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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Oct 20. 2024

새 삶을 시작하는 한 커플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한 인간의 삶을 둘로 나눈다면 크게 결혼 전과 결혼 후로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혼 전 싱글 때는 자유롭긴 하지만 왠지 안정감이 적고 뭔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다. 따라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면 그 부족분이 채워지며 온전한 삶을 살게 되는 게 삶이란 생각이 든다.


환갑이 된 나의 주변에는 돌싱이 되었거나 심지어 아직 싱글인 경우도 있는 반면 벌써 손자를 본 친구들도 있고 나처럼 자녀들이 아직 미혼인 경우도 있다. 나의 경우 결혼이 다른 친구들보다 몇 년 늦었고 결혼 전 20대 때의 행로는 무척 고달팠다. 대학졸업과 대학원과정으로의 유학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병역의무가 앞에 놓여 있었다. 그 와중에는 마음에 둔 한 이성과의 교제가 있기도 했다.


유학을 가서 남들보다 몇 년 더 시간을 보내던 통에 간간이 연락하던 여자는 현실적으로 내가 미덥지 못했는지 거짓말까지 하고는 전화번호를 바꾼 채 종적을 감추었다. 나는 한동안 실망감과 좌절감속에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원점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심기일전하여 공부를 마쳤다. 그러자 어느덧 20대 후반이 된 나를 덩그러니 기다리고 있던 건 다름 아닌 군복무였다. 사면초가로 입대한 나는 캄캄한 터널 같은 군생활을 꾹 참고 지내다 전역을 하자 그제야 인생의 훈풍이 불어왔다. 취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제 퇴직하여 환갑의 나이에 이르게 되었다. 나의 20대는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잔잔한 웃음도 나오지만 한마디로 형극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친한 친구의 아들이자 나의 대학 후배인 한 젊은이가 결혼을 하는 날이다. 나는 30여 년 전 미국에서 귀국할 때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친구집에서 며칠 함께 지냈는데 그때 우유를 먹이던 갓난아기가 오늘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이다. 나는 32세란 빠르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여 지금까지 아들 딸을 각 하나씩 낳아 키우고 있다. 오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 커플에게 도움 될만한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 본다. 첫째, 인간 간의 관계는 암만 돈도 좋고 조건도 중요하지만 뮈니해도 인간 그 자체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란 사실이다. 남남이던 두 남녀가 부부가 되어 함께하는 삶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무지갯빛 하늘과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지리라 믿지만 꿈꾸는 대로 되지만은 않는 게 삶이란 걸 알아야 한다. 때로는 망연자실한 일도 닥치는 게 삶이기에 그럴 때일수록 서로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게 부부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둘째, 인간에 대한 사랑 특히 남녀 간의 사랑의 본질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다. 사랑의 이유는 "×× 때문"일지 모르지만 사랑의 본질은 "××임에도 불구하고"라는 사실이다. 남편이 또한 아내가 미남이고 미녀란 사실 그리고 유능하다는 사실은 분명 사랑을 하는 중요한 동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영원히 보장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의 미래는 현재가 최저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최고점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설령 예기치 않게 기대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더라도 늘 초심을 잃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물건이 아니기에 절대 흥정이나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배우자보다 겉모습 혹은 조건이 나은 누군가를 보더라도 "더 낫네" 혹은 "더 못하네"와 같은 경박한 생각은 금물이다. 그리할 경우 인간의 품격은 직하할 수밖에 없다. 혹여나 그런 말을 하려거든 인생을 마감하고 저세상 갈 때나 웃으며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혼이란 두 자유로운 영혼이 하나로 합쳐지는 아름다운 결합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새로운 구속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혼자 살 때처럼 자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면 가정이란 공동체에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녀가 설령 늦게 귀가를 하여도 너그러이 이해를 해주지만 배우자는 좀 다를 수도 있다. 자기의 몫을 내세울수록 부부로서 공감대는 작아지는 것이며 자녀가 생기면 가족으로서의 공감대 또한 작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늘 기억하며 이제 부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한 커플의 가정에 행복이 충만하길 기원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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