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아내와 전통시장에 갔다.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채소며 어묵이며 살 것들을 찜 하다가 출출해서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이왕 시장에 왔으니 그곳의 맛집을 검색해 봤다. 그 시장에서는 만두 분식집이 유명하단다. 그런데 특이하게 만두집에서 일등 메뉴는 쫄면이었다.
마침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고 머뭇거림도 없이 분식집에 들어갔다.
벽에 쓰여 있는 커다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Since 1978"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보다, 1970년대의 일부를 나와 같이 보냈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오래 버티고 견뎌서 이렇게 찾아올 수 있게 해 준 것도 고마웠다.
들어가자마자 음식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주문방법이 옛날 70년대 방식이 아니다. 요즘 새로운 식당에서 보던 테이블 위에 주문모니터가 따로 있었고 똑. 똑. 손가락 몇 번에 주문이 들어갔다.
쫄면 맛집이니 쫄면 하나에 만두집이니 찐만두 한 접시도 추가했다. 십 여 분 있다가 테이블 옆에는 동그란 두 눈을 껌벅하는 서빙로봇이 아내와 나의 음식을 배달해 주었다.
오래된 노포의 '신식' 시스템이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쫄면의 감기는 감칠맛과 적당한 맵기 그리고 만두의 충실한 만두 속까지 부족함 없이 맛있었다. 시장에서 먹는 분위기도 한몫했으리라.
오랜만의 시장 골목집 분식점에서 행복함을 느낀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