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옛 영화의 한 페이지를 들썩이며 제목을 곱씹어 본다. 과거 매일을 수놓았던 영상들은 어느덧 뇌리에 녹아들어 이방인의 언어를 발설하고 기이한 눈빛을 발산한다. 기억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인 잃어버린 시간. 그 비밀을 찾아나서는 발걸음은 특정하고 알 수 없는 시간에 대해 건조한 눈망울을 젖게 만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의 다섯 번째 이야기, 《갇힌 여인 La Prisonnière》은 사랑이란 이름의 소유욕에 갇힌 인간의 심리와 샛노란 질투, 어리석은 탐닉, 헛된 욕망에 대해 건드린다. 감정적인 갈등과 불안이 가득 찬 사람들이 쉽게 집착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이해할 수 없었던 마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인간관계의 심연에는 복합적인 감정이 숨 쉬고 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볼 때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듯 보이는 문제점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땐 단단한 그물이 되어 목을 조여 온다. 특정한 대상에 대해 깊이 사로잡히는 마음은 인간의 커다란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