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지에서의 신혼생활, 다시 나를 짓는 시간

유부녀가 되었다.

by 인과연


결혼을 하고 남편 직장 따라 도시를 옮겼다. 서울에서의 10년을 뒤로한 채 낯선 땅, 무연고지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친구도, 가족도 없고 오직 남편만이 내가 아는 사람. 새롭게 친구를 사귀자니, 여기 오래 살 것 같진 않아서 사색을 즐기는 삶을 사는 중.


유부녀의 삶은 미혼일 때와 너무 다르다는 걸 체감하면서도 남편이랑 보내는 시간은 행복하다. 남편이 일하러 나가면 주부인 나는 집안일을 하고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그런 일상이 반복되니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끼기 했다. 가끔 오지만 꽤 강렬히 오는 게 문제였다면 문제.



카페 나들이를 좋아하는 나로선, 아줌마들이 모여있는 빵이 맛있는 카페를 혼자 가는 게 조금 불편하다. 결혼했으니 나도 같은 아줌마인데 아는 사람이 없으니 군중 속의 외로움이랄까.


시끄럽게 떠는 수다 속에서, 혼자 노트북 들고 온 내 모습이 이질적이라고 느낀다. 나보다 최소 15살은 많아 보이는 학부모들 틈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서 노트북을 하는 게 조금 웃기달까.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온 사람이라서 이방인의 삶이 익숙한데, 서울은 타지 사람이 몰리고 이동하는 공간이다 보니 내가 새로 이사 온 이 도시와는 꽤 다르다. 여긴 정착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좀 적응이 안 된달까.


좋게 표현하면 여유롭고, 나쁘게 표현하면 꽤 심심하다. 자극이 필요한 내게는 썩 맞는 곳은 아니다. 새로운 공간이나 고급스러운 맛집을 좋아하는 내게 이 도시는 심심함만 줄 뿐이었다.



뭘 해야 덜 심심할까, 그나마 생산적일까 고민을 했다. 내게 30대는 생산성과 밀착된 삶을 영위하는 나이대이기 때문에. 10대, 20대 때 흘려보낸 추억 가득한 시간과는 다르게 무언가를 쌓고 싶었다.

문제는 놀기만 한 시간이 너무 길어서 생산적인 삶이 몸에 잘 붙지 않는다는 것. 시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의 반복인 와중에 새로운 도시로의 이사까지.


사실상 경제적 독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님의 도움으로 한 결혼이라 생산적인 삶이란 게 더 멀게만 느껴진다. 이 도시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조금씩이라도 발전시켜보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에세이 써보기. 내가 사랑하던 술만큼 좋아하는 건 글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 그게 정보든 생각정리든 그냥 글을 쓰는 게 즐겁다.


살펴보니 sns로 돈을 잘 버는 재능 있는 사람들도 많길래 따라 해보려고 했지만, 내겐 그 재능이 없어 보였다. 쓰고 싶은 글을 길게 써야 편하다. 블로그에서 카테고리도 여러 번 움직여 봤는데 그냥 나는 내가 겪은 일들을 정리하고 전달하는 쪽이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연고지에서의 신혼생활이 주는 장점과 단점은 명확하다고 느낀다. 전부 주변인과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것에서 기인한다. 장점은 불편했던 사람과 만날 일이 줄어든다는 것. 단점은 친구를 만나기가 힘들어 외롭다는 것.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추후 나의 삶이 많이 바뀔 거라 믿는데 쉽진 않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냐만은, 고생 안 해보고 살았던 편이라 이게 내겐 꽤 힘든 허들이라 느낀다.



미래에 나의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내가 변해야 하고 성숙해져야 하는 거니, 심적으로 무인도 같은 이 도시에서 나를 다시 지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