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쓰야마 여행 ③
우리나라의 길고양이들은 유독 사람을 만나면 경계하고 몸을 피한다. 하지만 애묘인들의 입장에서도 사람을 멀리하는 고양이들의 반응을 섭섭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사람 손을 타고 경계심이 없는 고양이들은 가뜩이나 힘든 길 생활에서 나쁜 일을 당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도 고양이는 불길하다거나 시끄럽고 불편을 끼친다는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눈에 거슬린다고, 시끄러운 소리로 운다고, 쓰레기봉투를 뜯는다고 길고양이에게 해코지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온전히 인간이라는 ‘종’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이 살아가던 길 위에 건물을 짓고 도로를 깔아 그들의 영역을 어지럽힌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피해가 된다고 해서 공격하고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공생의 방법까지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지 않을까?
종종 고양이와 친화적인 외국 도시에 가면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여유 있게 자신들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도 만날 수 있다. 사람 외의 다른 생명들 역시 나름대로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실은 자연스러운 세상의 모습습처럼 보인다. 특히 일본에 있는 일명 ‘고양이 섬’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 고양이의 천국이라는 ‘아오시마’, 그곳은 사람보다 고양이가 훨씬 더 많이 살고 있는 섬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20여 명인데 고양이는 100마리가 넘는다.
이번 마쓰야마 여행의 주된 목적도 바로 아오시마 섬에 가보는 것이었다. 마쓰야마 직항 노선이 생기면서 아오시마에 가는 길도 비교적 간단해졌다. JR 마쓰야마시역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이요나가하마역에 도착한다(편도 760엔). 이요나가하마역에 내리면 도보 2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아오시마에 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그곳에서 아오시마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딱 두 차례 있다. 오전 8시 정각과 오후 2시 30분. 그리고 아오시마에서 다시 나오는 배는 오전 8시 45분과 오후 4시 15분에 있다(편도 680엔).
배를 타고 편도 30여 분이 소요되므로 오전 8시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고작 15분만 구경하고 45분 배를 타고 나오거나, 아니면 오후 4시 15분까지 머물러야 하는 셈이다. 나는 3박 4일의 짧은 마쓰야마 여행 중 이튿날인 금요일에 아오시마를 가기로 마음먹었다. 고양이는 많지만 편의점도, 식당도, 카페도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 2시 30분 배를 타고 들어가 4시 15분에 나오기로 했다.
전날 머물렀던 료칸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로 짐을 옮겨놓은 뒤 마쓰야마역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 2분 기차를 타고 출발하니 2시에 이요나가하마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배 시간까지 30여 분이 남아 있는데 선착장 앞에 서너 명의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서성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어리둥절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자 방금 담당자와 통화를 끝낸 듯한 사람이 나를 향해 친절히 설명해줬다.
“오늘은 배가 안 뜬대요.”
“네? 왜, 왜요?”
“바람이 너무 세서요.”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뜨지 않는 일이 잦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날은 그저 평범하고도 화창한 봄날.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닌데 설마 배가 안 뜰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미리 전화를 해보고 왔어야 했는데. 현재 시간 2시, 할 수 없이 역으로 돌아와 멍하니 5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다시 기차를 타고 마쓰야마시로 돌아왔다.
주말인 다음 날, 이번에는 안전하게 전화를 걸어 보고 출발하기로 했다. 날씨를 검색해보니 전날과 달리 풍량이 안정적이고, 다행히 배도 뜬다고 한다! 그런데 2시 30분 배를 타려면 12시 30분에서 1시 30분 사이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안내해주시는 분이 강조 또 강조를 했다. 선착순으로 22명밖에 탈 수 없으니 빨리 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두 시간이나 미리 가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여기가 ‘핫’한 곳이었나……? 전날과 같이 2시에 도착하는 기차를 타면 시간은 대충 들어맞게 되지만, 불안한 마음에 한 타임 빠른 기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11:42 마쓰야마역 출발 – 12:44 이요나가하마 도착
12:46 아오시마로 가는 선착장 도착
12:46-14:30 약 2시간 동안 줄 서서 기다리기…… 결국 이런 스케줄이 되었다.
아깝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1시쯤 되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10명이 넘어갔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반쯤은 일본인, 반쯤은 외국인이었는데 다들 줄을 선 채로 편의점에서 사온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2시가 넘어 도착한 사람들은 결국 줄이 길어서 배를 타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배가 태울 수 있는 정원에 비해 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 더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관계자 분이 강조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주말에는 사람이 더 많은 편인 것 같다.
마침내 바다를 가로지르며 배가 달리기 시작하고, 마침내 아오시마 섬이 가까워지자 배에 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보니 벌써 고양이들이 하나둘 어슬렁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오면 간식 같은 것을 준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배가 도착하면 고양이들이 우르르 선착장으로 몰려나온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나타나서, 잠시 동안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대만에도 유명한 고양이 마을로 알려진 허우통이 있다. 그곳은 오래되어 사람이 찾지 않게 된 탄광촌이었다가 고양이를 테마로 내세워 관광지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간단한 먹거리를 팔기도 하고, 기념품숍도 있다. 하지만 아오시마는 그저 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섬마을이다. 마을은 1시간 이내에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만큼 작고, 주민들의 거주지만 있을 뿐 그 흔한 편의점 하나도 없다. 여행객으로 인한 수익 활동도 하지 않는다. 여행객들 역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파란색으로 그어 놓은 선 안쪽으로만 다녀야 한다고 한다.
배가 도착하자 선착장에 모여들었던 고양이들이 잠시 후 익숙하게 흩어졌다. 파란 테두리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가자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작은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몇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어린아이가 들고 다니는 낚싯대 장난감을 따라 뛰어가고, 맛있는 간식을 기대하며 관광객들 옆에 모여들고, 혹은 한껏 나른하게 햇빛을 받으면서 잠들어 있다. 나는 그 가운데서 살금살금 걸으며 여러 고양이들과 눈을 마주쳤다.
고양이들이 마음껏 살아가고 있는 땅, 누군가 일부러 해코지하러 들어오지 않는 한 주민들과 고양이들이 더불어 살아갈 뿐인 땅이라는 점에서 고양이의 천국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도 했다. 하지만 동물병원도 없는 작은 시골 섬이다 보니 어딘가 몸이 안 좋아 보이는 고양이도 있고, 중성화가 된 고양이도 보이고 그렇지 않은 듯한 고양이들도 보인다. 사람에 비해 고양이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사실상 누군가의 디테일한 케어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마음만은 편해 보였다. 어쩌면 그 모습마저 길고양이들 그 자체의 삶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선착장에 붙어 있는 유일한 휴게소에는 고양이를 위한 사료가 가득 쌓여 있었다. 아오시마 사람들이 처음에는 쥐잡이를 목적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온 것인데, 점차 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고양이만 남아 그 수가 늘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이 고양이들과의 공생을 받아들여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주민들과 고양이들의 삶은 일부 겹쳐 있지만, 또 일부는 서로를 신경 쓰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해나갈 뿐이다. 사람들은 밥을 챙겨주고, 고양이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섬의 모습은 누군가 고통스러울 필요 없이 그저 자연스럽다.
한 시간가량 짧게 머무르다 다시 배를 타고 아오시마를 떠나며, 이 섬의 고양이들이 언제까지고 안녕하길 기원했다. 더불어 사람들과 고양이가 이웃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불편을 줄이며 공생할 수 있다는 사실, ‘백해무익’하다며 고양이들을 멸종시킬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오기를 다시 한 번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