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의 게슈탈트적 관점
리더십 개발을 위해 코칭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는 기업이 적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코칭은 생소한 분야입니다. 무엇보다 코칭이 독립적인 학문영역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다보니, 사회적인 스킬이나 리더십 스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코칭의 이론적 배경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코칭은 이론적으로 굉장히 탄탄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매우 과학적인 원리로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부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코칭에 대해 더 잘 알고싶고, 이론적 배경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코칭에 적용된 다양한 이론적 접근에 관해 차례로 올리고자 합니다.
생각을 내려놓고 감각에 집중하라
이 말은 게슈탈트 접근의 창시자 펄스가 한 말입니다. 게슈탈트 기법은 빈스방거의 현존재 치료, 빅터 프랭클의 의미요법과 더불어 삼대 실존 치료 중 하나로, 현상학에 기반을 두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상학이란 개념이나 관념의 틀을 벗어나 순수한 알아차림만을 추구하는 개념으로, 어떤 상황이나 사건, 사람의 의미를 해석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묘사(describe)하는 접근법입니다. 지금-이순간, 현재 상황을 묘사하도록 하는데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상용됩니다.
"현재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만일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 장면을 사진처럼 선명하게 묘사한다면 어떤 상황일까요"
"내가 원하는 상태로 다가간다면 어디에 서있을 수 있을까요?"
"내 몸의 어느 부위에 느낌이 오나요? 어떤 종류의 감각이 느껴지나요?"
게슈탈트적 접근은 특히 대표적인 코칭 대화모델인 GROW 모델에서 R, 즉 현실 탐색 부분의 역할을 설명해줍니다.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인식을 잘 해야 원하는 상태와의 격차가 명확해지고, 그 차이를 줄이고자 하는 모티베이션에 의해 변화행동이 시작됨을 의미합니다..
코엑티브 코칭 대화모델인 10:80:10 원칙에서는 전체 프로세스의 80%가 탐색 과정으로, 탐색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에 집중하여 상황을 인식하다보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되는 알아차림이 일어나고, 여라 대안 중에 가장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 이순간"을 경험하고 현재의 상황을 탐색하는데 사용되는 은유, 상상, 시각화, 신체의 움직임, 전신을 사용한 감정 표현 등은 모두 게슈탈트 치료법에 사용되는 것들과 유사합니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원리
그렇다면 게슈탈트 심리학이 어떤 이론인지, 어떤 원리에 기반하는지 알아볼까요?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인간 삶의 본질은 생물학적이든, 영적이든 의미 있는 전체로 규정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부분 기법들이 인간의 욕구가 어떻게 나타나서, 어떻게 좌절되고, 어떻게 충족되는지를 탐색하는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주요 게슈탈트 원리로는 전경과 배경의 원리, 분명한 전경을 형성하여 완결하려는 원리, 지각된 장에서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개념을 끌어내려는 심리적인 욕구, 특히 일부 정보가 빠져있어도 그 부분을 채워서 전체로 지각하려는 경향성 등 주로 지각실험을 통해 도출한 결과에 기반합니다.
1. 전경과 배경의 원리
아마도 이 그림은 매우 익숙하실 것입니다. 전경과 배경의 원리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그림인데요,
전경과 배경의 원리라는 것은 욕구가 일어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이 충족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패러다임으로, 한 개인에게 전경으로 떠오르는 것은 대게 그 사람에게 가장 관련있거나 의미있는 것이며, 그 사람의 주요 관심을 나타냅니다.
저의 경우 임신 중에 길을 걸을 때 임신한 사람이나 아기가 눈에 많이 띄었는데, 지금은 임신한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임신 중에는 임신한 사람이 주요 관심사였지만, 지금은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또한 배경은 전경이 되는 경험의 배경으로, 예를 들면, 공부에 집중할 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은 "배경"이지만, 좋아하는 곡이 나와서 음악에 집중하는 순간 "전경"이 됩니다. 놀고싶은 욕구를 충분히 해소한 아이가 이후에 공부에 더 깊이 집중하게 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전경과 배경이 유연하고 창조적으로 교체되는데, 경직된 사고를 가지거나 우유부단해서 명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적절하게 전경이 형성되지 못하고, 적절한 게슈탈트를 완결짓지 못해 미해결된 경험이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미해결된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찌꺼기처럼 남아서 새로운 게슈탈트의 형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온전한 자신으로 머물거나, 타인이나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2. 지각된 장에서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개념을 끌어내려는 심리적인 욕구
"개인이 처한 환경적인 장의 맥락을 배제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퍼얼스는 독일의 심리학자 Kurt Lewin이 창시한 장 이론을 적극 받아들었고, 한 개인이 처한 환경적 장의 맥락을 배제하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관점은 게슈탈트 접근의 중심 개념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 지각을 하는 구성원이 있어서 고민이 되는 상황을 상상해봅시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불성실하고 팀에 해가 되는 사람처럼 보이겠죠. 하지만 집에 아내가 큰 병에 걸려서 혼자 세아이를 챙기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면, 그 사람의 처지가 딱하게 느껴지고, 그런 상황에서도 크게 늦지 않고 회사에 와서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구성원의 모습이 성실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는 습관은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3. 일부 정보가 빠져있어도 그 부분을 채워서 전체로 지각하려는 경향성
이 원리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완결을 지어 전체로 인식하려는 경향성을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완결되지 않았거나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리적 긴장감을 경험하는데요, 이러한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완결을 지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오랫동안 사귀던 연인이 아무런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가정해봅니다.
버림받은 사람은 혼자서 계속 이유를 찾겠죠. 처음엔 상대를 비난하는 마음이 크겠지만, 어느 순간 자신에 대한 책망으로 비어있는 부분을 채움으로써 게슈탈트를 완결지으려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나는 연애에 안맞는 사람이야" 등등
이처럼 자기비난으로 완결된 게슈탈트는 건강한 자아상을 해칠 뿐만 아니라 다음 연애를 할 때도 영향을 끼치겠죠. 그리고 삶을 건강하게 영위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게 되겠죠.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이 있다
게슈탈트 치료는 3대 실존치료 중 하나라고 했죠. 게슈탈트 치료의 핵심 기제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이순간의 직접적인 경험에 집중하다보면 알아차림이 일어나 미해결 과제에 대한 단서를 발견하거나 진실, 또는 근원을 찾게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자기인식을 바탕으로 여러 대안을 도출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선택의 결과가 반드시 행복하고 편안한 삶을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실존주의 접근에서는 자신에 대한 인식과 알아차림의 결과를 바탕으로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자세가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설명합니다.
죽음의 수용소라는 유명한 책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우리는 모두 무엇을 받아들이고, 거부하고, 생각하고, 행동할지를 선택할 수 있고,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만이 건강하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