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의 방심은, 한 사람의 삶을 멈춘다
같은 현장을 보아도
남는 것은 모두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을 기억하려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지역별로 특성 있는 구간이 많다
그중 일부 지역은 공장이 밀집한 곳이 있다
정확히 어떤 공장들이 모여있는지 다 알 수 없지만
몇몇 신고를 통해 방문한 곳들은
대부분 의류, 플라스틱 물건 창고, 폐기물 업체 같은 곳이었다
이런 공장의 경우 일하는 직원은 적으면 2명, 많게는 수십 명까지 확인된다
그리고 365일 중 360일은 공장이 가동된다
쉼 없이 돌아가는 곳이다
이런 곳에도 죽음은 존재했다
.
공장이 많은 지역은 인적이 드물다
대형 트럭, 중장비 차량은 많이 다니는 데
근처에 사람은 안 산다
당연한 걸까
그래서인지 도로, 인도는 관리되지 않는 상태고 스산한 기운까지 감돈다
다들 이 지역을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모르겠지만
현장을 관찰해 보면 다들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간단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몇백 톤이 넘는 폐기물을 종류에 따라 분류하고
중장비로 옮겨 공장에서 파쇄하고 담는 동안
쌓여가는 먼지와 악취는 일반인들에게 유해물질이지만
이들에겐 일상이 된다
결국 그들은 고단함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곳은 고단한 일을 하는 곳
일상이 되기엔 그렇게 가벼운 일을 하는 곳이 아니다
너무 익숙해진 탓일까
매일 반복하던 현장의 두려움, 무서움은 쉽게 잊어버리고
'당연히', '매일 하던 일'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다가가면 봉변을 당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그 봉변의 대상자는 운이 좋아야 신체 일부분을 목숨값으로 지불하고
짧게나마 삶을 이어갈 기회를 얻지만
운이 나쁘면 결국 한순간에 삶을 잃는다
내가 처음 과학수사대에 발령 난 날
선배들은 그 운 나쁜 사람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는 의류 폐기물 업체 사장이었다
젊은 날부터 고된 일을 했지만 성실함의 보상을 받듯 그 업체를 일구게 되었다더라
사장이 되어도 성실은 몸에 각인되어
직원들 쉬는 날에도 혼자 출근해
매일 가동되는 기계에 끼니를 챙겨주러 가듯 일을 했다더라
그렇게 몇 년을 고단하게 일했고, 일상이 되고, 삶으로 자리 잡았다고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긴 휴가를 마친 직원들이 공장에 돌아와 보니
주차장에 덩그러니 사장의 차만 놓여있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장이 공장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겠지 싶었다더라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일을 하고 있으면 웃으며 다가와 인사하길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쉼 없이 돌아가던 파쇄기 옆 자루에서 걸쭉한 잔해로 발견되었다
직원들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파쇄물의 형태를 보고
꿈이길, 현실이 아니길, 설마 아닐 거야 하며 겁이 나 경찰에 신고했다 말했다
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는 말 있지 않은가
형사, 과학수사 요원, 검시관 모두 잔해를 보고 직감했다
그 걸쭉하고 분쇄된 조각이 사람 었던 존재란 걸
결국 파쇄기에서 나온 잔해, 몇 자루 내용물을 뒤엎고 뒤져
사람이었던 그 조각들을 한 무더기 발굴해냈다고 한다
당시 10년 넘게 근무한 직원들과 함께였다지만 다들 끔찍하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그렇게 그 잔해는 유전자 감정을 통해 공장 사장.. 의 신원으로 돌아왔다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담당형사는
공장 내부를 촬영하고 있던 CCTV파일을 긁어모아 몇 날 며칠을 돌려보았다
그렇게 그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긴 연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간
여느 때처럼 그는 잠시 공장에 들렀고
한두 번 두리번대다 의미 없이 돌아가는 파쇄기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일을 주듯 혼자 폐기물 자루를 옮겨 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중심을 잃고 그 자루들과 함께 파쇄기에 끌려가 통과하고 며칠이 지나 직원들이 출근해 발견된 거였다
그렇게 그의 사건은 '사고사'로 종결 났다
.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파쇄된 시신"은 <내 평생에 보고 싶지 않은 존재>란 생각부터 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매 년, 비슷한 지역, 공정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제 곧 내가 보게 될 수도 있단 거다
공장단지에서 발생하는 사고사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처음 볼 때, 겪을 때 거대하고 두려운 존재, 무섭고 시끄러웠을 기계들이
계속 겪다 보니 익숙해져 주의하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항상 신은 내 편이 아니란 말 있지 않은가?
당신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단 건
앞으로도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게 아니라
아직까지 당하지 않은 거지, 앞으로 당할 수 있단 말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무탈하고 소중했다면
앞으로도 삶도 소중하게 대하길 바란다
우리는 사고를 '불운'이라고 부르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작은 방심에서 시작된다
그 짧은 순간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멈추게 한다는 걸
나는 그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