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선굴
오선 이민숙
어둠에 갇힌 호소의 물줄기가
오만한 삶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며
천국의 계단을 지나고 은하교로 흘러
회귀의 다리를 건너서야
편편히 부서지며 잠잠 하도다
합장한 수도승이 도를 닦아도
속세에 들어오지 못한 채
오묘한 신비로 남아 있는 아득한 동굴
이니스프리 청정의 숨결로
굳은 사랑을 명세하고서야
돌 틈을 비집고 산야를 둘러보았을
옛 사랑은 천년을 두고 흘러내린다
깊어진 첩첩산중
순수의 바람 불어와
초록빛 세상을 열어 놓고
심연을 읽어 내리는 힘찬 물줄기
펑펑 쏟아지는 물줄기는
인생사 시원한 소통을 말하고
비좁은 통로를 굽이굽이
돌아 돌아 흐르는 물은
질곡의 삶이 그러하다 말하고
머리 숙여 기어다니는 구간은
더 낮은 자세로 어둠에서 싹을 틔우는
뿌리의 삶을 보라 한다
오밀 조밀 미로의 물길
갈래갈래 모여 삼척의 협곡을 휘돌아
평화의 바다에 이르는 시발점에 서서
물길 따라 흐르는 순응을 기도한다
출처 - 오선 이민숙 시인 뜨락
제2시집 // 오선 위를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