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있고 없고가 너무 달라요
“노조가 있고 없고가 너무 달라요. 노조 생기기 전엔 1년 차나 10년 차나 급여가 똑같았거든요. 그런데 노조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25개월부터 근속이 1년 늘어날 때마다 1만 원씩, 최대 7만 원까지 근속수당이 생겼어요. 이제는 위험수당도 있고, 식대도 나와요.”
내가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모두 노동조합 조합원이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이유와 경로는 다양했지만, 가입 이후 고용이나 처우가 악화된 경우는 없었다.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제자리였던 임금에 근속수당, 위험수당, 식대가 도입된 것은 노동조합의 성과다. 물론 장기요양기관마다 처우가 달라, 노조가 있어도 개선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노조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신발이랑 가디건 유니폼을 1년에 한 번씩 지급받고 있어요. 또 직무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10만 원 받고 있어요. 그게 전부지만, 예전엔 이런 것도 없었죠.”
이 요양보호사는 원래 일할 때 신는 신발과 유니폼을 사비로 마련했다. 2013년부터 지급되던 월 최대 10만 원의 ‘처우개선비’는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후 근거규정이 사라지면서 기관 재량에 맡겨졌고, 사실상 폐지됐다. 이에 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해 이 비용을 ‘직무수당’, ‘직급수당’ 등의 이름으로 다시 확보했다. 조합원들이 “노조가 있고 없고가 다르다”고 말하는 이유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3%다. 노동자 100명 중 13명만 노조에 가입해 있으며, 그 대부분은 300인 이상 사업장이다.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기관은 대부분 100인 미만, 그중에서도 30인 미만이 많다. 이 규모의 사업장에서 노조 조직률은 각각 1.4%, 0.1%에 불과하다. 장기요양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요양보호사 50만명 중 노동조합에 가입한 인원을 추산해도 7천명에 불과한데 민주노총에 가입되어 있는 요양보호사의 수는 이를 훨씬 밑돈다. 국내외 연구들은 노조 조직률이 높을수록 임금 불평등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요양보호사의 낮은 임금 수준은 낮은 노조 조직률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5년간 내가 만난 요양보호사들의 이야기는 노동조합이 처우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가 10개월 일했을 때 갑자기 해고됐어요. 노조에 전화했더니 지부장님이 바로 오셔서 같이 대응했죠. 결국 12개월을 채워 퇴직금도 받았어요.”
“기관에서 갑자기 정년을 60세로 하겠다고 해서, 노조를 만들어 싸웠어요. 저희는 건강하면 70세까지 촉탁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지방노동위원회에서 65세까지로 결정이 났어요.”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는 부당해고에 대응하고, 갑작스러운 정년 변경에도 맞서 싸운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나는 헌법이 노동자의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면서 ‘단결권’을 가장 먼저 명시한 이유가 약자인 노동자에게 ‘집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양보호사들이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처우를 개선하려면 스스로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 단체교섭을 통해 지위와 처우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임금 불평등이 낮은 국가는 대체로 노조의 단체교섭력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체교섭을 지원하고 활성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기요양제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제도이며, 요양보호사의 처우 또한 정부가 결정한다. 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개별기관이 아닌 정부가 나서서 노동조합과 교섭하라고 요구한다. 실질적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들이 겪는 열악한 처우, 공짜노동, 인권침해, 부당지시, 산업재해 등은 개별기관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22년 1월, 돌봄노동자 5만 명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발의한 ‘돌봄노동자 기본법’은 국가 재원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정부와 노조 간의 교섭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는 장기요양제도를 17년째 떠받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이 표준화된 임금체계 속에서 인권이 존중되는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요양보호사 전체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정부와 직접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