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13

24시간 돌봄은 24시간 노동을 필요로 한다

by 강은희


“밤에는 쉬기는 해요. 그런데 만약에 응급 상황이 떴을 때는 한 사람이 병원을 쫓아가야 되잖아요. 응급 상황이 뜨면은 그러면 그때는 쉬는 사람이 나와야 돼요 여태까지 그런 식으로 해서 공짜 노동을 했어요.”



노인장기요양등급은 신체와 정신의 기능 상태에 따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다른 사람의 도움을 전적으로 받아야 하는 1등급과 2등급 어르신들은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노인요양시설(요양원)을 이용할 수 있다.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요양원은 이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9년 5,543개에서 2023년 6,269개로 5년 사이에 729개가 늘어났다. 이 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2023년 기준 94,379명이다.



시설요양보호사들의 근무형태는 교대제이다. 주간은 휴게시간 포함 9시간 근무이나 야간은 10시간 이상이다. 어르신들이 주무신다는 이유로 야간에는 2시간 이상을 휴게시간 즉 무급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교대직으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3교대요. 야간근무는 총 10시간인데 2시간은 휴게 시간이에요. 근데 휴게가 처리가 되는데 그 휴게가 온전한 휴게가 안 되죠. 어르신한테 소리를 지른다거나 뭐 그러면 비상시에 뛰어나가야 되고 온전한 휴게가 될 수가 없죠."

“저희 같은 경우 2교대로 일을 해요. 아침에는 출근하면 휴게시간 포함해서 9시간 근무를 하지만 야근하는 사람들은 저녁 7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있어요. 14시간을 요양원에 있는데 근무시간 8시간 빼고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다 잡히잖아요. 근데 우리가 이게 휴게실은 거기서 있을 수가 없어요. 잠을 자는 게 아니라 대기하는 거예요”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2교대로 일하는 이 요양보호사는 야간에 요양원에서 14시간 있지만 이 중 근무로 인정받는 8시간을 빼면 6시간이 무급 휴게시간이다.



2022년 돌봄서비스노동조합과 함께 시설요양보호사 16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야간에 혼자 돌보는 이용자 수를 물었더니 14명~18명을 돌본다고 응답하였다. 같은 조사에서 야간휴게시간에 일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70%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휴게시간이 주어져도 돌보는 인원이 많고 수면패턴이 일정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많아 휴게 중에도 돌봄이 필요하면 바로바로 대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이 시간 동안의 노동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공짜 노동'이다.

현행법상, 야간에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의 휴게시간은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정할 수 있다. 예컨대, 근무자가 14시간을 시설에 있어도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 외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휴식할 수 있을 때만 해당된다.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도 1992년 4월 14일 판결(91다20548)에서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명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만을 휴게시간으로 본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단 기준은 오늘날 ‘공짜 노동’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다.


“3층이 딱 (침대가) 있어요. 3층 선생님은 거기서 쉬고 우리 같은 경우에는 2층은 따로 방이 조그맣게 있어서 거기서 쉬고 4층, 5층 같은 경우에는 방이 없어요. 4층 같은 경우에는 주방에서 자요. 주방에서 쉬어요. 라꾸라꾸 피고, 5층 같은 경우에도 라꾸라꾸 피던가 아니면은 어르신 옆에서 돗자리 펴놓고 누워서 쉬는 거예요.”

“요양보호사실이 있는 데가 별로 없어요. 진짜 이렇게 같이 쭈그려 앉아 있을 정도도 없어요.”


시설요양보호사의 공짜노동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에 한 요양보호사가 보내온 사진이다. 고용노동부는 휴게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고객 휴게시설과 별도로 직원 휴게시설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현실은 정반대이다. 2022년 조사에서 별도의 요양보호사 휴게공간이 있다는 응답은 48%로 절반도 안 되었다. 복도소파, 빈침상, 탈의실, 지정되지 않은 공간에서 새우잠을 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이런 공간에서 잠을 자는 듯 마는 듯하다 어르신의 호출이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휴게는 근무로 아무 때나 바뀌게 된다.



병원, 요양시설, 치안, 소방 등 야간에도 노동이 불가피한 곳들이 있다. 24시간 돌봄은 말 그대로 24시간의 돌봄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 노동을 ‘공짜’로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내가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2교대보다는 8시간 기준의 3교대 근무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명확하다. 야간휴게시간을 고무줄처럼 적용하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 근무하고 퇴근할 수 있는 방식이 더 낫기 때문이다.


“너무 시간이 길어. 지쳐... 어찌 됐든 휴게시간을 빼더라도 3교대로 돌아가면 제 시간에는 근무는 딱딱하고 나오는 거잖아. 난 그게 더 낫다고 봐”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건강보험료에 포함된 노인장기요양보험료로 운영되는 국가정책이다. 하지만 전체 장기요양기관 28,000여 개 중 98% 이상이 민간이 운영하는 곳이다. 2022년 연구에서 나는 민간 운영 기관이 공공기관보다 야간에 돌보는 어르신 수가 많고, 휴게시간이 길며, 휴게공간도 열악하다는 사실을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했다.

[장기요양기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 중. 2022. 강은희 외


돌봄서비스노동조합은 요양기관이 휴게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이는 이유를 요양보호사의 급여를 줄여 순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22년 510명의 요양보호사에게 근무사고 싶은 장기요양기관을 물었더니 95.5%가 공공에서 일하고 싶다고 답하였다. 실제로 8시간 3교대를 운영하는 요양원은 대부분 공공이 운영하는 곳이다.


“어차피 이게 나랏돈으로 그게 굴러가는 거잖아. 그런데 나랏돈을 갖다 그런 식으로 민간인한테 주니까는 이게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거잖아요. 저희 월급도 제대로 안 나오고 피해가 많아요. 그러니까 이게 나라에서 국립이 생기던, 시립이 생기던 이 나라에서 운영하는 게 맞다고 나는 저는 생각을 해요.”

매년 7~8%의 장기요양기관이 폐업하고 있다. 대부분이 민간이 운영하는 곳들이다. 폐업하는 기관의 빈자리를 이 요양보호사의 말처럼 국립이나 공립으로 채워나가는 방법은 어떠한가. 어르신들의 밤이 요양보호사의 공짜노동으로 지켜지는 현실을 바꿀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