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화의 구독서비스 프로세스 A to Z ②큐레이션 카드와 담화피디아
전통주 큐레이터가 고심해서 선정한 술만 있다고 담화박스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큐레이터만 그 술의 진가를 알고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죠.
그래서 담화박스에는 받는 사람도 술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술의 정보를 넣은 큐레이션 카드와 술에 대한 흥미를 불어 넣어 줄 담화피디아를 함께 넣고 있어요.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술담화의 큐레이터분들이 담당하고 계시는데요. 담화박스가 더 특별하도록 노력하고 계신 두 큐레이터분과 담화 나눠봤습니다.
채원 : 큐레이션 카드는 제조 방법, 맛과 향, 추천하는 안주, 스토리텔링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선 무엇보다 전통주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맛과 향이 쉽게 상상할 수 있게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양조장이나 술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예요. 상압증류, 감압증류, 단양주, 이양주 이런 용어는 술을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쉽게 풀어서 쓰려고 하고 있죠.
재민 : 원래 옛날에는 섹션이 나뉘어 있지 않고 하나의 줄 글로 작성했어요. 그러다 보니 전달력이 떨어졌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섹션이 나눠진 지금의 큐레이션 카드가 탄생하게 된 거예요.
채원님이 말씀하신 제조 방법, 맛과 향, 추천하는 안주, 스토리텔링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도수나 원재료 등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향미 그래프 등이 있어요. 사실 이런 정보는 일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특별한 점이라면 추천하는 잔이 있어요.
사실 와인은 와인처럼 마셔야 한다는 식의 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면 전용 잔이 없으면 술을 잘 즐기지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굳이 와인잔 없어도 와인 맛있게 즐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죠.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잔에서 테이스팅하고 어느 정도 향이나 맛이 살아나는 편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있죠.
전용 잔이 없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채원 : 음용 온도도설명해드리고 있어요. 특히 증류주는 음용 온도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상온에 두고 마셔도 보고 냉장 보관하고 마셔도 보고, 또 어떨 때는 냉동보관 후에 마셔보면서 테스트하고 있어요.
채원 : 우선 담화박스 팀의 큐레이션으로 술이 선정되고 나면, 선정된 술에 대한 샘플을 가져와요. 그러면 저를 포함한 큐레이터분들이 샘플을 받아보고 시음하죠. 각자 시음한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를 교차 검증하고 맛과 향에 대한 부분을 작성해요.
동시에 저는 스토리텔링 부분에 대한 1차적인 리서치를 진행해요. 초안을 작성할 때 문헌이나 양조장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하는데 자료가 부족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초안을 양조장에 메일로 보내 확인해요. 그러면 잘못된 정보는 바로잡아주시고, 추가적인 내용을 보내주실 때도 있어요. 그걸 토대로 작성하고 있죠. 그리고 양조장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페어링을 작성해요.
채원 : 네, 큐레이션 카드에 들어가는 추천 안주는 실제로 구독자분들이 참고해서 같이 드시는 경우가 많으세요. 그런 만큼 신경써서 직접 먹어보고 페어링하고 있어요.
일단은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안주를 조금 적어놓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술이 화사하고 도수가 세면 대체로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거든요. 그럼 기름진 음식이 어떤 게 있는 지 나열해보면서 생각해요.
그런 다음 실제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요리해서 먹어보죠. 대체로 생각했던 대로 페이링이 좋지만, 생각 외로 페이링이 안좋은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꼭 먹어봐야 해요.
채원 : 상록수 40도 큐레이션 할 때가 기억에 남는데요. 상록수 40도의 경우 도수도 높고 작열감이 있는 술이라서 당연히 기름진 음식이랑 잘 어울릴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꿔바로우랑 고등어구이랑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의외로 고등어구이랑 먹었을 때 비린 맛이 톡 튀면서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안주랑 어울릴까 고민하다가 집에 남아 있던 떡갈비랑 먹었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래서 의도치 않게 집에 있던 반찬이 추천 안주가 되었죠.
채원 : 맞아요. 맛과 향은 주관적인 영역이다 보니까 객관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노력 중 하나가 향미 그래프인데요. 향미 그래프는 술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수치화한 그래프예요. 술담화에 있는 큐레이터 세 분이 같이 이야기하면서 수치를 통합하고 있어요.
재민 : 우선 막걸리, 약주, 와인, 증류주마다 수치화하는 키워드가 다른데요. 각각의 술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서 막걸리와 와인에는 탄산감이라는 수치를 포함하지만, 증류주에서는 애초에 탄산을 가질 수 없는 술이니까 탄산감이라는 수치가 없거든요.
그리고 막걸리와 약주 같은 경우에 보편적으로 술을 표현할 때 쓰는 키워드들이 있어요. 산미, 당도 등 이런 보편적인 것은 당연히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증류주 같은 경우는 위스키를 표현하는 방식을 많이 참고했어요.
재민 : 사실 큐레이션 카드에 들어있는 술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제공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술담화가 추구하는 다채로운 술자리를 위해서 제공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을 때 담화박스에 담기는 술을 테마로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고 한 거죠.
단순히 술을 마시고 즐겨라가 아니라 이 술이 가진 여러 이야기를 알게 되면 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술이 가진 여러 이야기를 알게 되면 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채원 : 무엇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리고 누구나 알 법한 뻔한 이야기들은 잘 안 다루려고 해요. 저도 궁금했던 내용을 많이 다루는데, 그러다 보니까 저도 새롭게 알아가고 작성하면서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이런 정보 콘텐츠는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재미없어 아무도 안 보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어려운 용어나 이야기를 피해서 쉽고 재밌게 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채원 : 많죠. 우선 소비자 관점으로 생각하는 게 어렵긴 했어요. ‘소비자들이 과연 이 이야기를 궁금해할까? 재밌어할까? 어렵진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작성하죠.
그리고 각 양조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술에 대해서 쓰기 때문에 너무 광고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글의 흐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재민 : 어려운 점은 분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이해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높여야 되다 보니까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하는 게 어려운 미션이죠.
그리고 최대한 콘셉트를 가지고 담화피디아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사실상 무작위로 선정되는 담화박스 술로 매번 콘셉트를 잡는다는 게 어렵긴 하죠.
명확한 콘셉트가 있을 때는 담화피디아를 작성하기 수월해요. 예를 들어 올해 2월에는 주주총회라고 해서 동물이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었어요. 그래서 초파리는 짝짓기에 실패하면 술을 찾아 떠난다, 코끼리도 술 마시고 취한다 등 동물과 관련된 술 이야기를 담았죠.
반면 명확한 콘셉트가 없을 때는 그달의 담화박스에 담긴 술을 묶을 수 있는 특징을 잡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큐레이션 카드에서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담화피디아를 통해서 추가적인 설명을 할 때도 있죠.
채원 : 작년 12월에는 연말 기념으로 술담화 직원분들이 구독자분들에게 연말 인사하는 느낌으로 담화피디아를 작성했어요. 술에 대한 콘셉트는 아니지만 이렇게나마 구독자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열린 것 같아서 굉장히 뜻깊었던 담화피디아였죠.
채원 : 술담화 큐레이터가 여러분이 전통주를 재밌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한 노력의 결과니까요. 꼭 한번 읽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재민 : 사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확한 정보 전달과 재미를 위해서 한 달의 절반은 정말 담화피디아와 큐레이션 카드를 작성하기 위해서 노력하거든요. 그래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부하니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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