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이리아 May 09. 2024

내가 미국 유학을 도전했던 이유

대학입시로 보는 미국과 한국 사회의 차이

되돌아 생각해보면, 내가 초등 고학년일 때부터 미국 유학을 마음에 두게 된 계기는 미국 유학이 가고 싶기보다는 한국 입시, 그리고 그 획일화된 사회를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던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는 중고등학교 6년이란 시간을 오로지 수능이라는 목표에 몰두하여 시험기계를 길러내는 두려운 시스템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정시가 아닌 수시, 논술, 특례입학 등등 정시 외의 길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떤 전형이던지 대한민국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인 서울 대입을 염두에 둔 이상 내신관리와 모의고사, 그리고 수능이 단순 입시를 넘어서 삶의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셋의 중심엔 실력이든 운이든 어떻게든지 시험을 잘 봐야 하는, 시험기계의 삶이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대학 입시에 시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수능 시험 SAT, ACT 란 시험이 있고 대다수가 TOEFL 성적도 요구하며, 그 외에 학부 입시의 경우 AP와 SAT subject test 시험 점수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 시험의 범위와 의미, 그리고 대학에서 바라보는 입장에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험은 미국 대학입시의 지극히 일부분이다. 


미국 대학 입시에선 어느 일정선의 커트 점수만 나오면, 시험의 최고점을 받는 것보다 꾸준한 대외활동과 선생님/은사/멘토의 추천서, 그리고 입시지원 자기소개서(흔히 말하는 에세이)가 단순 시험 점수보다 훨씬 더 중요해진다. 그 본질엔 개인적 경험, 궁극적으로 인간적인 스토리가 있다. 워낙 수가 다양해서 모두 일반화할 수 없지만, 내 경험상 아이비리그급 최상의 미국 입시의 본질은 다양한 경험과 깊은 자아성찰에서 우려 나온 개인별 특색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수능 만점이면 대학 입시 프리패스지만, SAT 만점을 받고도 하버드는커녕 아이비리그 대학에 떨어진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이 MIT 합격생의 ACT 점수 분포도를 보면 만점에 가까운 34-36점대의 지원자 사천 명을 불합격시켰지만 그 아래의 31-33점대의 합격생이 전체 합격생의 약 5-10%를 차지한 걸 볼 수 있다 (SAT & ACT Math 기준). 


이는 마치 한국 대학에서 수능 올 1등급을 받은 학생이 정시에서 불합격했는데 그 같은 대학 같은 전형에서 2등급을 받은 사람이 합격한 사례가 발생하고, 이런 사례를 대학이 당당하게 발표하는 것과 같은 셈이다. 여기서 단순히 시험 성적 외에 다른 플러스알파가 입시를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을 통계적인 수치로 볼 수 있다. 난 개인적인 입시 경험 및 여러 합격생, 불합격생, 그리고 입시 사정관과 이야기를 토대로 이 플러스알파가 개인만의 특색이라는 데 확신한다. 


난 한국에서 국제중고를 다니면서 미국 대학 입시를 했기에 내 고등학교 생활은 학업성적과 대입시험(점수가 있는 모든 것)들이  합쳐져서 한 축을 이루고, 그 나머지 두 축으로 교외활동 (동아리, 봉사, 전국/국제대회)자아실현 (자기소개서 & 추천서)이 주를 이뤘었다. 그 덕분에 교내외 활동, 즉 공적인 업무로 사람과 사람 간의 유대관계를 맺고,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등의 값진 사회경험을 일찍 쌓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대입시험성적에도 불구하고 (전 SAT 2100점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합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시험과 교외활동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사회경험의 차이다. 물론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성실성이나 집중력, 몰두, 계획성 등의 값진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개인의 경험으로 한정되며 그 경험과 배움의 폭이 일반적으로 교외활동에 비해 더 한정적이다. 과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백날 교과서를 달달 외우는 것보다 직접 현지에 가서 언어를 배우거나 과학실험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 더 기억에 남고 실전에 도움 되는 유의미한 경험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교외 활동에서는 리스크 지는 법, 그리고 실패했을 때 다른 돌파구를 찾는 방법을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지 못하더라도, 타 지역 친구들을 만나거나 초빙 교수님과의 네트워크 형성, 혹은 창업 제안을 받는 등의 여러 성과물을 낼 수 있다. 


시험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 입시와 개인 특색 중심의 미국 입시. 이런 제도적 차이는 사회 풍토의 자화상이 되어 취업 및 신입 경력을 쌓을 때 다시 직면하게 된다. 미국 학부생들은 대졸 취업 준비를 할 때, 그 직종의 인턴쉽이나 멘토링 등 그 직종에 가장 비슷한 경험을 쌓는데 집중하지, 관련 자격증을 딸 수도 있지만 그걸 메인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대졸 취업 준비는 어학성적이나 회계사 자격증 같은 자격증 준비, 혹은 공시 준비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초등학교 받아쓰기 때부터 시작된 시험이란 방법과 보상이 뚜렷한 환경에서 경쟁하는 모습에 익숙해진 나머지, 모든 것이 계속 바뀌는 사회에 나가서도 안전성 및 전문성에 지나친 비중을 두는게 아닐까.


물론 미국 입시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본인이 어느 대학 정도 기준에 맞춰서 갈 수 있을지 대략적으로 예측해서 지원한다. 하지만 미국 대학 지원은 전교 1등과 꼴등이 같은 대학에 지원해서 꼴등이 붙고 1등이 떨어지는 스토리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리스크의 잔인함을 미리 겪어야 한다는 아픔이 있지만, 이 또한 현실적인 "경험"의 일부분으로써 훨씬 더 막대한 스케일의 빈익빈 부익부, 성/인종/종교적 갈등, 그리고 사회 공공안전망이 부실한 (대한민국 국민과 미국 국민 비교 기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불확실한 미국 입시. 인생을 배팅하는 도박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물론 어디서나 잘될 사람은 잘된다. 열심히 하는 놈 위에 즐기면서 하는 놈, 그 위에 운 좋은 놈이 있다고. 그리고 사람 사는데 다 같다고, 미국에 가면 문제 해결은커녕 비자 문제, 인종차별 등등 더 많은 문제를 당면할 수 있다. 그래도 왜 미국에 가야 할까? 원론적으로 답하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넓은 선택의 폭, 그로 파생되는 높은 삶의 질, 글로벌한 인적/기술적 체험, 다양한 문화체험, 등등이 떠오른다. 이에 대해선 이미 많이들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미국 유학을 도전했던 이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선택의 폭을 넓힘을 통해 자유를 찾고 싶어서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에 일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갈 수 있지만 본인이 한국이 좋아서, 한국사회에 구성원이 되고자 자유의지로 선택했으면 한다. 물론 언어부터 시작해 개개인에 따라 여러 현실적인 장애물이 있을 수 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유학은 다양한 방면에서 고속 성장의 기회인것 같다.  


흔히 절에 불만이 있다면 중이 떠나라고 말한다. 이를 돌려 말하면, 중은 언제나 떠날 수 있고 절의 잘못을 개편할 책임은 더더욱 없다. 절에 입장에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게 고마워 절을 해도 모자란데, 실제로는 오히려 중을 향해 돌팔매질을 한다. 물론 갈등 상황에서 수긍하고 적응하는 것도 사회 경험치이다. 하지만 수긍하여 그런 집단의 일부분이 되는 순간 미래에 다른 희생자가 나올 때 가해자, 혹은 방관자의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질적인 사회 부조리를 당면했을 때, 많은 이들이 퇴사 및 창업으로 헤쳐나간다. 이를 헤쳐나가는 선택지로 미국 유학이란 옵션을 넣어보면 어떨까. 당장은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 같더라도, 미국 유학은 누구나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한 가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