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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in Oct 31. 2024

새벽에도 일하는 건조기

  등급 변경 신청을 받은 엄마는 결국 4급에서

3급으로 상향(?) 조정 됐다.

2급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3급이면 큰 변화가 없다. 혜택이 달라지는 것도 없고

 아쉽게 됐다.

그럴 줄  알았으면 등급 판정을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여름에 신청해야 되는데

 지나서  식사도 잘하시고

몸도 나아진 상태에서 받은 게

판단 착오였던 거 같다.


이미 평가 나오기 전날부터 의식이 또렷하셔서

둘째와 나는  말짱한  할머니 때문에

고개를 한 번씩 흔들곤 했다.


95세시니  뭘 그리 멀쩡하겠냐만  

지팡이라도 의지해서 걷고

스스로 화장실을 해결하는 것은 등급조정에  

마이너스 요소였던 거 같다.


보험 공단에서 나왔을 때  엄마는 흔들거리며

거실로 나오셨다  한다.

그날은 요양 보호사님이 속해 있던 센터장님이

잠깐 집에  와 주셨다.

보호사님은  오전에 다른  집에 간다  한다.


센터장님은  지팡이도 없애고

미리 나름 세팅을 해 놓았다.


공단직원은 센터장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객관성 문제로.

일하고 있는 내게 전화가 왔다

최선을 다했다

너무  힘들다고 밤에도 안 주무시고 다닌다고.


생각보다  질문은 예리했다.

어떻게 침대 밖으로 나오시냐?

" 어 침대옆에 지팡이 없던가요?

 한 번씩 지팡이 짚고 나오시는 데요.

힘들지만 부축해 주면 화장실은

겨우  가셔요."

여기서 게임이 끝났던 거 같다.

직원이  "지팡이는 없던데요."

"침대 옆에 지팡이 있을 건데  없던가요?"


엄마방에 낮은 매트리스  침대는

방수포를 하고 있어도

언제부터인가 잦은 실수로

찜찜함을 품고 있었다.

침대에서 한번 떨어지신  후로

내가 놀래서 바꾼 침대다

 

딸은 최선을 다해서 구입한  침대였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쇠약해져  가는 노모에게

너무 낮은 침대는   다리에 더 많은 힘을

요구했을 뿐이다



그래서 병원 침대(대여 가능)로  바꾸게  됐고 실제

일어나는 것이 덜 힘들어 보인다.

병원 침대는 매트리스가 레자로 돼있어서

방수도 되니 훨씬 나은 것 같다.

침대 머리맡에 이동 변기도 있지만

한 번도 사용을 안 하신다.


지팡이 정도 짚고  내려오시면 3급인가 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 오자 엄마의 식욕은 왕성해졌다.

저녁을 여섯 시쯤  꼭  챙겨드리는데

사위가 밤 열 시쯤 늦은 식사를 먹을라치

맞은편  본인 자리에 앉으신다.

"엄마  밥  또 드실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서 가을 동안 식사를 세 번 네 번씩  하셨다.

지난 주말부터 오른쪽 발이 벌겋게  붓는다

통풍이 도졌고 동시에 무릎까지  안 좋으시다

약을 아침저녁으로 챙겨 드리면 금방  

좋아지시긴 했다

진통제다.


전날 움직이기 힘들어  화장실도 안 가고 

식사 끝나자마자 방에  들어가 주무셨다

나는   출근 전에 기저귀를 확인다.

아기다. 할거 다 하셨다

걷는 게  조금 수월해져  화장실 변기에 앉히고

순식간에 씻겼다.

깨끗하게 갈아입히고 출근하는데  

내 뒤가 시원한 느낌이었다.


혼자 계시는 동안 화장실 가서 기저귀가

조금이라도 젖으면 빼버리신다.

기저귀 안 하고 누워 계시다가 급하게

가려고 일어나면  이미 오줌은

이불에 조금,  가는 길에 졸졸졸  나와버리고

그제야  엄마는  화장실에 당도하신다.


지난밤에도 그랬다.  식사를 챙기려는데  

사달이 났다.

낮에도 한차례 그런 거 같다.

이불이 나와있었다.


천연덕스럽기도 하고 전혀 인지가

안된 말씀을  하신다.

본인 젖은 바지를 보고

" 이게 뭐데?  왜 여기 물이 묻어 있데?"

둘째가 크게 말한다.

"할머니가 오줌 쌌잖아? 오줌이잖아 할머니?

옷에 오줌을 싸면  어떡해?"


호들갑을 떠는 동안 이미 나는 목욕을 시키고

머리고 감기고

욕실 앞 준비된  의자에  수건을 깔고 앉히면

둘째는 할머니를 닦고  로션을 온몸에 바른다.

그 사이에 나는 방에 젖은 이부자리와

옷을 세탁기에 넣고

새 이불로 빠르게  세팅을 한다


식탁에 앉은 엄마는 미안하신지 자꾸  반복한다

"오줌 싼 사람한테도 밥을 준대?"

어처구니가 없고 웃음이 난다.

둘째가 이쁘게 어른다.

"할머니 많이 먹어 얼른 드셔."


며칠째 실수를 하고 있다.  

매일 이러시면 곤란하다.

한참 동안 좋았던 날이 이어져서 나의 인내의

타당성을 마련해 놓으시긴 했다.

당신  딸도 나이가 드는지 너그러워지고 있다.


강의 듣다가 어제는 건조기에 빨래

넣는 걸 잊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테라스에도 널고 건조기가

새벽에도 일을 할 수밖에

주택이라 크게 피해 주는 일은 없다.


건조기 잘 나왔다. 사실 엄마 덕분에 구입 한 건데

열심히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의 조력자들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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