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입니다
오선 이민숙
그대가 원하지 않아도
나는 그대 곁을 스쳐갑니다
한참은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등 뒤에서 또 다른 내가
마구잡이로 밀쳐냅니다
그대가 나를 잡아 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눈먼 그대는
나를 볼 수도 없습니다
나는 무리 지어 몰려다니지만
뿌리도 없고 뼈대도 없어
그 무엇도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한곳에 얌전히 머물지 못하고
싸돌아다닌다고 미워합니다
그러나 그대가 원치 않아도
덥거나 추우면 산들바람 봄바람
이름표를 붙여가며
그대에게 닿고 싶은 나는 바람입니다
출처 ~ 오선 이민숙 시인 뜨락
5집 // 오선지에 앉은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