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사선으로 내린다
방문 창 너머
베란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친다
사선으로 내리는 비
바람과 친구가 되었는지 바람의 부피만큼
자신을 비껴서 내리고 있다
비는 알고 있나 보다
길을 걷다 보면
직선으로만 올곧게 갈 수 없음을
누군가와 동행하기 위해선
자신의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한 번쯤 우두커니
멀찍이서
비가 오는 광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2004. 8. 18. WEDNESDAY
매력적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탄력적인 시간은
어떤 곳은 유연하고 어떤 곳은 늘어져있다.
흐르는 빗속에서 가늠할 수 없는
고무줄 시간을 바라본다.
수직으로 흐르는 빗소리와 달리
아래로 곧장 떨어지지 않는 빗줄기.
시간의 관념은 매 순간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