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생각날 거야
2017년 새해를 맞이하는 내 감흥은 그랬다. 미지의 30대로 접어드는구나,도 아니고 벌써 한 해가 가다니 아쉽네,도 아니었다. 일 년 전 오늘을 생각하면 이 일상이 참 감사하다, 새삼스레 그런 마음이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2016년 1월 1일, 딱 한 해 전의 새해 첫날 밤 제이를 이동장에 넣고 동물병원 문이 닫을까봐 초조하게 발걸음을 서둘렀던 추운 밤. 횡단보도 앞에 서서 기다리는 잠깐 동안 애타는 마음으로 내뱉던 하얀 입김까지.
1월 1일을 시작으로 약 7개월 동안 이어졌던 제이의 항암 치료는 마무리가 됐고 우리는 제이를 지켜보고 있다. 병원에서 3개월쯤 후에 MRI를 찍어보자고 했는데, 중간중간 검사를 해보긴 해야겠지만 아직은 별 조짐이 없어 이 평화가 영원히 길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제이는 아프기 전보다 조금 예민해졌고, 옛날처럼 무릎 위에 올라와 안기지는 않는 고양이가 되었다. 신랑은 사람에게 사랑과 애교를 쏟아붓는 둘째 아리가 예뻐 죽겠다지만, 난 조금은 쌀쌀맞아진 제이가 아픈 손가락처럼 안쓰럽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견뎌준 것이 고맙다.
제이의 항암치료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가 끊겨버려서, 종종 블로그나 댓글로 제이의 근황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셨다. 제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고양이가 나에게 준 거대한 두려움과 벅찬 감사의 마음을 나는 매년 새해가 되면 떠올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