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하지 않겠다고 남의 작품을 안 읽으면 안 됩니다.
창작을 하는 업계는 어디서나 '표절'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자신은 표절을 하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접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의지를 가지고 업계에서 잘 해나가고 있는 분들을 존중하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이러한 태도는 작은 득을 위해 큰 실을 하는 것과도 같다.
좋은 예시가 있어 한식대첩의 한 요리사 분의 해프닝을 가져왔다.
세상엔 매일 같이 수많은 스토리가 쏟아져나온다. 이 사이에는 창작이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 것을 따라하는 작가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중에는 의도치 않게 좋아하는 작품과 겹치게 써버리는 이도 있을 수 있고, 이 세상엔 절대 없을 특이한 내용이라고 썼는데 그게 아닐 때도 있다. 요즘처럼 유행과 틀에 맞춰 출판사가 글을 요구하다 보면 더더욱 스토리들이 겹치고 얽히는 문제가 생긴다.
원래부터 '표절'과 '참고'와 같은 창작 범위는 창작자의 양심에 많이 맡기는 편이다.
그래서 아얘 나는 다른 작품을 보지 않으니 내 글은 표절이 아니다. 라고 못을 박고 정말로 아무것도 접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쓴 글은 다른 스토리와 겹쳐도 '의도'된 표절은 아닐 것이다.
위의 요리사 분은 자신이 아는 한국음식과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버무려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고 생각했다. 그대로 미국에서 해당 매뉴를 자신이 지은 이름으로 내고 팔아도 본인이 생각해낸거니까 여기도 '의도적'인 표절은 아니다.
하지만 저 메뉴를 본 한국인들은 이 메뉴가 오삼불고기를 따라한거라고 할테고, 오삼불고기의 역사를 생각했을 때 요리사 분이 이 논란에서 이기지는 못하겠다.
오늘날 인터넷으로 온 세상이 옆집처럼 가깝고 콘텐츠 분산이 되어있을 때, 누군가에게 표절로 보이는 작품은 해명할 때까지 표절이다. 그런데 이런 작품이 있는지 몰라서 이야기가 겹쳤다는 말은 썩 좋은 해명으로 들리지 않는다.
스토리는 수많은 선택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클리셰 범벅인 작품이 아닌 이상 그 선택들이 모두 다 동일할 확률은 없어야 정상이다. 그랬을 때, 자신의 스토리가 더 특이한 선택을 하고 나아가게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선택을 했는지 아는게 중요하다.
뉴욕에 여행을 갔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자유의 여신상과 여타 유명한 관광지만 보고 끝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여행 후기들을 보면 좀 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아는게 자유의 여신상 뿐이라면 여행 동선도 제한될 수 밖에 없는데, 아는게 많으면 동선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이 안 가는 곳이 어딘지도 아니 새로운 곳을 탐험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스토리를 표절하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작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게 많으면 사람들이 이 지점을 보고 뭐랑 비슷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작가가 먼저 표절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많은 작품을 봤다면 장르적 특성과 각 작품들의 특이점을 알게 되어 유연하게 클리셰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갔던 길을 기웃거려 보면 같은 실수를 피해갈 수도 있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줄 알아야 비로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