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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09. 2024

THE POND-MOONLIGHT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연못에 비친 달빛

[The Pond-Moonlight, Edward Steichen, 1904]


수풀의 악수는 은빛 여울목 위로

잊혀진 선물을 풀어놓는다

피곤한 연못은 잠이 들고

쓸쓸한 이 마음은 떠나가네

 

길쭉한 얼굴의 거울일랑

덜 익은 이별에 흔쾌히 내려 보내세

소녀가 잊고 간 스카프와

소년이 주고 간 손수건을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의 신화는 <인간 가족 Family of men> 전에 담고자 했던 인간존중 정신에서 극화되었다. 거친 비바람에 잠시 흔들렸다고 해도 물은 완전하게 끊어지지 않는다. 헤어짐은 만남을 위한 전주곡인 것.


2006. 2. 26. SUNDAY



 연못에 비친 달빛은 여러 갈래로 부서진다. 하나로 이어질 수 없는 백열의 흔들림은 숨겨진 자아의 당황스러움이라고 말해야겠다. 파편으로 흩어지는 빛들은 어두움의 반자락에서 신비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빛이 다가오지 않은 푸르스름한 새벽녘에 물가를 보고 있으면, 그 적막함이 깊어 존재를 깨우는 차가움도 무시한 채 깊이 빠져들고 싶다. 멸망과 태동의 사이에서 사이렌이 존재하지 않는 신비의 서사시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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