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곤 Apr 12. 2017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일까

'나만 없는'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 

나는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일까? 단순히 좋아한다고 해서 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지인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하면 일단 뜯어말린다. 좋은 점보다 단점부터 주르륵 늘어놓게 되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의 무게와 고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기꺼이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그야 그 무게를 짊어질 만한 기쁨이 또 있기 때문이다.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할 예정이라면 이에 대한 배우자의 의견도 중요할 것이다. 배우자 사이에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도가 달라 벌어지는 갈등과 논쟁은 의외로 매우 흔한 것 같다. 간단히 생각하면 고양이 한 마리의 문제지만 크게 보면 인생관의 문제다. 고양이를 키우기로 결심했다면 향후 10여 년에서 길게는 20여 년의 계획을 미리 검토해보아야 한다. 아기 계획은 있는지, 아기와 고양이를 같이 키울 수 있는지, 양쪽 부모님의 반대는 없을지, 반대가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지, 혹은 유학이나 이민의 계획은 없는지. 또한 사료, 모래 등 정기적으로 사야 하는 용품들을 비롯해 예방접종이나 중성화, 아팠을 때 병원비 등의 비용에 대해서 지출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하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집사 지망생들에게 지레 엄포를 놓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저 귀여운 고양이가 좋아서 한 마리 키워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을 누릴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처음에는 당연히 누구나 낯설다. 실수도 할 수 있다. 산책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려 하거나, 품에서 벗어나려는 고양이를 예뻐해 준다고 끝까지 안아주다가 발톱에 긁히는 일을 초보 집사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음직하다. 막상 키워보니 생각했던 것과 달라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고양이가 있으니까. 



다만 너무 큰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미리 충분히 공부해 두어야 한다. 이 동물이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것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를 끝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내가 이 동물의 본능과 성향을 견딜 수 있을지, 아니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지는 미리 반드시 체크해 보아야 한다. 별 생각 없이 동물을 입양했다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못 키우겠다며 돌려보내는 일은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 번은 지인이 유기묘를 구조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중성화까지 시켜 입양을 보냈는데 하루 만에 파양되었다. 얌전한 고양이인 줄 알고 입양하기로 한 건데 집에 오니 고양이가 너무 울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양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된다. 게다가 오늘 막 입양한 낯선 고양이가 하루 종일 울어대니 시끄럽고 답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왜 그렇게 울었을까? 


영역동물인 고양이로서는 낯선 곳에 도착했으니 당연히 불안했을 것이다. 입양 첫날에는 혼자서 조용히 숨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꾸만 옆에 두고 왜 우냐고 이유를 묻는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막 입양한 고양이에게 어떠한 배려가 필요한지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고양이와 함께 수많은 생활 습관을 맞추며 살아갈 수 있을까? 


더욱이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환경이 바뀌고 파양되는 고양이들은 스트레스로 더욱 예민해진다. 사람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면 경계심이 커져 손길을 피하게 되고, 이렇게 손을 타지 않는 고양이들은 또 다른 입양처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가볍게 결정하는 파양이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생애 처음으로 동물을 입양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동물의 특성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수 있는지, 스스로의 결심에 대해 반드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르고 개와도 다르다. 그런 것을 배워가는 것이 가족이 되는 첫 걸음이지 않을까. 


인터넷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귀여운 동영상을 보며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애묘인으로서 일단 말리고 싶다. 고양이를 키울 때의 어려움과 단점에 대해 한나절쯤 구구절절 늘어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이 첫 번째 고양이와 몇 번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갈지가 궁금해진다. 반려동물이 있는 삶은 틀림없이 우리의 삶을 조금쯤 바꿔놓으니까. 게다가, 고양이를 키워서 좋은 점은 어차피 키우다 보면 알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구 커플의 신혼일기가 부러운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