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May 11. 2022

리더의 신뢰는 때로 독이 될 수 있어

모든 구성원을 최대한 많이 신뢰해야 하는가? 

리더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화두이다. 장기화된 글로벌 펜데믹과 급변하는 경영환경은 과거에 전혀 경험해보지 못하던 업무 방식을 실험하게하였고, 이제는 9 to 6 기반의 업무시간이나 위계에 기반한 조직관리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수평적이고 애자일 한 조직관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리더에게 집중되었던 권력이 위계의 아래 단으로 분산되어야 하기에 리더-구성원 간 신뢰의 이슈는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전적으로 신뢰란 상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던 감수하겠다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태를 의미한다. 리더가 구성원을 신뢰하면 기대하는 성과를 못 내거나, 영업비밀을 가지고 경쟁사로 내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소스를 공유하며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다. 구성원을 임파워링 하거나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려는 노력 역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반면에 구성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리더는 어렵고 중요한 일은 자신이직접 처리하려 하고, 역량이 뛰어난 인재는 위협적이라 느끼며 배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번 아웃 상태로 몰아간다. 구성원에 대한 리더의 신뢰가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를 제외 하라도 신뢰가 투명한 의사소통이나 동기부여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대부분 경험적으로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리더십 전문가들은 신뢰를 받는 느낌은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동반하기에 구성원 입장에서 마냥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리더는 구성원에 비해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가로 구성원보다 많은 권한과 보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리더의신임을 얻어 막중한 책임을 떠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실무적인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성과가 좋지 못하면 보상은 커녕 오히려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기에 그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실패할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나 보상에 대한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맡기거나 과중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일종의 착취다. 나의 직속 상사가 나를 신뢰한다면서 자신이 책임져야할 부분까지 나에게 전가하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상상을 해보자. 얼마나 분노가 치밀고 부당한 느낌이 들겠는가? 




이러한 신뢰의 파라독스는 공정성에 대한 보편적 가정에 기인한다. 성과가 높은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는 형평성 규칙(Equity rule)이나 모든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균등 규칙(Equality rule)에 의하면 성과가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신뢰를 주거나,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수준의 신뢰를 줄 때구성원은 공정하다는 인식을 갖는다. 


하지만 마음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신뢰라는 가치는 정확한 측량을 통해 주고받기 어렵고, 사람마다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신뢰 수준이 다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즉, 리더가 모든 구성원을 똑같이 대한다고 생각하더라도 평소의 관계와 개인적의 기대의 차이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가식으로 보이고, 누군가에게는 과분한 배려로 보일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개개인의 독특한 니즈에 기반하여 신뢰를 분배할 때 공정하게 인식된다는 니즈 규칙(need rule)이 대두되고 있다. 


아리조나 주립대와 조지아대 공동 연구진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니즈 규칙에 기반하여 리더의 신뢰 수준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증한 결과 리더에게받고자 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 리더로부터 받은 신뢰 수준이 일치할수록 공정하게 인식되었다. 리더와 구성원 모두 높은 신뢰관계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서로의 니즈가 충족되었을 때 공정성 인식이 가장 높았지만, 리더가 구성원이 원하는 것보다 많은 신뢰를 주면 양방이 모두 낮은 신뢰수준을 원할 때보다 더 불공정하게 인식되었다. 특히 구성원이 높은 신뢰를 받기를 원하지만 리더가 신뢰를 주지 않을 때, 가장 불공정 인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구성원이 리더로부터 원하는 수준의 신뢰를 받으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니즈가 존중 받는다는 신호로 해석하여 업무성과나 조직시민행동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즉, 구성원들은 리더의 긍정적인 호의에 대한 심리적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일에 더 몰입하거나 조직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결과는 리더의 신뢰가 구성원이 필요로 하는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신뢰를 원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일방적인 신뢰를 보이는 것은 착취이고, 신뢰를 원하는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것은 상처가 된다. 또한 리더와 구성원 모두 높은 수준의 신뢰를 주고받을 때 업무성과와 조직시민행동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가장 크고, 구성원이 신뢰를 원하지만 리더가 신뢰를 주지 않을 때 조직에 주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가장 크다는 부분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의할 점은 니즈 규칙이 주는 중요한 인사이트에도 불구하고 리더들은 신뢰에 대한 보다 통합적인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형평성 균칙, 균등 규칙, 니즈 규칙모두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실제 조직 현장에서 구성원이 신뢰받기를 원하더라도 평소에 보여준 성실성, 성과, 역량, 업무 태도 등을 고려했을 때 원하는만큼의 신뢰를 주기 어려운 상황이 존재한다. 자격을 갖추지 않은 구성원에게 과한 보상을 하는 것은 팀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구성원이 신뢰 받기를원하지 않는다고 리더 역시 신뢰를 주지 않으면 결속감이 떨어져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신뢰를 원하는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을 구분하여 신뢰를 주는 것 역시 균등의 규칙에 위배되어 장기적으로 팀이나 조직 내부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 


그래도 신뢰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리더로부터 받기를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 받은 신뢰 수준이 모두 높을 때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구성원의 니즈에 부응하도록 리더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거나, 신뢰를 받았을 때의 장점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다면 높은신뢰의 장점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