  아동, 청소년 스스로 ‘성적표현물’을 제작하여 업로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아동의 문제가 아닌 이를 유도한 그루밍의 가해자로부터 촉발된 문제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 혹은 대중 매체에서는 이를 ‘아이’의 문제로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아동, 청소년’에게 책임을 무는 행위는 되러 가해자의 죄책감을 덜고 아동의 피해를 확산시킴에 일조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해외 사이트들은 '아동, 청소년, 성인'을 가리지 않고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따라 정체성과 가치관이 확립되는 시기의 아동과 청소년이 디지털 성폭력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는 아동 청소년의 성적 가치관 형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우려된다. 이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기의 가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다.


우리는 새로이 생산되는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를 막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워진 아동 대상 디지털 성폭력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맞춘 법안을 새로 개정해야 한다.


2. 디지털 그루밍(digital grooming)


‘그루밍’이란 가해자가 아동ㆍ청소년과 친해지기 위하여 접근하는 모든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길들이기’ 과정에서 가해자는 아동의 욕구를 충족시켜 아동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동은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상황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은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나는데. 게임 내 채팅, 핸드폰 랜덤채팅 어플 등 접근 가능한 매체의 종류는 수없이 다양하다. DSO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그루밍 행위를 참여 성폭력의 일종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 그루밍’이라고 칭한다.


 2015년 10월, 랜덤채팅을 이용한 그루밍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5명의 실험자를 통해 각 13살~19살의 미성년자 여아의 프로필을 꾸며 ‘앙톡’, ‘즐톡’ 등의 채팅 어플에 동시에 투입하였다. 두 차례의 실험 결과, 1시간 동안 성인 남성으로부터 최소 10개 이상의 메시지를 받았으며 그중 성적 요구가 포함된 메시지는 3개 이상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모든 실험자의 지역이 달랐고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지역별 가까운 사람에게 프로필이 드러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실험 결과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힌다.)


 또한 피해자의 연령별로 접근하는 방식이 변화했는데. 실험자의 가상 나이가 어릴수록 ‘금전’을 통한 유혹보다는 친분을 쌓거나 ‘흥미로운 것을 알려준다’는 등의 '호기심' 유도를 통해 접근했다. 이들은 대화가 길어지면 ‘만나자’는 요구를 하거나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내며 실험자에게 ‘너도 사진을 보내야 한다’는 방식으로 '아동'을 연기하고 있는 실험자의 사진을 요구했다.  *이외 단순하게 친근한 접근은 표기하지 않는다.


 트위터 혹은 텀블러 등의 해외 기반 SNS에서는 집단적인 그루밍 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아동, 청소년의 성적인 사진이 올라오면 리트윗(게시글을 재업로드하는 행위), ‘좋아요’, ‘라이크’ 등의 표시를 누르거나 댓글을 통해 해당 사진을 ‘찬양’하거나 더 강한 수위의 성적 게시물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아동, 청소년은 더 큰 관심과 칭찬을 받기 위하여 보다 높은 수위의 글을 게시하거나 일종의 이벤트를 통해 성인 남성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가치관과 정체성이 확립되는 아동 ㆍ청소년기의 인정 욕구를 이용한 가해자들의 행위는 집요하고 치밀하며 집단적이다. 이러한 디지털 그루밍 행위에 대하여 2010년 일명 ‘그루밍 법’이라 불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어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의 성(性)을 사기 위해 인터넷, 채팅 등에서 이들을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사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매매’ 유인에만 한정되며 이외의 성적인 접근은 포함하지 않아 ‘금품을 요구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하기 모호한 부분에서는 한계를 가진다.


3.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로 비추어지는 아동 청소년들


또한 본인의 영상을 게시한 아동 및 청소년들이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아닌 오히려 ‘아동ㆍ청소년 보호법’을 위반한 단속 대상으로 전락하여 보호가 아닌 '범죄자로서의'검거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2014년도 기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이 최근 1년 동안 아동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사람을 적발했는데요. 놀랍게도 초등학생이 1/3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적발된 초등학생들은 SNS상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본인의 음란사진까지 찍어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략) 특히 이번에 적발된 초등학생 33명은 모두 자신의 신체 사진을 촬영해 유포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현호 YTN 기자 [아동음란물 유포 30%가 초등학생] )  

 이에 따르면 1년간 아동음란물을 유포하여 검거된 이들 가운데 30%가 초등학생이며 초등학생을 제외한 미성년자의 비율은 80%가량이 된다. 대게 사진을 찍어 올린 당사자가 검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영상과 사진들은 사진을 요구했던 그루밍 가해 집단들에게 수집되어 판매용으로 계속해서 재 유포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을 이용하는 가해자들은 아동, 청소년이 스스로 촬영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거나, ‘아동 청소년’이 ‘음란’하다는 댓글을 남긴다.


 ‘그루밍’ 가해자의 존재가 숨겨지는 이러한 사회적 시선과 더불어 빠르게 유포되고 있는 영상들은 실제 ‘아동, 청소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만들어내며 나아가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학대행위로 이어지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4. 플랫폼을 통한 잘못된 성인지 확산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발전에 따라 아동, 청소년은 빠른 시기에 디지털 성폭력을 을 접하게 된다. (허남설 경향신문 기자[SNS 퍼져있는 아동음란물... 초등학교 2학년도 봤다])이들이 쉽게 접하게 되는 성적 콘텐츠는 성인 인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실제 강간, 아동, 유포’ (여성에 대한 폭력) 영상이 올라오는 해외 사이트과 SNS 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동, 청소년은 왜곡된 성관념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으며 이를 행위를 모방하는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으리라 예상된다.


 해외 사이트는 크게 ‘직접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와 불가능한 사이트로 나뉘고 있으며 직접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는 ‘레벨’ 제도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게시물의 추천, 댓글 수에 따라 레벨이 오르며 레벨이 올랐을 때 보다 다양한 ‘특권’이 주어지는 형태이다. 이는 게임 시스템과 흡사하며 이용자의 인정 욕구 충족에 만족을 주는 구조이다. 


DSO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한 사이트 가운데 하나에서는 아동, 청소년의 도촬(도둑촬영) 사진이 활발하게 게시되고 있는데 촬영자의 장소나 위치 등을 보았을 때 이는 대개 아동, 청소년이 학우를 찍은 도촬 사진으로 예상되는 것이 다수였다.


또한 트위터, 텀블러 등을 통한 ‘지인 얼싸, 능욕’의 경우 피해자가 ‘아동, 청소년’인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가해자가 ‘지인’ 임을 감안했을 때 이도 동년배의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있어 검거되는 대개 아동 청소년 중 불법 촬영의 가해자도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5. 영국의 그루밍 법안


영국의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는 아동에게 성적인 의도로 접근했을 때 처벌이 가능한 ‘그루밍’ 법안이 존재하며 이는 지역마다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중 스코틀랜드가 가장 강력한 그루밍 법안을 가지고 있다.

잉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에서는 2003년 재정된 성범죄법을 통해 그루밍 행위가 제재되고 있다하지만 이때 공식적인 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성인이 의도적으로 아동을 만났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 가해자들이 실제로 아동을 만나려고 의도하지 않는 경우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웹캠을 통해 아동에게 성적 행위를 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그와 같다.

(잉글랜드) 1988년 악의적 커뮤니케이션법에 따르면, 괴로움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기 위한 의도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범죄가 된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그루밍하는 이들이 이와 반대되는 행동을 한 경우 결국 고통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일은 힘들다. 가해자들은 아동의 온라인 프로필을 참고하여 그들의 흥미를 찾아내고 이를 통해 관계를 쌓기 위해 목표한 아동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북아일랜드)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 127항 127항에 따르면 극도로 모욕적이거나 노골적인, 음란한, 위협적인 요소를 포함한 온라인 메시지(electronic message)를 보내는 것은 범죄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그루밍을 자행하는 이들을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아동과 신뢰를 쌓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웨일스, 잉글랜드2014년 12월에 개최된 ‘#WePROTECT 아동 온라인 서밋’에서 정부는 온라인 아동 성폭력을 멈추기 위한 일련의 방침을 발표했다. 해당 방침에는 성인이 16세 미만 아동에게 성적인 메시지를 전송하면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입법이 포함되어 있다.

(스코틀랜드) 2009년 스코틀랜드 성범죄법에 따라 성인이 고의적으로 아동과 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 경우 범죄가 된다. 한편 스코틀랜드에서는 관련 사건을 기소할 수 있지만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서는 불가능하다.          




참고 자료     

DSO 아동청소년 대상 모니터링 자료(2015~2016)

나현호 YTN 기자 [아동음란물 유포 30%가 초등학생]

http://www.ytn.co.kr/_ln/0103_201410302109496244

이지혜 DSO [디지털 성범죄 법안 자료집_영국]

이현혜 한국 양성평등 진흥원 교수[아동 성폭력 예방그루밍을 깨야합니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01380 

허남설 경향신문 기자[SNS 퍼져있는 아동음란물... 초등학교 2학년도 봤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0301201091&code=9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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