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조현병, 날지새우는 날이 많아지다
모든 나사를 전부 검은 절연테이프로 덮고 나서도 잠 못 드는 나날은 계속되었다. 나는 술을 좋아하는데, 오렌지주스와 소주를 섞은 싼마이 느낌의 칵테일을 좋아했다. 오렌지주스와 소주를 반반 비율로 대접에 쏟아 마시는 방식으로 들이켜 마시는 것인데, 그 칵테일을 먹으면서 술을 연예인들과 같이 마시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내 하루의 끝이었다. 대접을 우악스럽게 잡고, 오렌지주스와 편의점 얼음 그리고 소주를 부어서 젓가락으로 휘휘 젓는다. 주량은 소주 2병에서 3병이므로 문제가 없다. 나는 감시당하는 기분에서 벗어나 즐거운 기분이 되고 싶은 마음에, 냉장고 문을 벌컥 열고 오렌지주스를 콸콸 쏟았다.
오토바이 소리만 이따금 들리던 겨울의 밤에 나는 두 대접의 칵테일을 뚝딱 비웠다. 눈물이 가득 고인 채로 오렌지주스를 따랐다. 그때 소주가 없어 울었다. 오토바이와 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물론 닦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죽은 듯 있었는데, 아직 살아있는지 눈물만 흘렀다. 그때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큰 페트병 맥주와 작은 캔 8개. 페트병 맥주를 감당할 수 없었던 나는 작은 캔을 4캔, 아니 5캔 정도를 먹었던 것 같다. 어느새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대중탕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거기라면 몰래카메라는 없다고 생각하며 목욕탕을 이용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감시카메라는 24시간 붙어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 끼치기 싫었던 나는 결국 대중탕을 갈 수 없었다. 그 후로부터는 급성 조현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기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셨다. 술이 조현병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병을 앓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술을 마실 때 주사가 청소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내 주사는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혼술을 하다 보니, 앞에 놓여있던 것이 더러운 방과 하지 못한 과제였을 뿐이다. 나는 술을 마시며, 청소하고 빨래하고 샤워하고 했다. 술의 힘을 빌려 환청이 들려도 쌩깔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사람과 술을 마셨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충동성을 못 참고 막말을 했을 수도 있고, 조현병과 술 콤보로 상대를 때렸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술을 마시며 나는 조현병이 심해졌을 때 원룸에서 옆집을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었다.
기말고사를 보는 당일, 나는 프로그래밍 과목 시험에 가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너 혹시 범인이 너 핸드폰에 도청 장치와 카메라 앱을 깔아둔 것 알고는 있어?”
나는 기말고사를 포기하고 택시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