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wilight Zone: PHANTOM LADY] 2018. 6. 24. PHOTOGRAPH by CHRIS
서두에서 기억의 재구성 방식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윌리엄 아이리시 (William Irish, Cornell George Hopley-Woolrich)는 《환상의 여인 Phantom Lady》 말미에선 오인된 범죄의 재구성을 간략히 풀어내며 가볍게 뒤틀렸던 서스펜스의 사슬을 마무리한다. 한여름 밤 시골집의 라디오에서나 들음직한 굵직한 성량의 통음으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건조하게 진행되는 사건전개는 <펄프픽션 Pulp Fiction>의 피비린내 나는 통속적인 음울함을 말끔히 걷어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서 독자의 긴장감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기억의 무한성과 존재의 유한성은 인간 체세포로 흡수되는 순간 본말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변성을 지니게 된다.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선의와 악의의 경계는 변칙적으로 폭발하는 욕망과 감정에 의해 쉽게 무너지게 되므로 사건 정의에는 냉정한 관찰과 검증이 필요하지만 행동할 수 없는 성역에 갇힌 사람에게 하나밖에 없는 단서가 확실한 증명이 필요한 타인들에게 배타적인 몽환과도 같은 알리바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국 우리들의 ‘인식’이란 것은 ‘불확실하게 분절된 감각들의 총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언제든지 필요에 의해 순서가 조합되고 타자에 의해 주체와 내용이 쉽게 조작될 수 있는 허점을 내포하면서 말이다.
엇갈린 사슬 풀기는 서스펜스가 추구하는 공통점이다. 쇠사슬처럼 단단히 얽힌 공포와 절망은 단박에 끊어버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바닥에 널린 것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다. 원통으로 연결된 사건들은 초기엔 풀기 불가능해 보이는 매듭들 때문에 푸는 자의 갈증을 가중시킨다. 여러 번 꼬인 것을 푸는 방법은 지속적인 탐색과 영리한 해법, 완벽함이 부재된 인간의 실수 속에서 나온다. 시간의 중압감은 정의(正義)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렌지 빛 가로등이 소란하게 울어대는 후텁지근한 밤에는 시간을 거스르는 두뇌싸움이 등 뒤를 엄습하는 무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준다.
“이 피고는 기소 사실에 대해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유죄입니다.”
……
“아, 하나님! 나는 절대로…… 아닙니다.”
악몽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환영으로 변하는 꿈을 꾼다. 어릴 적 즐겨 보았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 그 수 많았던 내용의 한 장면처럼 두터운 책 속에 갇힌 환상의 여인이 되는 살뜰한 악몽의 열차가 다가온다.
2007. 7. 26. THURSDAY
<환상특급 The Twilight Zone> 환상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달려가고 싶었던 어린 날, 환상의 말미는 바람 빠진 풍선 마냥 하늘을 그리워하는 기억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매력적인 이성(異性)이 있다. 이 이성(異性)이라 함은, 성적 방향성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양성이든 무성이든 내부적 기호에서 이성(異性)이라고 가리키는 것을 말한다. 이성의 외면적인 호감도는 신선도와 자극적인 면에서 이상적(理想的)인 100%라고 가정하자. 그, 아니면 그녀는 만남의 첫 번째 조건으로 하룻밤 자고 헤어지는 것과, 두 번째 조건으로 이야기만 하고 계속 만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한다. 여기서 하룻밤 자고 계속 만난다는 결론은 없다는 하나의 고정된 조건과 이야기를 하다가 둘이 눈 맞아서 하룻밤을 즐긴다는 결론은 없다는 또 다른 고정된 조건이 있다. 그럼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첫 번째의 조건을 선택한 사람은 유희적인 태도로 이성(異性)을 바라보며 현재에 어떤 변화를 주는 대상이 필요 없는 상태이다. 이들은 상대의 외부적 성(性)에 충실할 뿐, 타인의 내부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자신의 현재 상태를 바꿀 생각도 없다. 본능적인 감각과 육체적인 욕망에 충실하며 자신이나 상대가 내부적인 동력에 의해 변할 가능성은 무시한다. 미래에 대한 기다림이 발생하거나 상대와의 지속적인 연결은 욕망의 충족 여부에 달려있다. 일반적인 수준의 도파민 수치는 뇌리에 어떤 자극도 남기지 않는다. 혹여 선택의 경험이 기대를 넘어서는 최상의 감각적 극치를 안겨주거나 섹슈얼한 이상에 도달하는 상태라면 분명 첫 번째 선택은 후회와 아쉬움을 남길 것이고 그것은 선택자에게 헤어지는 현실을 부정하게 하는 도화선이 되며 부재할 타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열망하는 도피적인 환상으로 직결될 수 있다.
두 번째의 조건을 선택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해 기대감이 있거나 기대감이 전혀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먼저 상대에게 기대감이 있는 사람들은 이성(異性)과의 대화 속에서 상대의 지적인 상태를 살피고 공통의 형태를 구성할 생활적인 습관을 검토하며 현재를 탈피할 능력을 확인할 것이다. 타자에 대해 만족감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대화 속에서 상대에게 심장이 반응할 때 일반적인 이성(異性)은 완전하고 특별한 이성(異性)으로 변환하게 된다. 그리하여 상대방이 변함없이 이성(異性)이 아닌, 이성(理性)적인 친구의 형태로 대화만 하자고 하면 감정이 돌출되면서 스스로 헤어짐을 선택하는 외면이나 깊은 관계로 돌진하는 파괴적인 충돌의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들에게 발생하는 부정할 수 없는 환상은 내부에서 발생하며 더 깊은 관계로 진행하고자 하는 욕망의 좌절에서 시작된다. 상대에 기대감이 전혀 없이 만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아주 드문데, 그들은 아마 세상에 통달한 달인이나 목석으로 불릴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성(異性)을 이성(異性)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이성(異性)에게서 이성(理性)을 바라보며 일정한 거리를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이성과의 만남에 있어 이런 비슷한 수수께끼 같은 조건을 내건 사람이 문학과 철학의 역사 속에 있었다.
전형적인 성적 환상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서술 전개가 뻔하고 유약을 발라놓은 듯한 반들거리는 대화는 시간을 확인하게 만든다. 갈증 하는 것들은 보이지 않고 잡을 수 없기에 열망이 생긴다. 한 방울의 육체적 욕망과 지글거리는 심리적 열망을 비교하면 내부적 화염이 상대를 태울 때 더 지속적이고 파괴적이다. 머리가 제거된 육체의 교합은 타인이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욕망의 각인이라 불릴 것이다. 하룻밤에 자신을 내던진 자에게 다가온 죽음의 저주는 상대의 얼굴과 이름을 잊은 대가로 얻은 형벌의 다른 이름이다.
A conversation that unintentionally became personal
(Posting two pictures of a man wearing a swimsuit at the beach and starting a conversation)
"Come to the seaside with friends and go back to work tomorrow. How was your weekend?"
- Nice. Good night.
"Thank you. Are you ready to rest?"
<The Next Day>
- Yes. Yesterday's photo was a bit shocking. It was my first time meeting the person, and the swimsuit photo wasn't very flattering.
"Terribly sorry."
- Never mind. It's just my opinion.
"I just want to share it with you, not to bother you."
- As long as you had a good time, that's all that matters.
"I can feel that you are a very independent person and very strong."
- I see. I have to go to work. Have a great day!
<The day after that>
"What are you doing now?"
- Working.
"Okk. are you married?"
- If you're looking for a marriage partner or a romantic relationship, you might have come to the wrong place.
"No. I think you must have misunderstood something."
- From the beginning, you've been asking if I'm married, but I'm not really interested in discussing such personal matters with someone I don't know.
"OK. I'm very sorry."
- It's alright. I initially added your WeChat ID thinking you were a friend or a client. I mentioned it only because I'm not interested in conversations that shift to personal interests at the moment. If there's anything necessary to discuss, we can talk about it gradually. Bye!
When it comes to work, I don't want to talk about personal matters. Whether I'm getting married, having a child, getting divorced, feeling terrible or great, whether my present is ruined or successful—none of it has anything to do with work. Recently, I thought an old friend from college who moved to Singapore had reached out, so I added him on Messenger. It turned out to be a complete stranger. It's incomprehensible to me why someone would continuously pry into my personal life. Even those close to me only talk about what they want without considering how I feel. It's like a crazy delusion! I don't feel at peace. Dam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