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민사소송 예정

by 루비하루

“이서연 주무관.”
과장의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렸다. 단호했고, 공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팀장이 다음 달부터 교육 들어갑니다.

대행 업무, 맡아줘야겠어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눈치 빠른 몇몇 동료들이 고개를 숙였고,
후배는 곁눈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말.

“뭐, 어쩌다 몸이 그렇게 된 건 안타깝지만…

사실, 안 그랬으면 진작 팀장 됐을 사람 아닌가요?

안 그래요?”

그 말은 칼날처럼 내리 꽂혔다.
‘몸이 그렇게 된 것.’
그건 내가 원해서 된 일이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헌신했고,
그 대가로 얻은 병과 상처였다.

‘저도 알아요. 저도 팀장 욕심 있었어요. 저도 사람입니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았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민원창구 앞에서 묵묵히 서 있던 시간들,
밤을 새우며 마스크 속에서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던 날들,

눈물조차 닦을 수 없던 그 순간들이 스쳤다.

며칠 전 후배의 말이 떠올랐다.
“서연 선배, 왜 버티세요? 그냥… 편해지세요.”

심장이 뻐근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짜… 이젠 관둬야 하나.’


팀장 대행 일을 막 시작했을 때였다.

하루하루가 숨 가빴다.

사무실에선 끝없이 일이 쏟아지고 있었고, 집에선 깊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 모든 상황들이 나의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한 통의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세입자의 이름이 찍힌 봉투.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자, 서류 첫 줄에 적혀 있었다.

“지연이자 지급 요구. 변호사 선임 완료. 지급 거부 시 민사소송 진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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