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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곤 Jul 07. 2016

홍콩 빅토리아공원 야경 속 고양이들

느리게 걸으면 보인다 

홍콩에 간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 홍콩은 스물 두 살 때로,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10년지기 친구와 함께 갔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나는 여행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꼼꼼한 친구가 모든 교통편에 관광코스, 유명한 먹거리까지 다 알아보고 난 거기에 숟가락만 달랑 올리는 민폐를 부리면서 미안한 줄도 몰랐다. 


어쨌든 첫 해외여행인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생전 처음 와 보는 낯선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떴고, 몹시 더웠는데도 불구하고 분 단위로 빼곡한 스케줄을 3박 4일 동안 기어이 소화해냈다. 다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아는 게 없어서 뭘 봐야 할지 몰랐던 나는 내심 시원한 카페에 들어가 에어컨을 쐬며 창밖 구경이나 하고 싶다는 게으른 욕구를 꾹 눌러 숨겼다. 그리고 첫 여행 이후 나이를 먹다 보니, 내가 원하는 여행 스타일은 외국의 슈퍼마켓에서 낯선 먹거리와 군것질과 맥주를 실컷 쇼핑해 호텔 방에서 배불러 죽겠을 때까지 먹다 잠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지 뭔가…. 


홍콩 리갈호텔


아무튼 두 번째로 홍콩에 간 건 출장 때문이었다. 홍콩에 왔으니 야경이라도 보려고 했지만, 출장으로 온 박람회 일정이 빽빽하다 보니 끝나고 나면 체력적으로도 피곤하고, 무엇보다 스물 두 살 여행 때 3박 4일을 얼마나 꾹꾹 눌러 야무지게 구경했는지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설렁설렁 걸어 근처 슈퍼마켓을 찾아내고, 맥두 두 캔에 컵라면과 과자를 사서 돌아오며 지도를 살펴보니 근처에 빅토리아공원이 있었다. 트램을 타고 야경을 보는 유명한 빅토리아 파크가 아니고, 그냥 넓은 공원이다. 산책 삼아 가보니 이건 공원보다는 양옆이 거의 밀림 아닌가? 밤이라 그런지 더 무성해보이는 수풀 사이로 웬 야생동물의 실루엣이 보일락말락했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공원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은 (대차게 빛나는 눈빛을 보고 호랑이쯤 되는 줄 알았건만) 물론 길고양이였다. 다음 날 박람회 현지 통역사에게 물어보니 빅토리아공원은 원래 길고양이가 굉장히 많다고. 늘 골목길이나 혹은 주차된 차 아래에서 보던 고양이들을 이 울창한 수풀 사이에서 보니 색달랐다. 이 아이들이 다 어찌 먹고사나 했더니 고양이만큼이나 밥 주는 캣맘도 많다고 한다. 


홍콩 빅토리아공원


한밤중의 공원이라 사진이 무척 어둡지만, 외국인이라 서먹했는지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눠 아쉬웠던 그때의 고양이들을 소개해본다.


초롱초롱 순진무구


포스 있는 고양이님


가려져서 잘 안 보이지만 느낌상 미묘


수줍냥


어쩐지 밀림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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