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환생을 믿는다면…
얼마 전에 갑자기 몸을 부르부르 떨었던 적이 있다. 몸을 내가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눈뜬 채 소리도 낼 수 없는 경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그대로였다. 육체의 감각은 느끼지 못했지만 정신은 또렸했다.
죽음은 육체를 없애지만 그 정신은 어디 가는 걸까. 과학 시간에 배운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영혼은 계속 지구 안에서 윤회되는 것은 아닐까.
이 땅에 존재했었던 누군가를 떠올려본다. 고대에는 추위 때문에 얼어 죽기도 했던 영혼, 동물과 다툼 속에 죽은 영혼, 하인이 되어 평생 남의 일만 봐주다 죽은 영혼, 전쟁통에 괴롭게 죽은 영혼, 성폭행 당해 죽은 영혼, 나라 잃은 설움에 죽은 영혼, 치료를 받지 못해 죽은 영혼, 민주화를 위해 죽은 영혼 등 등.
이 땅에 있었던 그 모두의 긴 흔적을 시간은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만약 그 영혼들이 지금의 나를 본다면, 지금의 나에게 일말의 기대를 품는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 모든 존재가 꿈꾸어 마지않는 현생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빠가 돌아가시고 새들을 보니 하늘에서 보낸 전령들 같았다. 내가 뭐하는지 보고 아빠에게 전해줄 것만 같았다.
아름답고도 슬픈 무지개를 보니 아빠가 내게 준 마지막 선물 같았다.
49제. 잠깐 잠이 들었는데 은빛 가루가 내 온몸으로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 아빠가 마지막으로 해준 따뜻한 인사 같았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일까.
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쩌면 나는 이 생을 한번만 더 살게 해달라고
그러면 제대로 살 것이라고
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아빠를 만났었던 건지도 모른다 .
나의 삶을 지탱해주고
나를 증명해보라 믿어주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신 그를 만났던 것은 …
억겁의 시간 속에서
억울한 원혼들을 뒤로하고
소중하게 받은 단 한 번의 기회일지 모른다.
남은 시간을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