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지말지 고민중이라면 이거 한 번 읽고 가.
몇 년 전에 <에디톨로지>라는 김정운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래와 같은 슬로건으로, 향후 조합과 편집이 주된 콘텐츠 생산방식이 될 것이라는 예견을 했다.
지금까지 틈틈이 꺼내서 다시 읽어보곤 하는 명저인데,
이번에 <완벽한 공부법>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김정운의 통찰에 놀랐다. 요즘은 편집이 대세다.
그리고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완벽한 공부법>
고영성/신영준 ROK미디어 19,800원
책을 사게 됨
역시 자기계발 서적의 단골 제목이었다.
(무슨무슨 수업, 무엇무엇하는 법 등 노골적인 느낌있잖아.
물론 지난 번에 쓴 서평의 책 제목이 <서평 쓰는 법>인 것은 함정..)
그러나 이상하게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처음 이 책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서 보자마자 든 생각이,
‘그런 게 있단 말이야?’였기 때문이다.
'더 좋은 공부법을 알면 시간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생산성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몇 번을 고민했다.
책 목차를(굳이 소개하지는 않겠다만) 훑어보고, 내용도 짧게 읽어봤는데 별로 특별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가격도 싼 편은 아니라서 더 고민이 되었다.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계발서는 거의 구매하지 않는 편이다.
무릇 모든 자기계발서란 결국 오래전에 나온 '시크릿’의 아류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힘을 다해 당신을 돕는다’는 식의 이야기,
자신감, 자존감, 동기부여, 습관의 힘, 뭐 끝도 없는 반복이다.
거기다가 자기계발서의 저자가 말하는 ‘나처럼 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질린다.
너는 너고 나는 나잖아..
한 술 더 떠서 저자의 커리어가 ‘긍정 전도사’ ‘성공의 메신저’로 활약하고 있다는 걸 보면 하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의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삶에 대한 상상이 나를 붙잡았다.
안 그래도 요즘 사는 게 잘 안 풀리는데, 공부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제대로 공부하고 활용하는 법을 몰랐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공부를 특급으로 잘 하지는 못해도, 중간 이상은 항상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책을 사서 한 줄이라도 내게 유용한 내용을 얻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는
어떤 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서 샀다.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거대하고 궁금한 제목들로 한 가득
전반적으로 잘 선정된 큼직한 주제들(믿음, 동기, 노력, 창의성 등)이 꽤 당연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초반에는(제4장 정도까지) 자기계발서의 단골 주제들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중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점점 뭔가 두서없는 느낌으로 아무 내용이나 짜깁기한 듯 보인다.
특히, 공부법 책 중간에 뜬금없는 ‘영어’ 파트가 들어있는데,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공동저자 중 한 명이 영어학습 관련 책을 펴낸 적이 있어서 한 번 끼워 넣은 것 같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
책을 힘겹게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한다.(제2장)’라는 내용이었다. 관심이 갔던 이유는 이게 이 책의 핵심 주장이자 문제의식이라고 보였기 때문이다.
공부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자기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해야 남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과 선다형 시험방식은 스스로 공부하도록 놓아두질 않는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에는 고민이 필요 없다. 무조건 외우면 된다. 그게 가장 효율적이다.
괜히 내 생각대로 답을 찍거나, 써봐야 나만 손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그 진리를 터득한다.
자신만의 공부법? 그런 건 나중에 시간 많을 때 하렴..(도대체 그때가 언제 올진 모르겠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스스로 공부하는 법(나아가서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그럴 시간도 없다(대학 가서 뭔가 특별한 계기가 생기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나이 먹고 나처럼 일정기간 동안 인생이 안 풀릴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공부법을 몰라서 이렇게 됐구나...’
공부를 너무 하고 싶은데(‘하고 싶은’이다. ‘해야 하는’이 아니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물론, 이 책은 ‘나만의 공부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알려줄 수가 없다. 자신만의 공부법이니까. 그래서 저자는 각종 유명 자기계발서의 방법론들을 발췌하여 약간의 풀이와 함께 ‘공부법’(또는 ‘성공법?’)으로 제시한다. 독자는 여기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 조합하여 자신만의 공부법을 창조해야 한다. 아주 방대하다. 그래서 책이 두껍고, 비싸다.
근데 만약에 책을 살 것이라면 한 번 만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동안 정말로 공부법을 몰라서 공부를 못했나...?’
두 번 읽지는 않을 책.
<1만 시간의 재발견>, <그릿>, <오리지널스>, <1등의 습관>, 에서부터 <넛지>, <티핑포인트>까지.
이 책들은 공통적으로 한 두 해 정도씩 풍미했던 자기계발서들이다. <완벽한 공부법>은 앞의 책들을 한 상자에 담은 짬뽕 같은 책이다. 좀 더 고급지게 말하면 '편집' 했다고 볼 수 있다.
<완벽한 공부법>을 읽는 내내 느꼈던 것은, ‘장황하고, 지루하다.’였다. 완벽한 공부법을 위한 방법론으로 다른 책(또는 방송)에서 나온 사례나 연구결과를 요약해서 인용하는데, 그게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마치 한 편의 보고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가 자기계발서를 잘 읽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챕터별로 1~2페이지 정도 약간의 새로운 정보는 있다. 그런 내용들이 있어 그나마 읽다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책의 구성, 목차다. 각 챕터별 순서가 어떠한 일관성이 없이 그냥 병렬적인데, 챕터 간의 연결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챕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인데, 여기저기서 가져온 내용들을 짜깁기해서 그런지 소제목들이 중복되고, 횡설수설하는 등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급하게 만든 느낌이랄까?
(일단, 책이 17년 1월 초에 초판 발행되었는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 16년 10월에 발간된 <그릿>을 인용하는 것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집필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아마 내가 그나마 느꼈던 새로운 내용들 마저도 별로 새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두 번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 신박해 보이(지만 특별할거 없)는 방법론을 제시하지만, 공부하다가 ‘공부법이 어떻게 되더라?’하면서 이 책을 다시 꺼내어 확인하지는 않을 테니까.
이럴 줄 알았다. 근데 왜 샀어?
다 읽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거의 없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
책을 사기 전부터 너무나 뻔하게 예상된 결과였다. 근데 나는 대체 이 책을 왜 산 거지?
불안해서 샀다.
이게 진실이다. 나는 공부법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획일적인 '공부법’이란 것이 있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세상에 공부가 국영수, 행시, 토익, 싸트, 중국어밖에 없나? 그것들을 다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한다고? 완벽하다고? 이게 무슨 무안단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사서 읽었다. 불안하니까.
공부법을 몰라서 내가 이렇게 멍청한가?
남이 모르는 공부법을 익히면 남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뭐 나열하면 끝도 없겠지만, 대략 이런 생각들이었지 않나 싶다.
내 열폭이야 어찌 됐든 결론은 이 책은 베스트셀러다.
베스트셀러들은 팔리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YOLO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다.
‘YOLO’는 필연적으로 ‘불안’을 동반한다. ‘불안’ 또한 이 시대의 트렌드라는 것이다.
<완벽한 공부법>은 2017년 2월 현재 모든 서점의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내용이 깊이 있는 책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인기 많은 모든 것들이 그렇듯 이 책도 독자를 자극하는 어떤 ‘훅(Hook)’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나는 이 책의 본질적인 훅이 ‘불안 자극’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자극하여 책을 팔아먹는다.’라는 비난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다. (틀린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저자가 그걸 의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어차피 내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내리는 주관적 평가는 큰 의미도 없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지금은 탈탈탈 털리지만 출간 당시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셀러였다. 무한경쟁 중인 우리 사회가 사람들에게 무한대의 자기계발을 요구하니, 사람들은 그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을 요구하고, 그를 통해 위안을 얻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시의적절한 기획에, '완벽한’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수식어 그리고 온라인 광고(페이스북 '무슨무슨'페이지들에서 '이 책 대박!, 특히 어디어디가 공감됨' 이런식의 정보를 주는척하면서 뒤로는 돈받고 만든 콘텐츠들)를 통한 마케팅까지 이 책은 철저히 준비된
베스트셀러다.
다만. 이 책을 읽는다고 과연 ‘불안’이 사라질지는 모르겠다.
(이 책의 마케팅 방식은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글을 쓸 생각이다. <자존감 수업>과 함께 여러 책 마케팅 중 단연 압권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중 딱 하나면 뽑으라면 나는 마케팅.ㅇㅈ)
책을 덮으며,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공부법을 완벽하게 알게 되면 우리 삶이 나아질까?
책에서는 인생의 방향을 잡는게 효과적인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아 옳으신 말씀)
불행히도 이 책은 인생의 방향을 잡는 법은 알려주지 않는다.(그냥 말을 말았으면...)
인생의 방향? 그걸 어떻게 알려줘?
앞에 말했듯 공부법을 모르는 게 자기 인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분명 도움이 되는 내용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은 일부 있었다.)
그랬든 어찌 됐든 나는 다시는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내 인생을 낫게 만들어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완벽한 공부법>의 인터넷 서점 구매평 중 인상 깊었던 것을 긁어왔다.
10시간을 공부해도 성적이 늘지 않는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 전에
그 친구가 어떤 공부를 왜 하고 싶어 하는지 물어보는 게 먼저 아닌가?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아무도 그렇게 물어보지 않아서다.
책 팝니다.
혹시나 책 내용을 간단히 알고 싶은 사람들의 시간과 돈을 아껴주기 위해 초간단하게 내 마음대로 요약한다.
내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 점도 있지만, 뒤로 갈수록 내용이 지루해져 요약이 빈약한 점을 굳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밑에 있는 내용만 보면 책은 굳이 안봐도 될 듯, 정말 더 없다.
그래도 불안해서 결국 읽겠지만.
제1장 믿음: 공부는 믿는 대로 된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다.
당신은 아직 당신의 뇌를 100% 활용하지 않고 있다.
결론: 자신감을 가져라.
제2장 메타인지: 나를 모르면 공부도 없다.
나를 알아야 공부가 된다.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알면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결론:나만의 공부법을 만들어야 한다.
제3장 기억: 기억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멀티태스킹은 허구다.
지금까지 잘못된 방식으로 암기하고 있었다.
결론: 기억전략을 활용하라.
1. 시험 효과 - 시험 보기
2. 인출 효과 - 쓰거나 말하기
3. 분산 연습 - 시간 차를 두고 반복적으로
4. 교차 효과 - 이것저것 섞어서 외우기
제4장 목표: 성공적인 목표 설정은 따로 있다.
지금까지 목표 설정을 잘못하고 있었다.
증명하기 위한 목표가 아닌 성장하기 위한 목표를 세워라.
결론:BHAG (Big Hairy Audacious Goal) 크고 위험하고 대담한 목표를 세워서
Specific Measurable Attainable Realistic Timeline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계획) 하게 계획하라.
제5장 동기: 내게 자유를 달라.
공부는 자율적으로 해야 잘된다.
결론: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동기(외재적 동기)가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한 동기(내재적 동기)를 가져라.
제6장 노력: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1만 시간의 법칙은 틀렸을 수도 있고 안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1만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결론: 그러니 열심히 노오력해라.
제7장 감정: 감정은 공부의 안내자다.
공부하는 데에 있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
불안하다는 생각이 불안을 가중시키니 불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마라.
결론: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기분 좋게 공부를 해야 잘된다. 이왕 할 거면 기분 좋게 해라.
제8장 사회성 : 함께할 때 똑똑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공부도 서로 도우면서 공부해라.
결론: 다른 사람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하면 더 효과적이다.
제9장 몸 : 몸은 공부의 길은 안다.
결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도 하면서, 잠도 잘 챙겨자라 효율이 오른다.
제10장 환경 : 공부 효율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결론: 공부에 환경은 중요하다. 스마트폰 만지지 말고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환경을 조성해라.
제11장 창의성 : 창의성은 지능이 아니라 태도다.
창의성은 이것저것 연결(편집)해서 나오는 것이다.
결론: 많이 도전하고 실패도 많이 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게 나올 것이다.
제12장 독서 : 독서는 모든 공부의 기초다.
결론: 독서를 많이 해라.
제13장 영어(?) :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우자.
* 이 부분은 책의 주제와 동 떨어진 부분이고, 관심도 없어서 읽지 않음.
제14장 일 : 실전처럼 공부하면 실전에서 통한다.
결론: 실전 같은 환경을 상상하며(시뮬레이션) 공부해서 실전에서 써먹어라.
요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