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 그 무례한 시선에 대하여

by 루비하루

​구청장실의 웅장한 가구들 사이로 3개 과의 과장들과 실무자들이 모였다. 안건은 ** 서류 위에는 벌금 200~500만 원이라는 숫자들이 차갑게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 눈에 들어온 것은 서류 속의 숫자가 아니라, 10년 만에 마주한 F 과장의 눈빛이었다.
​"언니, 언니."
​한때는 같은 고민을 나누며 F과장을 언니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은 '관리자'라는 완장을 채웠고, 그녀에게는 '공무상 재해'라는 흔적을 남겼다.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그들의 시선이 그녀를 훑는 것이 느껴졌다.
​'쟤는 아직도 저러고 있나?'
'왜 저 자리에서 멈춰버린 걸까?'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조직의 표준화된 잣대가 선명하게 보였다. 승진과 성과, 그리고 속도라는 잣대. 그 잣대로 쟀을 때 그녀는 분명 '정체된 자'였고, 규격 밖의 낙오자였다. 그녀가 지나온 아픔의 터널, 숨이 멎을 것 같던 그 시절을 그들은 '근황'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소비하고 싶어 했다.
​회의가 끝나고 울린 전화기 너머로 그녀는 부서진 시간들을 담담히 뱉어냈다. 전화를 끊자마자 견딜 수 없는 피로가 덮쳐왔다. 그건 업무의 고단 함이라기보다, 타인의 시선에 일일이 증명해야 했던 감정의 소모였다.
​익숙하다.

이제는 그들이 그녀를 어떤 눈으로 보는지, 어떤 서랍에 분류해 넣는지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더 이상 화도 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의 시선을 견뎌낸 그녀의 영혼이 너무 무거워 눈이 자꾸 감길 뿐이다.


​이 조직에서 그녀는 정체된 자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녀는 그들의 잣대로는 결코 잴 수 없는 깊이의 시간을 지나온 자이기도 하다. 피곤한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잣대를 든 자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내면에서 얼마나 치열한 파도가 치고 있었는지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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