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소음 그리고 조현병
날씨는 서늘하고 햇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센 날이었다. 구름은 거의 없어 맑은 날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바람은 쌀쌀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었다. 그날도 두꺼운 검정 롱패딩을 껴입고 한가하게 편의점 치킨을 뜯고 있었다. 그 학기의 중간고사는 치렀지만,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나는 기말고사는 치르려던 3주 전부터 옆집의 남자가 벽을 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소음을 내는 나에게 보복하는 보복성 소음이라고 생각하였다. 내가 소음을 내거나 의자를 끌 때, 노래를 들을 때마다 따라 벽을 쳤다. 내가 의자를 찍 끄니, 그 남자도 쿵 친다. 내가 세탁기를 돌리니 그 남자도 따라 소음을 낸다. 내가 드라이기를 켜니 그 남자도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나는 점점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일 수도 마음 편히 생활 소음을 낼 수도 없었다.
점점 쿵 소리가 아닌, 사람의 말소리로 변했다. 처음에는 웅얼거리는 소리였는데 점점 명확해지는 말소리. 점점 늘어나는 사람의 숫자. 나는 그 안에서 미쳐가고 있었다. 어떤 때는 남자의 목소리, 어떤 때는 여자의 목소리, 어떤 때는 사람들의 성난 소리. 웅얼거리는 소리 때만 해도 벽이 얇아서 처음에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명확해졌다. 내가 없을 때 내 집에 누군가가 침입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되었다. 누군가 전자기기를 놔두고 갔다. 그게 뭔지 정체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밖에 말이 되지 않았다.
점점 망상이 심해지고 환청의 정도는 심해졌다. 나는 평소에 청결을 신경 쓰고, 손톱도 제때 맞춰 깎았지만 생활 소음을 내면 민폐라서 꾹 참았다. 빨래는 쌓여있었고, 손톱에는 거무튀튀한 때가 끼어있었다. 손톱은 마녀같이 길었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화장은 할 수 없었다. 화장을 지우려면 세수를 꼼꼼히 해야 하고, 소음이 꽤 컸다. 화장실은 다른 사람의 안방이랑 연결되어 있어서 나에게는 부담이었다.
그때는 코로나가 막 끝난 시점이라 나에게는 내가 이상하다고 말해줄 친구조차 없었다. 나는 학교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샤워는 낮에 하고 밤에 하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세탁할 때는 아침 9시쯤 일어나 세탁을 하고 집을 비웠다. 집에 있으면 누군가 비난할 것 같아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세탁이 다 될 때쯤 집에 돌아가면 욕이 나에게 쏟아지듯 날아왔고,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 되어있는 빨래를 한참 동안 널었다. 빨래를 한꺼번에 해서 공간이 부족할 때는 옷장을 열어 주섬주섬 옷걸이를 집어 들었다. 그러다가 건조대가 무너지면 다시 빨래를 주웠다. 그제야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도 닦지 않고 나는 건조대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조립해서 나는 빨래를 걸었다.
기말고사는 한 과목 빼고 보지 못했다. 한 과목에서 B0가 나오고 나머지는 중간고사를 봤으니 C+이 나왔다. 원래는 과제도 잘했으며, 시험도 중간고사 때는 1등인 과목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내려왔다. 내려올 때도 감시당하고 있다고 믿었다.
망상이 더 심해졌다. 나에 대한 험담, 나의 과거사, 나의 단점들을 줄줄이 말한다. 그러다 어느 날에는 내 장점에 대해서 말한다. 가수 누구가 너를 좋아한다더라, 여자 래퍼 누구가 너를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 한다더라, 방송사에서 너를 보고 싶어 한다더라 등등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부터 외모에 대해 구체적인 칭찬을 하거나 실제로 있던 일을 칭찬하는 등의 이야기도 했다. 나는 처음부터 그런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환청은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자기 직전까지 나를 괴롭혔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면 처음에는 들리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그걸 뚫고 들어왔다.
녹음기를 켜고 있을 때는 들리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엄청나게 못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에게 악의를 품었을까? 나는 그렇게 미움을 살만한 못된 짓을 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국정원, 해커, 침입자…. 그때 별생각이 들었다.
밤이 되었다. 국정원이 보낸 말들이 전파를 타고 온다. 해커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누군가 침입을 했다고, 내가 보내고 있는 말들은 마음에 드냐고 묻기 시작했다.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닥쳐!”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잠잠하다가 쿵쿵거리는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옆집 남자다. 숨을 죽였다.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밥을 먹지 않아 천장이 빙글빙글 돈다. 밥을 먹을 때 밥알을 씹는 소리가 신경 쓰여 밥을 나가서 먹거나 먹지 않았다. 겨우 참아왔던 건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옆집에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끄럽게 삼겹살을 굽고 환풍기를 크게 틀었다. 일부러 쩝쩝거리며 밥을 먹었다. 밥을 먹을 때 눈물이 났다. 한참을 훌쩍거리며 햇반을 먹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 소리 너무 컸었나? 갑자기 신경 쓰인다. 아, 묘하게 거슬린다. 신경 쓰지 말자. 그나저나 이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는 처음이다. 내킨 김에 시끄럽게 샤워도 했다. 몸을 시끄럽게 문지르고 한바탕 오줌도 갈긴다. 노래도 크게 틀며 시끄럽게 불협화음으로 불렀다. 열받으면 찾아와라.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 뜨거운 온도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샤워를 했다.
“너 지금 샤워하지?”
들어본 적 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옆집 남자도 아니다. 알몸인 채로 욕실에서 뛰쳐나왔다. 비눗물이랑 거품이 방바닥에 이리저리 놓였다. 다시 욕실로 들어가 CCTV가 있나 살펴봤다. 당연하게 아무 곳도 없었다. 일단 몸을 헹구고, 드라이기를 틀지 말지 고민하다 소심하게 틀었다. 벽을 치는 소리에 나는 드라이기를 더 크게 틀었다.
다음날 나는 욕실에 있는 모든 나사란 나사는 전부 검은 절연테이프로 덮었다. 세입자라서 나사를 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병이 호전되어 환청은 전혀 들리지 않아서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전부 환청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옆집 사람은 악의를 품지 않았음이 확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