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술담화 Oct 27. 2021

바틀샵에 술 사러 갔다가 30분 수다 떨고 왔습니다.

한국술보틀숍 홍대본점 방문기

와인 한 병 사러 갔는데 대표님과 30분 이야기하고 온 썰 풉니다. 때는 바야흐로 금요일 저녁. 홍대 콜키지프리 식당을 가기 전, 와인을 구매하러 한국술보틀숍에 잠시 들렀습니다. 물론, 제가 술담화 에디터임을 밝히고 미리 방문 예정을 말씀 드리긴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 정말 술만 사러 갔거든요. 에디터라고 항상 질문지를 갖고 가지는 않으니까요.


인사 한 번 드렸을 뿐인데 이럴수가. 30분 순삭... 여기 대표님 최소 ENFP... 인싸 끝판왕... 처음 뵙는 대표님과 바틀샵 이야기를 넘어 전통주 이야기까지 두런두런 나누고 온 썰 풉니다. 


주봉석 대표님
- 한국술보틀숍 대표
- 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




처음 들어서자마자 공간이 굉장히 알차게 꾸며진 느낌을 받았어요. 


시공부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한 보름 정도 걸렸을까요? 한국술보틀숍 공동대표인 제 친구와 함께 꾸린 공간이에요. 이 친구가 저와 함께 7-8년 동안 손 맞추며 그래픽 디자인과 인테리어를 했거든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분명해. 코로나라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 일단 해보면 경험하는 것도 많겠지. 같이 한 번 해보자.'라고 시작했어요. 올해 4월에 처음 오픈을 했죠.



증류주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여기에 또 스토리가 있어요. 젊은 2030 세대가 많은 홍대에 바틀샵을 열었어요. 저희 타겟은 그중에서도 여성 분들이었고, 이분들은 당연히 소용량 위주의 저도수 술들을 좋아하실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술 리스트를 꾸렸죠. 그런데 해보면서 알았어요. 오산이었다는 걸. 


여성분들이라고 막걸리 위주의 저도주만 선호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증류주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40도 증류주도 거침없이 구매하시고, 달콤한 술이라고 마냥 좋아하지도 않으세요. 현재 저희 매출의 60%가 증류주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죠. 



시음주가 제법 많이 갖춰져 있어요.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시음 1번 하는 것만 못해요. 시음주를 꾸리는 것이 저희에게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죠. 재미있어요. 어떤 술을 시음할지조차 잘 모르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곤 하는데, "어떤 술 좋아하세요? 취향이 어떠세요?" 질문을 드리면 "드라이한 술 / 단 술이 좋아요, 이 음식과 먹고 싶은 술을 찾으러 왔어요." 여러 말씀들을 해주세요. 그 대답을 캐치하고 적당한 술들을 취합하여 영점을 잡아나가기 시작해요. 


드셔 보시게 하고, 비슷한 계열로 한 번 돌고, '아니에요'라는 반응이 나오면 다시 돌아오고. 그 과정에서 그분 입맛에 맞는 술을 함께 찾아 나가고 있어요. 술은 감성 제품이에요. 직접 만져보고 마셔봐야 진가를 알 수 있죠. 



전통주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영화, 카페부터 해서 대중음악 콘서트, 뮤지컬, 미술 전시 등 각종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작업을 18년 동안 해왔어요. 꾸준히 이 일을 해온 제가 바라본 전통주는 공산품이 아닌 문화콘텐츠였죠. 제가 해왔던 일이 전통주에도 충분히 접목이 되어 있다고 봤고. 실제로도 그랬어요. 전통주를 소재로 새롭게 행사를 기획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고객들에게 이 술을 알리는 등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이전의 경험들이 많이 도움되고 있죠. 



전통주를 고객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객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죠. 전통주라고 해서 '명인이 만들고, 신라시대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만 하면 재미없어요. 그건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희석식 소주는 맛없어요, 전통주가 좋아요.'와 같은 말 역시 마찬가지에요. 희석식 소주가 누군가의 인생술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단정짓는 것은 곤란해요. 대신, 우리는 이런 술맛도 있다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죠. 술은 즐기는 것이잖아요. 무겁게 갖고 갈 필요가 없어요. 어깨에 벽돌 빼고 캐주얼하게 가면 돼요! 




바틀샵을 운영하며 대표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술을 마시는 즐거움은 고객 분들이 충분히, 알아서 즐기실 거예요. 저희가 할 일은 술을 고르는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소양을 갖춰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컨설팅을 의뢰하는데, 그때마다 말씀드리는 점이 있어요. '우리는 고객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서적에 나와있는 정보들 한 달 잡고 빠짝 읽는다고 되는게 아니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공부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는 것이죠.  




끝으로, 대표님은 한국술보틀숍을 두고 한번 더 강조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술만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술을 즐겁게 구매하는 경험을 판매하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술보틀숍 대표님은 매장 문턱을 넘는 모든 사람을 단 한 번이라도 웃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가게를 운영하신다고 합니다. 즐겁게 웃으며 술을 구매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한국술보틀숍을 방문했던 저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 속에서 웃으며 문턱을 넘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여러분도 그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