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Jan 29. 2021

일과 삶의 50대 50 균형은 가능할까?

이모 교수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시간강사와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최근 A대학에 전임교수로 임용되었다. A대학 측에서는 여교수 비중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외부의 지적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아이가 있는 이모 교수를 초빙한 것이기에, 이모 교수 입장에서는 여성을 대표한다는 느낌에 무척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임용 1년간만 빡시게 일하고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에게 좀 더 신경을 쓰려고 했는데,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는 이모 교수에게만 일이 몰리는 상황이 되버렸다. 교수가 되면 9-5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일주일에 4일은 밤 9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고 있다. 그간 교수가 되기 위해 희생한 것, 공부한 시간, 비용 등을 생각하면 일을 절대 포기할 수가 없지만, 이모 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이들'이라 왠지 무력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가 있는 커리어우먼을 코칭 하다 보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가장 자주 등장하는 화두이다. 여자라는 이유로,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것이 싫어서 직장에서는 아이 관련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는 프로이지만,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크기에 남몰래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아이가 가장 중요하지만, 일을 하지 않고 육아에만 전념하면 내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는 스포츠카의 딜레마에 비유했는데,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스포츠카를 못 타고, 나이가 들면 어울리지 않아 결국 스포츠카는 로망으로만 남게 된다는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이들에게 엄마가 많이 필요한 시기에는 한참 일을 하는 나이 이기에 아이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내고, 경력을 마무리하는 시기에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아이들은 이미 커서 둥지를 떠나기에 아이들과 늘 충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과 가정 간의 50:50 균형이 가능 하려면 유럽처럼 반일 짜리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거나, 프리랜서가 되거나, 커리어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단순 직무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임금, 승진, 만족도 등 시스템적으로 남녀간 격차를 야기할 수 있어 종종 페미니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곤 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은 대부분 내조를 하는 배우자가 있는데 비해, 성공한 여성은 독신이거나 이혼인 경우가 많은 현실을 직시했을 때, 50:50으로 여성들이 어느 정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가정을 위해 엄청난 커리어를 포기하거나, 누군가는 가정을 포기하거나, 누군가의 일자리의 질을 포기하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결국은 ‘가치’와 ‘개인적 행복감’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가 무엇이고, 언제 행복한지 인식을 잘 못한다는 것. 일-가정 양립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가치를 돌아봐야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