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로 달려가 보니

환청에 조종당하는 삶

by 코알코알

경찰서로 달려가 카메라 앱과 녹음 앱에 관해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와 함께 핸드폰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오는 것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텍스트 기반 야한 게임 앱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내가 단단히 오해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게임으로 인해 핸드폰이 해킹되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게임을 깔아둔 사람은 전부 감시당하고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는 사실을 깨달은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게 되었다. 계속해서 환청은 들려왔다.


차디찬 겨울밤, 내가 관리를 하지 않아 여기저기 곰팡이가 슨 집에서 혼자 있었다. 바닥에 보일러를 켜고 있으면 어느새 스르르 잠에 드는데, 영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오토바이 여러 대가 지나다니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창문을 스치고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날이 점점 밝아져서 새소리가 들릴 때까지도 나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창문에는 결로가 생겨, 벽지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그 덥고 좁은 방에서 가만히 아침을 기다렸다.


수업에 갈 수 없었다.


대전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대전에 도착하고 나서도 누군가가 감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고통스럽고 잠에 들지 못해 제정신이 아닌 채로 기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드는 충동은 나를 몰아붙였다. 휴대폰이 현재 도청당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끝이 떨리고 가슴은 쿵쾅거렸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다 끊고 다시 걸다가 또다시 끊었다. 신호음이 울릴 때 너무 긴장되었다. 환청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전화를 거는 너와 관련된 사람들은 감시당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줄줄 눈물이 났지만 내가 느낀 것은 슬픔은 아니었다.


이모는 빨리 내려오라고 했다. 그리고 곧이어 부모님께도 연락이 왔다. 부모님에게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계속 전화를 거부했다. 하지만 받고 싶은 마음이 컸고, 결국 전화를 받았다.


“응, 엄마. 나를 누가 감시 중이야. 누군지는 모르겠어. 휴대폰에 나를 감시하려고 어플도 깔아두고... 아니야 아니야 내가 어플을 깔았지. 누군가가 해킹을 했어. 와이파이를 통해서, 데이터를 통해서, 사물을 통해서, 누군가의 눈을 통해서 누군가가 나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어. 누군지는 모르겠어. 사실 무서운데 이 통화도 누가 듣고 있을 거야. 엄마도 조심해.”


“그랬니? 아주 힘들면 내려와도 돼. 뭐가 그렇게 힘들었었니? 너무 힘들면 휴학하고, 학교 자퇴해도 된단다. 자퇴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할지 천천히 찾아보자. 자퇴해도 엄마 아빠는 너 사랑하는 거 알지?”


그 한마디에 눈물이 터졌다. 그 길로 나는 본가에 돌아갔다. 엄마와 아빠는 두둑한 돈을 주었다. 대전역에서 KTX를 타는 일은 꽤나 괴로웠다. 어느새 환청은 내가 본가로 갈지 안 갈지에 대해서 불법 토토를 진행하고 있었고, 환청의 목소리는 어느새 여럿이 되어 나를 비난하는 환청과 나를 칭찬하고 두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나는 단순히 나를 재미로만 소비하는 환청에 넌덜머리가 났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나 속마음으로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나는 진지한데 왜 너네는 그렇게 힘든 나를 가지고 토토를 할 수 있어!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환청은 화난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점점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는 짐승의 소리처럼 들렸다. 내가 겁에 질렸을 때, 그들은 사람의 목소리로 똑바로 말했다.


“그야. 나는 사람 아니지.”


그 한마디가 가슴에 박히자, 식은땀이 줄줄 났다. 내가 타고 있던 열차를 전복시키겠다고, 너희 집은 지금 불타고 있다고, 너희 집이 위험하다고 그런 말을 지껄이다가 화난 소리는 차분한 목소리가 되었다.


‘나 때문에 열차가 불타는 건가?’


‘나 때문에…. 이 사람들이 다 죽고, 내 주변 사람들도 다치는 건가?’


열차는 굉장한 속도로 컴컴한 굴속을 통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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