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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n Park Jan 25. 2021

16세 소년의 안녕 의식, 영화 <썸머 85>



<사진 제공- 영화사 찬란>


1985년에 17살이던 프랑수와 오종 감독은 에이단 체임버스 소설 [내 무덤에서 춤을 추어라]를 읽고 각본 초고를 해 놓았고 이를 바탕으로 <썸머 85>가 완성되었다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의 풍경을 바탕으로 오렌지 빛 글자들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오렌지 컬러는 레드의 에너지와 생명력 그리고 옐로우의 행복감을 지녔다는 의미이다. 대담성, 활력,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컬러를 타이틀로 각인시킨다.  <썸머 85>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한 컬러이다.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의 뒤안길에서 만난 다비드와 알렉스를 둘러싼 감정의 파도를 동성애를 둘러싼 편견과 차별에 집중하지 않고 에로스(Eros)와 타나토스(Thanatos)로 푼 점이 이채롭다. 16세의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알렉스(펠릭스 르페브르)는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다비드( 벤자민 부아쟁)가 바다에 빠진 알렉스를 구했을 때 그가 타고 있던 그의 배 이름은 칼립소 (Kalypso 또는 Calypso)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에  반해 유혹하며 오랜 기간 동안 오기기아 섬이 붙잡아 둔 님프의 이름이 칼립소이다. 알렉스는 다비드에게 구해진 후 뒤죽박죽인 일상마저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겨우 두 살 위일 뿐인데도 다비드는 사랑을 주고,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일을 주고, 앞으로의 매 순간을 지배해버리는 유일한 의미가 되어버린다. 운명처럼 그 둘은 자석처럼 이끌리며 함께 오토바이를 타기도 했고 항해를 하기도 하며 춤을 추며 열정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소년이지만, 한 소년은 진학과 취업이 갈림길에서 이제 소년이기를 그만두라는 강요를 받고 있으며, 한 소년은 아버지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좀 더 여유롭고 자유롭다. 그러나 알렉스와 다비드의 사랑은 끝내 충족하지 못하고 사랑의 격랑에 휩쓸린다. 불안한 다비드는 비극적인 죽음에 이른다. 여름 바다, 사랑으로 가득했던  둘의 이야기는 다비드의 죽음으로 화창하고 다채롭던 극의 분위기가 춥고 극명해지면서 혼란스럽게 변하며 대비를 보인다.


알렉스는 자신의 의지와 열정과는 상관없이 실패한 첫사랑의 주인공이 되었고 감당할 수 없는 사랑 앞에 무력하게 된다. 알렉스가 다비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무덤에서 춤을 추는 것은 원작에서 표현한 것처럼  "세상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우리 자신의 역사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뜻대로 안 되는 죽음 앞에서 알렉스는 그렇게 최선을 다해 춤을 추며 진정한 사랑과 죽음의 의미를 간직했으리라 생각된다.


1980 년대를 되살리려 그레인 특성을 살리는 16mm 셀룰로이드 필름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컬러풀한 80년대의 색감과 함께 피부톤을 살렸으면서 개성 있는 화면을 만들었다. 귀에 쏙 들어오는 그 시대의 음악, 패션으로 훌륭한 시간 여행으로의 기능을 하였다.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그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하고 감정적 동요를 일으킬 만한 정서적 낭만과 추억에 대한 향수이기도 하다. 신기루 같던 첫사랑의 숨 막히던 설렘과 그를 잃은 상실의 고통을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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