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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on de Madame Saw Jul 15. 2020

향유하는 자들과 그것을 지키는 자들

<문화비평 살롱> The keepers


2010년 미국에 갔을 때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찍은 사진이다. 누군가 나에게 미국 여행을 가서 무엇을 느꼈냐고 물어본다면 이 사진들을 보여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 미술품들은 미국의 것이 아니다. 대개 유럽에서 온 유럽인 예술가들의 작품이고 루브르나 대영박물관 등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메트로폴리탄이 미국을 대표하는 그 무언가로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가 이 뮤지엄에서 알게 된 것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귀족 예술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모두 백인이었던 반면 사람들로 부터 작품을 지키는 보안요원들은 모두 흑인이었다는 점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뉴욕 전반에서 같은 것을 느꼈다. 더 놀라운 점은 내가 미국에서 감명을 받았던 그 어떤 미국 다운 것은 모두 그들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그림 자체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 그저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다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의미 없는 동영상을 찍고 있을 때였다. 한 보안요원이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놓치기 싫어 카메라를 그를 향해 돌렸고 그는 내가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노래를 이어갔다. 메트로폴리탄 실내에서 버스킹을 감상하게 된 셈이다.

관람이 끝나고 계단을 내려왔을 땐 한 남성이 색소폰으로 재즈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동영상 촬영을 하자 내 쪽을 바라보며 한국 동요인 ‘산토끼’를 연주하더니 우리 가족이 환호하자 애국가를 연주하고 경례로 마무리하는 맞춤 팬 서비스까지 보여주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입장 전 줄을 서 있었을 땐 파워숄더에 각종 휘황찬란한 견장이 붙은 재킷을 입고 있던 나를 보고 한 보안요원이 마이클 잭슨 같다며 마이클 잭슨 춤을 추기 시작했다. 관람이 끝나고 내려왔을 때도 마찬가지로.

M.O.M.A에서 가방 검사를 할 땐 이집트 하마 유물을 본떠 만든 가방을 메고 있던 동생에게 보안요원이 “Open the hippo.”라는 농담을 던지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나는 미국을 이렇게 기억한다. 자유의 여신상도, 라스베이거스도, 그랜드 캐니언도 아닌 그런 미국의 사람들. 그들이 우연히 흑인이었던 것인지 그것이 흑인 특유의 문화였는진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재즈나 소울, 블루스 또는 힙합이나 알엔비 처럼 다른 나라에는 없는 미국만의 것, 그러니까 미국을 가장 미국답게 만드는 미국 고유의 그 무언가가 있다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 싶다. 정치적인 것도, 경제적인 것도 아닌 바로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일구어 온 그들만의 문화 말이다.



그래서 난 대체 트럼프가 무엇을 새로 열겠다는 것인지, 무엇을 지키고자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국으로부터 이어져 온 핏줄인지 다른 나라에서 빼앗아 온 예술품들인지 흑인 탄압의 역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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