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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키언니 Oct 14. 2024

[청년독서모임책] <난중일기> 후기

외롭고 불행했던 인간, 이순신. '한산'의 이순신에 가까운..

교회청년부 독서모임책으로 선정된 책. 한 멤버가 영화 한산을 보고 이순신한테 반해서 난중일기를 추천했는데 투표를 통해 선정이 되었다. 난중일기 완본은 어렵고 두꺼우므로 주제별로 짧게 구성한 돌베개 출판사의 난중일기를 추천받아 읽었다. 230페이지 정도 되므로 하루만에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기회가 되면 완본을 읽고싶다. 이 책의 장점은 읽기 쉽다는 것. 단점은 주제별로 챕터를 나누었기 때문에 시간순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1장부터 3장까지는 공적인 인간, 즉 장수로서 전쟁에 대비하고 직접 왜적을 물리치는 이순신의 모습, 4장에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조선과 조선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전쟁의 참상을, 5장과 6장은 이순신의 사적인 면모, 솔직한 내면의 감정이 실렸다. 7장은 백의종군을 거쳐 관직에 복직한 정유재란 시기의 일기다. 



나는 난중일기를 읽고 나서야 영화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친구가 쿠팡플레이에 올라왔다고 해서 바로 다운받아 보았다. 명량의 이순신은 유튜브를 찾아봤었는데 명량의 이순신이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면 한산의 이순신은 신중하고 철저하고 외로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난중일기>는 어쩌면 굉장히 담담한 전쟁 일지다. 직장인으로 말하면 업무 일지다. 


난 '한산'의 이순신을 <난중일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통영 한산도 제승당에서 본 초상화에서 느껴진 눈매나 분위기에 가까운 이순신도 한산의 이순신에 가깝다. 이순신 3부작의 3부 노량해전 영화를 준비 중인 김한민 감독은 어쩌면 3편의 영화를 통해 다양한 면모의 이순신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른다. 이순신은 충분히 블럭버스터 3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웅이자 고독하고 특출난 인물이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이 사람이 정말 어떤 멘탈로 7년이란 긴 전쟁을 버티고 모든 전쟁에서 승리할 수 밖에 없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병사나 가족들 앞에서 겉으로는 티내지 않았겠지만 7년 내내 깊고 깊은 고뇌, 신하들로 인한 스트레스,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아버지와 형들에 이어 자신을 보러 오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 아내의 죽음, 그리고 가장 아꼈던 아들의 죽음을 애도할 틈도 없이 말할 수 없는 슬픔을 억누르며 전투를 이끌어야 했던 외로운 영웅이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일기에는 그리움, 또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바다 위에서, 섬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그리워야만 하는 마음. 그조차 절제된 문장이지만 그런 상황을 상상하면 너무 안타깝고 불쌍했다.  



한 인간으로서 이순신의 삶은 슬프고 불행했다. 늘 불면증과 위장병에 시달렸고 전쟁터에서 제대로 치료도 받을 수 없었고 수없이 많은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일기에는 몸이 아파 끙끙 앓았다는 문장이 여러 번 나온다. 

새벽에 구토와 설사로 거의 죽을 뻔 했다는 문장도 썼다. 

그런 구절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늘 꿈자리가 뒤숭숭했다. 일기에도 꿈 이야기가 많다. 

잠 못 이루는 밤에 쓴 시들도 많다. 감성도 충만했던 남자였다. 



어떻게든 이 전쟁을 끝내야 하고 승리로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 


조선을 지키고 영웅이 될 수 있던 이유는 그 어떤 가치보다 압도했던 신념에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전술, 작전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살았으리라 상상한다.  


어머니 소식을 듣지 못한 것이 벌써 이레째라 속을 태우고 마음을 졸였다. 

1595년 5월 15일 


옷 없는 자들이 이 배 저 배에서 거북처럼 웅크리고 추위 때문에 신음하는데, 그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었다. 

1594년 1월 20일 



지붕이 세 겹이나 말려 올라가 비가 삼대처럼 새는 탓에 

앉은 채로 밤을 새고 새벽을 맞았다. 

1594년 8월 11일 


몸이 많이 불편하여 자리에 누워 끙끙 앓았다. 


나라를 위한 걱정이 많고 많은데 

일마다 이러하니 더욱더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흐른다. 

1593년 5월 16일 


자나깨나 나라 걱정이셨던 이순신 장군님...ㅠㅠ 

슬퍼도 슬프다 말도 못하셨을... 

일기장에만 솔직한 아픔과 고통을 쏟아내셨던 것 같다 


슬프다! 우리 막내,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네 이름 부르며 울부짖을 따름이구나.

하룻밤이 1년 같았다. 

1597년 10월 14일


저물녘에 코피를 한 되 쏟았다. 

밤에 앉아서 면이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마음 어떻게 말로 표현할까.

1597년 10월 19일 




이순신은 루틴이 있었다. 아침마다 화살을 쏘았다. 

다쳤을 때도 여느 때와 같이 화살을 쏘았다.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준비였으리라. 


병사들 앞에서는 군의 기강을 잡는 냉철하고 강직한 장군이었지만 

일기장에서만큼은 솔직한 감정과 고통을 내비친다. 

헐벗고 굶주리다 서로를 잡아먹기까지 하는 비참한 전쟁의 참상, 


시대적인 배경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어 단순한 개인의 일기가 아닌 역사적인 자료의 가치가 크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얼마 전 통영 한산도 제승당에 다녀온 후기를 썼다.


실제 한산대첩이 일어난 바다 현장이고, 


이순신이 작전을 세우고 난중일기도 썼던 장소다.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던 수루도 있다. 



오늘 밤 달빛이 희미하게 수루를 비춘다. 

자리에 누웠지만 잠들지 못하고 긴긴 밤 시를 읊조렸다. 


1595년 8월 15일 


<난중일기>와 영화 '한산'을 봤기 때문에 통영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통영 제승당에 간 후기 (하단 링크 클릭!) 

https://blog.naver.com/winnerjo/222879626678 


<난중일기>의 문체 자체는 평범하고 담백하고 반복되는 구절도 많다. 하지만 한 권을 다 읽고나면 한 영웅의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느낌이다. 



이순신 역시 평범한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고 연민의 감정도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지지 않고 나라를 위해 위대한 희생을 해주신 이순신 장군, 그리고 함께 희생했던 모든 수군들과 노를 저었던 선원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 



1. 독서모임에 참여한 청년들의 전체적인 감상과 인상 깊었던 부분 

기록의 중요성, 이순신도 평범한 사람이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작전을 철저히 계획하는 선구안을 가진 사람, 애국심과 책임감이 투철, 전쟁을 복기하고 신중한 모습, 가족과 나라 사랑, 기준이 분명하고 냉철함, 기본기가 탄탄, 불의를 참지 못함, 이순신 장군님은 가깝지만 먼 존재였다. 역사적으로 접하기 보다는 대중문화 속에서 시각적 서사를 통해 각색된 영웅으로 만나 사실 필요 이상으로 우상화된 존재라고 많이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라를 지켜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은 있지만 그냥 더욱 알고 싶은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짧게나마 일기를 통해 이순신을 인간적으로 그 당시와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면서 조금은 생각이 바뀐 것 같다. 


역사적 사료를 통해 더욱 다각적으로 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나라의 국민 이상, 임금 이상의 마음을 품은 충성된 신하이자 장수임은 분명한 것 같다. 매일 화살을 쏘고, 무기를 관리하며, 부하들 그리고 그 가정까지 안위를 걱정하며, 임금에게 정당한 것을 요구할 줄 알며, 나라의 부도덕한 정세에 안타까워한다. 공사구분없이 훌륭한 인품을 가졌고 나라를 보호하며 국력을 다지는 일에 누구보다 성실한 인물임을 보며 존경심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 또한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무래도 일기이다보니 감정들이 기록되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적재적소에 분노할 줄 알며, 의와 불의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읽으면서 나 혼자만의 목소리를 상상해보며 읽어내려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귀여운 면모도 계신 것 같다. 


2. 강한 정신력의 원동력

사명감, 자신의 사명을 분명하고 정확히 인식해서 사사로운 것에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확신, 스스로에 대한 믿음, 애국심, 똑똑하고 현명함, 진심과 사랑, 예수님처럼 목숨바쳐 세상을 구하는 희생정신, 의를 위해 싸우는 강한 책임감. 나라와 백성을 향한 사랑하는 마음이 그 당시 왜세의 침략에 맞서 자국의 보호와 승리를 이끌어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지켜낼 정신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 개인적 시련 또한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의 무고함과 억울함이 결부될 수 없는 것을 아는, 감정을 정확히 아는 자인 것 같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 것만이 ‘살아간다’는 의미를 정확히 실현할 수 있음을 아는 자이지 않았을까,,


3. 각자 얻은 교훈

기본기를 잘 닦자, 리더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고민하자,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는 자녀가 되자, 리더나 대단해보이는 사람도 이면에 외롭고 힘들 때가 있음을 기억한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 아무래도 역사적 영웅 가운데 가장 대중화되기 쉬운 스토리인게 한 몫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신에게도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승리한다’라는 유명해진 말 속에서 이순신이라는 한 인물의 정신을 읽은 것 같다. 또 시대적 혼란이 떠오를 때면 항상 이순신 장군이 수면 위로 떠올라 그의 정신을 따라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지금의 혼탁한 시대에 영웅과 같은 존재를 바라는 것일지도 혹은 그의 넋을 뒤따라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라를 구한 영웅을 넘어 이순신에 대해 인간적인 마음가짐의 모범을 누구나에게도 절대적인 기준으로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에겐 절대적 진리가 있지만 누군가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진리의 그림자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 선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게끔 도우기도 하는 것 같다. 삶의 현상, 현장에서 드러나는 진리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더욱 길러야겠다. 이 땅을 더욱 깊고 풍성히 누릴 수 있는 자들은 아무래도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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