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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담화 Jul 08. 2022

술담화는 어떻게 술을 선정할까?

술담화의 구독서비스 프로세스 A to Z ① 큐레이션

술담화는 한 달에 한 번 전통주를 큐레이션해서 여러분께 전달해드리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사실 전통주 구독 서비스를 하는 곳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술담화가 특별한 이유는 전통주 소믈리에 분들이 직접하는 큐레이션과 고객의 문의에 빠르고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일 거에요.


그래서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술담화만의 구독서비스인 담화박스는 어떤 단계를 거쳐 여러분에게 전달되는지, 그 여정을 한 번 따라가 보고자 합니다.







담화박스의 시작, 이 달의 술 큐레이션



담화박스 큐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 전통주 소믈리에 이진우입니다. 

담화박스는 술담화의 핵심 서비스인 만큼 담화박스 팀에서 신경 써서 큐레이션하고 있어요. 




담화박스에 담을 술은 어떻게 선정되나요?


저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SNS로 전통주 관련 계정들, 양조장, 리뷰어분들을 팔로우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지금 약 1,600여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데요. 그분들이 신상술이 나왔다고 올려주시거나 맛있다고 리뷰해주신 술을 기록해놓고 있고요.


시간 날 때마다 바틀샵에서 신상술을 사오거나 온라인몰에서 안 마셔본 술들을 시켜 시음해요. 이 과정은 꼭 담화박스에 들어갈 술을 선정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에요. 가격이 높거나 전통주가 아니여서 담화박스에 들어가지 못하는 술들도 트렌드를 알기 위해 주문해 시음해보거든요. 이 중에서 담화박스에 들어가면 좋겠다 하는 술 리스트를 작성해 회의 때 가져가죠.


전 대상 시음평가 할 때의 모습


리스트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술 선정을 하는데요. 옛날에는 전 사원 대상으로 시음 평가를 했었어요. 근데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안하고, 담화박스 팀안에서만 시음하죠.


물론 팀에서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어요. 이 경우에는 팀원들 모두 전통주 소믈리에라서 결론을 내기 어려워요. 그럴땐 어쩔 수 없이 전 사원 대상으로 시음회를 진행할 때도 있어요.


술담화 직원들의 시음평


사실 이런 리스트 외에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계절이라던가 그달에 속한 공휴일, 컨셉 등을 정하고 술을 정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조율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너무 많이 생겨 요샌 주로 술을 정하고 컨셉을 부여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격도 중요한 요인이에요. 담화박스는 3만 9천 원이라는 정해진 가격으로 팔고 있기 때문에 그 가격에 맞춰서 구성해야 하거든요. 최대한 양조장 측과 가격 협상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안되는 경우 어쩔 수 없이 담화박스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최근엔 담화박스 대신 스티로폼 박스를 사용한 것을 거의 못봤는데, 이유가 있나요?


기존에는 더운 여름철에 생주를 보낼 경우, 상하면 안 되니까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어서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하니까 술담화의 아이덴티티가 잘 안 드러나는 거예요. 그래서 최근에는 웬만하면 스티로폼 박스를 자제하고 박스에 술담화 로고가 있는 하얀 담화박스를 사용하려고 해요.


(왼쪽)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된 담화박스 (오른쪽) 술담화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담화박스



상자의 변화도 술 선정에 영향이 있겠죠?


네,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지 않으면 온도에 민감한 생주는 배송 중에 변질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생주는 주로 겨울철에 구성하고, 여름철에는 온도에 민감하지 않은 살균주나 증류주 위주로 구성하게 되었죠.


그 외에도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도 바뀐 점도 있어요. ‘양조장이 겹치지 않고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 ‘탁주, 증류주 등등 다양한 주종을 받았으면 한다.’라는 의견이 있어서 최대한 양조장과 주종이 안 겹치게 선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증류주로만 구성된 증류주 담화 박스도 출시했는데, 따로 출시한 이유가 궁금해요.


증류주는 말 그대로 증류를 거치기 때문에 원재료 대비 나오는 술의 양이 적고, 증류기 자체도 매우 비싼 편이에요. 게다가 오랜 시간 숙성 과정도 거쳐야 하죠. 그러다 보니까 가격대가 대체로 높아요. 그런데 기존의 담화박스는 3만 9천 원이라는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넣을 수 있는 증류주에 한계가 있었어요.


게다가 담화박스에 담으려면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한 번에 많은 양을 납품할 수 있는 증류주 양조장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증류주 담화박스를 보면 가격도 담화박스보다 높고, 물량도 한정되어 있죠.


그리고 고객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는데 다른 술보다도 증류주만 담기는 박스를 원하시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그래서 증류주 담화박스를 만들었고, 지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증류주 담화박스



담화박스에 담고 싶었지만 못 담은 술도 있나요?


지금 생각나는 두 곳이 있는데요. 먼저 주향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곳은 특별하게 숙성 전용 항아리에다가 숙성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장독대는 사실 숙성 전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담을술공방은 배상면 선생님의 노하우를 담은 진짜 숙성용 항아리를 5년간 연구 끝에 개발했어요.


이 항아리가 알려지면서 여러 유명한 소주 양조장들은 대부분 담을의 숙성 항아리를 써요. 대표적으로 2019년 대통령상을 받은 ‘모월 인 41%’와 박재범 소주로 유명한 ‘원소주’가 여기 항아리를 써요


주향의 숙성 항아리에 담긴 주향 기다림 ⓒ담을 술공방  /  청명주 ⓒ 한영석 소장님 페이스북


또 하나는 한영석 청명주인데요. 누룩 명인이신 한영석 소장님이 만드신 술이에요. ‘좋은 술은 좋은 누룩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철학으로 양조와 누룩 연구만 10년 넘게 하시고 정식으로 출시하신 술이랍니다.


특이한 점은 똑같은 레시피로 누룩만 다른 종류로 바꿔서 두 가지 종류의 청명주를 출시하셨다는 점이예요. 둘다 같은 청명주 이름을 쓰지만 맛이 오묘하게 다르답니다. 누룩의 종류는 청명주 옆에 붙어 있는 스티커 색으로 구별할 수 있어요.


출시 되자마자 엄청난 주문요청으로 물량이 부족해 담화박스에 못 넣은 정말 아쉬운 술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담화마켓에라도 입점시키려고요! 언젠가는 꼭 한영석 소장님의 술을 담화박스에 넣는 게 목표입니다.




가장 최근에 선정한 술은 어떤 술이었나요?


최근에 선정한 술은 예술주조의 만강에 비친 달이 있어요. 담화박스 술은 배송 직전까지 비밀로 해서 정확한 달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가을 시즌 담화박스에 들어갈 술이에요.


예술주조의 만강에 비친 달


예전에 나온 술이지만 맛있는 배치의 술이 나오면 술담화로 직접 보내 주시기도 하거든요. 이전에는 굉장히 드라이하면서 산미가 강해 대중적으로는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내주신 건 달콤하고 단호박의 느낌을 잘 살려서 많은 분이 좋아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담화박스를 구성할 때 최대한 안 겹치게 하고 있거든요. 만강에 비친 달은 단호박으로 만든 술인데, 역대 담화박스에 단호박으로 만든 술을 넣은 적이 없어요. 이렇게 여러 조건이 맞아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담화박스 큐레이터로서 고객에게 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를 마칠까요?


저의 추천으로 인해 누군가의 술자리가 잠시나마 행복해지길 바라요. 그래서 담화박스에는 제가 맛없다고 생각하는 술은 절대 넣지 않고 제 취향이 아니어도 한 번쯤 경험해보면 좋을 가치 있는 술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맛있는 술이 한국에도 참 많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술을 잘 못 마시는데 큐레이터님이 추천해 주시는 술은 참 맛있네요” 같은 말을 들을 때 뿌듯합니다. 정말로 “전통”의 술도 있지만 그보다, 맛있는 술이 한국에도 참 많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담화박스가 궁금하다면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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