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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 랄라 Dec 30. 2022

집안일은 원래 여자가 하는 거 아니야?

이런!! 확~마(사진=픽사베이)

얼마 전 회사를 마치고 온 남편이 저녁을 먹고 늘 하던 데로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없는 솜씨로 저녁 차리고, 먹은 거 식세기에 넣고 저녁 먹는 동안 둘째가 또 어지럽힌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회사 다닐 때는 그래도 퇴근 시간이라도 있지, 집안일과 아이돌보는 일에는 매일이 초과 근무였다.


소파 위 물건을 정리하다 퇴근 후 밥만 먹고 지정석 소파에 앉아 있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켜!! 치우게, 내가 일할 땐 그렇게 집안 일도 잘 도와주더구먼 일 안 하니 손도 깜짝 안 하네~"라는 나의 말에 남편은 미동도 없이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집안일은 원래 여자가 하는 거 아냐?"라며 내게 당당히 말했다.


이런.... 확... 마...


애들 돌보며 집안일하며 꾹꾹 담아 놓았던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나는 남동생과 남아 선호사상이 강한 엄마 밑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남녀 차별이라 생각되는 일에는 아무것도 재지 않고 욱했던 것이.


어릴 적에도 공부하느라 잠자는 시간도 부족했던 고3 수험생인 내게 남동생 밥 차려주고 설거지도 하라 했던 엄마였다. 엄마 없을 때 여자니까 당연하다는 엄마의 말에 나는 또 욱했다. 2살밖에 차이 안 나고, 그 정도는 자기가 할 수 있다 말하며, 정 못하면 밥은 나 먹을 때 같이 차려주는데


설거지는 자기가 먹은 그릇은 각자 할 거라고 말했다.!!

남자도 설거지해야 한다고!!


엄마는 얼굴 표정으로 말했다 4가지 없는... 것 같으니라고!


여자라서 해야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동생한테도 예외는 없었다.


 회사에서도 여자라서 안되고, 여자여서 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입사할 때 여자라고 가점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일에 있어서는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받고 있다.


그러나 내가 입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16년 전 입사 하고, 타 지역으로 발령이 났었다. 해당 부서의 막내이자 아가씨였던 나에게 계약직으로 있던 직원분이 과장님은 블랙커피, 계장님은 믹스커피...ㅇㅇ은 블랙커피라며 10명 남짓 되는 직원들의 커피 취향을 말해주었고, 매일 아침 9시 30분에 커피를 타서 돌리라고 말했다.


세상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또다시 분노 게이지가 올라갔다. 세상 순하게 생긴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못합니다. 자기 커피는 자기가 타 드시는 걸로 하시죠! 그리고 커피는 제가 타 드리고 싶을 때나 타드릴게요!! 과장님께서 뭐라고 하실 일도 없겠지만, 뭐라 하시면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


9시 30분 커피 서비스는 그날로 우리 부서에서 사라졌다. 아무도 불평불만을 대놓고 표현하지도 않았다.


내가 커피나 타자고 어렵게 입사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선배들께 커피 대접을 하고 싶다면, 자발적으로 타 드리면 그뿐이다. 커피 타는 것이 내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심호흡 후 남편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 딸도 나처럼 대접받길 원해?"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뭐부터 할까?"


그래도 남편과 나는 대화가 통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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