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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07. 2024

LA CAPTIVE

<갇힌 여인> 사로 잡힌 마음

[La Captive. 2000, Chantal Akerman]


 묵직한 창살과 차가운 의심 앞에선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보는 이도

 보이는 사람도.


 집착은 너의 마음을 잡아매는 덫

 그물을 끊고 나는 새야,

 어디로 가니?

 재 너머 저 세상 한없기만 할까.



 <La captive de Chantal Akerman>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여정은

 내가 걸어야 할 길 같다.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La Prisonnière.


 사랑과 소유는 어울리지 않는 삶의 레시피.

 밋밋한 전개. 지루한 반복. 허탈한 기대들.

 우리는 단출한 이름으로 묶인 죄수들이다.

 사랑한다면 더욱더 강하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어.

 너와 나를 위해서.

 그러나 넌 생각을 하는군.

 미련과 의심으로 똘똘 뭉친 채.


2006. 2. 1. WEDNESDAY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옛 영화의 한 페이지를 들썩이며 제목을 곱씹어 본다. 과거 매일을 수놓았던 영상들은 어느덧 뇌리에 녹아들어 이방인의 언어를 발설하고 기이한 눈빛을 발산한다. 기억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인 잃어버린 시간. 그 비밀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은 특정하고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해 건조한 눈망울을 젖게 만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의 다섯 번째 이야기, 《갇힌 여인 La Prisonnière》은 사랑이란 이름의 소유욕에 갇힌 인간의 심리와 샛노란 질투, 어리석은 탐닉, 헛된 욕망에 대해 건드린다. 감정적인 갈등과 불안이 가득 찬 사람들이 쉽게 집착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간관계의 심연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숨 쉬고 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볼 때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듯 보이는 문제점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땐 단단한 그물이 되어 목을 조여 온다. 특정한 대상에 대해 깊이 사로잡히는 마음은 인간의 커다란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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