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14

요양보호사에게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by 강은희


수도권의 한 요양원에서 5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김진옥(가명·52)씨는 늘 최저임금을 받았다. 주 40시간, 한 달에 7, 8일 야간 근무를 하지만 야간수당을 포함한 월급 총액은 201만 원(세후 실수령액 179만 원). “원래 그런 줄 알고 일했다”는 김 씨는 얼마 전에야 자신이 받아야 할 돈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2021년 11월, 한국일보에 실린 「‘반값’ 돌봄 노동자의 눈물」 기사의 첫 문단이다. 이 기사는 내가 책임연구자로 참여한 ‘요양보호사 임금실태 및 처우개선 방안 연구’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것이다. 해당 연구에서는 전국 104개 장기요양기관 소속 요양보호사 104명의 급여명세서를 수집해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기준임금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월급제 요양보호사는 매달 평균 34만 원, 시급제는 시간당 1,268원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제 요양보호사의 연간 손실액은 약 400만 원에 달한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체계 안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같은 광주에서도 북구하고 서구 하고 또 달라요. 센터장이 조금 더 양심적으로 운영한다거나 아니면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자기의 권리를 좀 더 강하게 요구하면은 조금 더 주기도 해. 이게 뭔가 제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기보다는 각 개인이.. 센터장 개인, 요양보호사 개인. 개인의 문제로서 해결되고 있는 게 현실이야. 표준이라는 게 없어.”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는 한 요양보호사는 임금의 차이가 기관마다 다른 이유로 ‘표준이 없음’을 꼽았다.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주휴수당, 퇴직적립금, 4대 보험 기관부담금 등을 포함한 ‘요양보호사 기준임금’을 책정해 각 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강제력이 없으며, 실제로 이를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우리가 수가에 있는 표준인건비라는 명목에 보면은 처우 개선비도 있고 명절 수당도 있고 가족 수당도 있잖아요. 심지어. 근데 전혀 주고 있지 않아요.”


“작년에도 최저임금을 1.5% 인가 인상해 가지고 만 삼천 얼마…. 그게 권고사항으로 내려올 뿐이지 그걸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고 관리·감독 맡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최저임금 선에서 맞추고 나머지 돈들은 다른데 쓰는 거잖아요. 뭐 건물 충당금이니 시설 보조금이니 그런 걸로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요양은 적립금이라는 것이 지출항목에 버젓이 있잖아요. 이게 구조적인 아주 큰 문제인 거죠.”

실제로 많은 장기요양기관들은 정부가 인건비 용도로 책정한 금액 중 최저임금 수준만 요양보호사에게 지급하고, 명절수당이나 퇴직적립금 등은 기관운영비나 적립금으로 전용하고 있다.

“저희는 4대 보험도 안 들어갔었어요. 그냥 선택 사항이었죠. 왜냐면 이거 들고 싶으면 들고 들어주고, 그때 일하는 시간을 3시간이나 4시간 정도 줬지만 지금은 2시간 반 줘요. 주휴수당 4대 보험 안 주려고요”

방문요양보호사처럼 시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월 6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면 주휴수당과 4대 보험을 적용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당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적 회색지대를 이용해 기관은 인건비 중 상당 부분을 착복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가 표준임금을 정하고 이를 반드시 지급하도록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요양보호사의 표준임금은 최저임금이어야만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32조는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에 따라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2025년 현재, 국가는 최저임금만 보장할 뿐 ‘적정임금’ 보장에 대한 노력은 미흡하다.

“나는 시급이 아주 낮아가지고, 지금처럼, 이제 우리 선생님들이 대부분 다 아셔요. 실제 지금도 우리가 일을 새로 받아서 들어가 보면 1만 원도 못 돼요. 우리를 데려다가 일을 시키면서 4대 보험도 안 준 데가 하도 많아가지고. 한 달에 얼마씩 받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내가 지금 1년 된 데도 70만 원 이하로 받고 있었어.”


“저희도 노조가 들어서면서 다 생긴 수당이에요. 처우라던가. 식비. 직무수당. 근속 1년 차 만 원씩이 근속수당이고요. 근속장려금 포함된 거고 이번에 우리가 교섭은 하면서 위험수당 그리고 거기 야간수당도 들어간 거고요. 실질적으로 제가 13년이 되었어도. 제 급여는 최저임금이 맞아요. 최저임금이 맞는데 나머지들은 수당이 붙은 거뿐이죠.”

2024년, 나는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돌봄노동자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6.3년이었지만, 월평균 급여는 171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근무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법정 최저임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비율이 14.1%임에도 불구하고 1년 차와 10년 차 간 급여 차이는 사실상 없었다.



다양한 연구들도 돌봄노동의 임금 불이익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돌봄직의 임금불이익과 임금격차 분해」(2015, 이주환·윤자영)는 돌봄직이 사무직보다 10.6%, 생산조립직보다 3.9% 임금 불이익을 경험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연구(2017, 「돌봄직 종사자의 저임금 기제 연구」)는 인적 요인을 통제해도 비돌봄서비스산업 종사자보다 평균 30%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돌봄노동은 사회 필수노동으로 재조명되었다. AI와 로봇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돌봄노동은 대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는 국가가 나서 돌봄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17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돌봄노동자 임금을 15~20% 인상했고, 정부가 이를 보전했다. 호주는 2025년 6월부터 여성 다수 직종에 최대 35%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영국 역시 2024년 사회돌봄업종 협약을 체결하고 공정임금을 보장하기로 했다. 한국은 OECD 38개국 중 GDP 기준 13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로, 돌봄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할 능력이 충분하다.



충남대 윤자영 교수는 “돌봄노동자의 임금이 낮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게 평가되고, 그 결과 다시 낮은 임금이 책정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돌봄노동을 교육처럼 공공재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2022년 1월, 돌봄노동자 5만 명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돌봄노동자 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돌봄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의 130% 이상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현재의 임금과 처우로는 지속가능한 돌봄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아닌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최저임금보다 더 못하더라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이런 급여를 가지고 시험 봤던 요양보호사들이 다 요양 업계로 들어오게끔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급여를 대폭적으로 올려줘야 된다고 생각해 그래야 돌봄 공백이 없어진다고 생각이 들어요.”

돌봄노동은 우리 모두의 삶과 후생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삶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돌봄노동의 ‘값 후려치기’를 이제 멈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존엄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지 않겠나.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도입을 위한 국회토론회 (2024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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