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여행지에서 생긴 일

by 지락

초원사진관에 도착했다. 사진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군산 여행에서 꼭 방문하는 곳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전면에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포스트가 붙어있고 출입문 옆에 주인공이 타던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마치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했다.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길 건너편에는 사진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우리 부부도 슬며시 줄에 합류했다.

한 쌍의 연인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었다. 검은색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는 손을 모았다가, 한 손을 올렸다가, 한쪽 다리를 내밀었다가, 옆으로 돌았다가 다양한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남자 친구에게 다가가 사진을 확인하고 부족한 듯 다시 찍기를 반복했다. 여행지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여수의 미디어아트 전시장에 갔을 때였다. 젊은 여인이 하얀 원피스를 예쁘게 입고 작품 영상이 투사되는 벽면에서 발레리나처럼 움직였다. 맞은편에서는 젊은 남자가 한쪽 무릎은 꿇고 한쪽 무릎은 세운 상태로 상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팔을 뻗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던 사람이 요즘은 남자가 무릎을 내어주는 시대라며 웃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사진관 앞의 연인은 오히려 사랑스러웠다. 이런 장면을 자주 보게 되면서 어느 순간 내 눈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했다.

우리 순서가 되었다. 카메라 거치대가 몹시 아쉬웠지만 숙소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남편이 먼저 사진관 앞으로 걸어갔다. 혼자 서 있기가 어색한 듯 쭈뼛거리는 동안 빠르게 셔트를 눌렀다. 이번엔 역할이 바뀌었다. 내가 사진관 앞에 있는 순간을 남편은 열심히 휴대전화기로 담았다. 한 번에 끝내고 싶었다. 나이 들어 사진 찍는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였다. 얼른 찍고 빨리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때였다. 한 젊은 부부가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순간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 찍어 주시네요. 제가 두 분 같이 찍어 드릴게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휴대전화기를 달라는 의미였다. 얼떨결에 휴대전화기를 건네주었고 함께 있는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그 부부는 우리가 서로를 찍어 주는 모습이 안타까웠던지 지나가다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타인의 불편함을 알아차리고 선뜻 나서 주는 태도가 놀라웠다. 나의 고맙다는 말에도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떠났다.

사진 찍는 일을 사소한 것이라 여기면서도 막상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찍어 준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았다. 타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서로 뭉쳐지지 않는 모래알처럼 보였다. 같은 장소에 줄지어 서 있지만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이 매너라 생각했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 단정했기 때문이다.

근대건축물을 보기 위해 시작한 여행이었다. 조선은행, 군산세관, 신흥동 가옥들을 보며 1930년대 시간 속을 걸었다. 아름다운 건축과 아픈 역사가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무엇보다 그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이 떠오른다. 미처 다가가지 못한 마음을 헤아려 먼저 다가와 준 젊은 부부의 친절이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던 편견 하나에 균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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