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라는 말 뒤에 남는 것들
같은 현장을 보아도 남는 것은 모두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을 기억하려 한다
그 흔한 말 있지 않은가
인간이란 태어날 때도 혼자, 갈 때도 혼자라는 말
나는 자의적, 타의적 '혼자' 삶을 떠나는 분을 수 없이 만난다
오늘은 그런 분 중 한 분의 이야기를 하련다
.
매서운 추위가 가고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다
나는 벌써 반팔을 입고 다니며 여름을 기다린다
하지만 계절은 아직 '봄'을 뽐내는 시간
TV에선 전국 각지 봄꽃 개화시기를 자랑하며 봄을 알리고 있다
모두가 반기며 기다리는 봄
사람이 붐빌수록, '혼자'라는 단어의 의미가 더 시리게 느껴진다
이럴 때 '혼자' 쓸쓸히 떠란 분들이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길 바라' 고개를 들듯 도드라져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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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지역 중 한 곳은 아주 오래된 동네가 있다
이전 세대에겐 '부'의 상징이었으나
지금같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는 동네에 비교하면 허름하다를 넘어 볼품없는 판자촌 취급을 받는다
주로 노년층이 거주하는 곳으로 대부분 노환, 지병으로 사망하는 '병사'의 동네라 불린다
(가끔 알코올러버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가진 곳에서 '부패 변사' 신고가 들어왔다
'고독사겠지, 겨울이라 냄새가 덜 났었나? 얼마나 부패길래 호들갑이야'
머릿속으로 여러 가설과 생각이 뒤엉키며 잡음으로 바뀔 때 즈음
현장 주변 골목길에 도착했다
수많은 주택 사이 현장을 찾기 위해 골목길을 배회할 때 즈음
저 멀리 지구대 경찰관 복장을 한 직원이 손을 흔들었다
"빨리 오셨네요! 냄새가 심해 밖에 있었습니다.
악취가 심해 현관문 안으로는 못 들어가서... 신원을 모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이게 무슨 무책임한 말인가
기본적으로 최초 출동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정해졌는데
신원은 부패돼서 못 찾았다 쳐도, 주민조회는 할 수 있을 텐데...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테지
이런저런 욕을 하며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은 소방관이 강제개방한 곳으로 범죄의심점은 적은 곳이라 사건처리에 부담이 적었다
하지만 내부 진입은 꺼려졌다
'이 집을 깨끗하다 해야 할까... 더럽다고 해야 할까...'
저장강박이 있는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물품정리는 잘 되어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톤이 누렇고 거무튀튀하게 변색되어
한눈에 '위생적이진 않다'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문득 보이는 신발, 옷, 모자 등 살림살이의 크기를 보니 체구가 꽤 크단 게 연상되었다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방문을 열어보니
거구의 남성이 앞절을 하듯 앞으로 고꾸라진 자세로 부패되어 있었다
또 거구여서 그런지 시신에서 나온 부패 체액의 양이 상당해 방바닥을 뒤덮었다
원래의 장판색은 거실 장판으로 대신해 유추해야 할 정도였다
이런 악조건에서 검시할 수 없어 장례식장 직원을 불러 시신을 수습했다
나중에 검시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경부(목)에 기관절제술의 흔적, 삽입된 관과
한 손에 그 관의 부속품을 꽉 쥐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집안에서 발견된 공무원 퇴직 연금 서류, 항암치료 내역
그 서류를 토대로 주민센터에서 확인한 연고 없는 기록
고인에게서 본 기관절제술 흔적
고인은 한평생 '혼자'였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기 전 삶이 끝날지 모르고 기관절제공을 교체할 신호로 여기고
움직이다 그렇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찾아오는 이 없이 쓸쓸히 지냈으리라
죽은 이에도 찾아오는 이 없을 사람이었다
이런 분이 '혼자'라는 단어의 의인화 같았다
하지만 이 또한 개인적인, 편견이었다
나중에 듣고 보니 건물주(임대인)가 이분을 챙기고 있었다더라
물론 동네 특성상 건물주(임대인)도 고령의 노인으로 자주 왕래하지 못했을 뿐
서로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며 연민을 품고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여기고 살아갔다더라
그리고 주변에서 고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창문틈 쾌쾌한 냄새가 혼자 사는 남성의 삶의 흔적이라 여기지 않고 신고한 것이더라
바닥에 바짝 엎드린 고인의 자세로 인해 보일러 온도를 온몸으로 받아 부패된 것이었다
오히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얼마 전 버스에서 '김창욱 쇼'의 한 장면을 보았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는 마음에 박혔다
"혼자이지 못한 사람이 결국 혼자가 된다"
"혼자라는 사람 주변을 둘러보면 절대 혼자였던 적 없다"
"그러니 당신은 절대 혼자일리 없다"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해 '혼자'이길 바라는 사람부터
주변에서 '저 사람은 외로울 거야, 외로웠을 거야'라며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까지
사실 우리 모두 혼자였던 적이 없다
.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혼자'라고 단정한다
가족이 없고, 찾아오는 이가 없을 거라며, 세상과 단절시켜 바라본다
하지만 누군가는 멀리 서라도 기억하고
누군가는 냄새로 그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마지막을 기리며 존재를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의 삶이 '혼자'였다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