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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슬 읽다

나는 EQ가 낮은 사람인 줄 알았다

OPTIMAL을 읽고

by 윤슬 걷다

[나는 EQ가 낮은 사람인 줄 알았다]

나는 늘 감성지능(EQ)이라 하면 감정을 풍부하게 드러내는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서 평소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인색한 나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EQ가 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옵티멀』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EQ의 다섯 가지 축 중 처음 세 가지—자기 인식, 자기 관리, 자기 조절—이 세 가지는 모두 내가 아주 잘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한참 동안,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나는… EQ가 낮은 게 아니라, 이미 꽤 높은 수준의 사람이었구나.”


호주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매사 자신감이 넘친다.

직장에서 처음 온 20대들도 손을 번쩍 들며 “나 그거 할 수 있어요!”라고 외친다.

실제로 잘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많이 있지만, 일단 자신을 드러낸다.


나는 정반대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먼저 조용히 관찰한다.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까지 살펴보고,

기회가 오거나 일이 주어졌을 때야 비로소 나를 드러낸다.

호주 사람들에게 나는 아마도 솔직하지 않은 사람, 거리감 있는 사람, 혹은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그때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이게 EQ가 성숙해서 생긴 자연스러운 모습일까,

아니면 미숙함일까,

혹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사회 속에서 길러진 억눌림일까.


생각이 깊어지자 나머지 두 가지 축—사회적 인식과 관계관리—가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사회적 인식이다.

내가 자란 사회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사회는 보는 눈이 다르다.

그리고 그 사회적 인식은, 결국 관계관리에도 그대로 영향을 준다.


한국에서 자란 나는, 타인과의 조화와 공동체 생활을 중시하며,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살피고 통제하여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이로 인해 나의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자기 조절 능력은 이미 꽤 높은 수준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서양 문화 안에서 사회적 인식과 관계관리 능력은 여전히 서툰 것 같다.

(25년을 호주에서 살아도, 여전히 그렇다니 스스로 놀랄 수밖에 없다.)


내 마음속 단단함은 나를 지켜주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혼자가 되는 순간에도, 나는 불안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그저 내 내면의 소리를 듣고, 거기에 따를 수 있는 평안의 시간일 뿐이다.


그 순간, 문득 칼 융의 말이 떠올랐다.


“감정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외롭다.”




책을 덮고 산책을 하며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미 가진 단단함 위에, 부족한 두 가지를 조금씩 배워보면 어떨까?


내가 살고 있는 사회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면서, 나의 장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하는 법을 배워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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