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12

당신의 집이 내겐 일터입니다.

by 강은희

“어르신 입장에서 봤을 때 시설로 들어가면 거기 내 공간이 아닌 곳에 들어가니까 거기에 맞춰서 어르신들이 사시고요. 그런데 집은 내 공간이잖아요. 내 공간에 요양보호사가 와서 일을 하기 때문에 마음껏 부려도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계세요.”




재가요양보호사의 일터는 이용자의 집이다. 노인장기요양법은 사적인 공간에 혼자 들어가 일을 하는 재가요양보호사의 노동특성을 반영해 이용자가 요양보호사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요구를 정하고 있다. 수급자의 가족만을 위한 행위, 수급자 또는 가족의 생업을 지원하는 행위, 수급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기타 행위 등이 이에 포함된다. 재가요양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자와 장기요양센터가 상호 협력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며, 여기에는 요양보호사와 이용자가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신뢰를 해치는 언행, 불필요한 신체접촉, 불쾌하거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담긴다. 법령에서 정한 세 가지 금지행위는, 이용자가 요양보호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 의무의 근거가 된다.




장기요양급여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신체활동 지원, 인지활동 지원, 일상생활 지원, 정서지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의 일은 요양보호사의 업무 범위가 아니며, 이용자의 요구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요양보호사들은 이러한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르신 빨래만 넣어주세요. 얘기를 하잖아요. 그런데, 빨래 바구니에 다 담아두고 나서 그럼 돌린 김에 돌려주세요라고 해요. 그거 안 해주겠다고 그러면 그럼 선생님 내일부터 나가지 마세요라고 바로 말이 나옵니다. 아드님이 이층에서 살았는데 항상 아드님 방까지 청소를 해달라고 요구를 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르신한테 내가 어르신 케어하러 왔지 아드님 방 청소 하러 온 거 아니라고 하니까 짜르더라구요. 그다음에 짤렸어요.”


재가요양센터는 한 명의 이용자라도 더 확보해야 하기에, 요양보호사에게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하도록 종용하거나 이를 거부하면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


“밭에 가면은 그냥 무조건 일하는 거를 하자고 해요. 감자를 심는 거를. 저는 집에서도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거를. 파도 심어봤고. 마늘도 심어봤고. 저는 이런 일을 첨 해봐 가지고 몰라가지고. 내 차로 가는데 왔다 갔다. 기름값이 얼마입니까. 나는 몰랐지. 나중에 센터에 말하니까 기름값을 받았냐고 하더라고요”


이용자의 생업을 위한 일을 시키는 것 외에도 반려견 돌보기, 김치 담기, 대문청소 등 요양급여와는 무관한 요구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그 원인으로 센터의 이윤 중심 운영과 이용자의 잘못된 인식을 꼽는다.


“센터나 센터장이 요양보호사 업무 매뉴얼 안에 있는 걸 벗어나는 걸 했을 때는, 센터가 개입해서 그거를 카테고리를 정해서 잘라 줘야 되거든요. 그러면 수급자나 보호자들도 우리를 식모 취급을 할 수가 없어요. 왜? 센터에서 이거는 요양보호사 업무가 아니다라고 딱 규정을 지어주니까. 근데 이게 전혀 안 되니까. 결국 현장에서 보호자나 수급자하고 요양보호사 사이의 갈등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부풀려지기도 해요. 센터에서 기본적으로 요양보호사에 대한 매뉴얼을 어느 정도 맞춰주면,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은 식모 아니다, 파출부 아니다, 이게 딱 되면은 그 사람들이 우리한테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없어요.”




재가요양보호사들은 이 외에도 폭언·폭행·성희롱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


“한 어르신이 제 가슴을 만졌어요. 그 어르신이 제가 건드렸나요? 하고 시치미를 뚝 떼는 거예요. 그날 사무실로 뛰어갔어요. 내가 이런 대접받고 일 못한다고. 그럼 보호자 상담을 하던 이 어르신에 대해서 교육을 해줘야 하는데 사무실에서는 아무런 액션을 취하는 게 없는 거예요.”


나는 2021년 돌봄서비스노동조합과 함께 요양보호사 4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3.7%가 어르신에게 욕설을 들은 적이 있었고, 43.3%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 20%는 보호자에게 욕설을 들었고, 10.9%는 보호자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2020년 서울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2%가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타깝게도 이런 조사 결과는 해마다 반복된다.




정부는 2014년 수급자 보호를 명분으로, 수급자가 성희롱 등을 저지를 경우 기관 폐쇄 등의 조치를 하도록 했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를 보호하는 법은 장기요양제도 시행 11년이 지난 2018년에야 마련됐다. 법은 요양보호사가 폭언, 폭행, 성희롱을 당할 경우 기관장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제로 조치를 취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2021년 조사에서도 기관에 문제를 알렸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이 58.8%, “싫으면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는 응답이 10.5%에 달했다. 한 국회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변호사는 요양보호사들의 일터가 “범죄 현장과 다르지 않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4월 13일, 수급자나 가족이 폭언·폭행·성희롱을 반복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는 재가요양보호사가 2인 1조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내렸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시행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이 유일하다.


“어르신이 가면은 야동 있잖아요. 틀어놓고... 선생님 한 분이 울고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나중에는 저를 그쪽에다가 투입을 시켜서 그분 서비스 끝날 때까지 둘이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안 틀더라고요”


“2인 1조 들어가는데 이제 저도 몇 번 가봤는데 어르신이 침대에 누우셔서 들어와 이제 이렇게 하신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제 혼자 갔을 때는 그러는데 2인 1조로 들어갔을 때는 못하시는 거죠. 저희도 (2인 1조가 필요하면) 바로 들어갔어요. 민간에서는 그렇게 안 했죠. 민간은 되도록이면 그 집에다 맞추라 그래요”


이 말을 들려준 두 분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소속의 요양보호사이다. 2022년 인터뷰에서 서울사회서비스원이 민간기관과 달리 2인 1조 근무를 시행해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서울시장이 바뀐 이후 2024년 폐쇄되었다.




“우리도 다 집에서는 고귀한 사람들이잖아요. 요양 센터에서나 재가 센터에서나 원장님들은 우리를 너무 싼값으로 써먹는 것 같아가지고, 엄청 기분이 나쁘고 분하고. 이런 직장이 어디에 있대요”


10년간 재가요양보호사로 일한 이는 “우리도 고귀한 사람”이라 말한다. 돌봄을 포함한 사회서비스는 대개 수혜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면서, 노동자의 인권과 처우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게다가 국가가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맡기면서, 이윤을 중시하는 기관은 이용자 이탈로 수입이 줄까 두려워 요양보호사가 인권 침해를 당해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해고하기까지 한다. 돌봄서비스노동조합이 ‘돌봄 국가책임제’ 도입을 외치는 이유다. 전체 장기요양제도 운영의 97%를 민간 사업자에게 맡겨놓은 현재의 구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2021. 4 .27 전국요양서비스노조 국가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2022. 4. 13 국가인권위원회는 재가요양보호사 인권보호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했지만 인권침해는 여전하다.


작가의 이전글보이지 않는 서비스노동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