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먼 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 준비를 했다.
오늘은 월정사까지 가는 먼 나들이. 날씨가 강릉보다 더 쌀쌀할 듯하여 보온도시락으로 준비했다. 밥에 연근, 당근, 부추, 파를 잘게 썰어 한입 크기로 주먹밥을 만들고 달걀 옷을 입혀 부쳐 내었다.
오늘의 먼 나들이가 아이에게는 어린이집에서의 마지막 소풍이다. 7세들끼리만 하는 나들이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동생들과 함께하는 소풍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린이집 나들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게 마지막이라니. 마지막 소풍이라니. 아이보다 괜시리 내가 더 아쉬운 마음이다.
‘자연에서 자연과 함께 크는 아이들’이라는 공동육아의 취지 덕분에 아이는 어려서부터 산으로 들로 바다로 나들이를 참 많이도 다녔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나가는 나들이를 공동육아에서는 ‘밥’에 비유할 만큼 아이들의 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그리고 날마다 먹는 ‘밥’, 그래서 그냥 보통의 일상인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미세먼지만 심하지 않은 날이면 아이는 날마다 자연으로 나섰다.
어쩌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쉽지 않은 자연을 벗 삼아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일이 아이에게는 일상이자 전부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만지는 아이.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은 주지 못하는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몸으로 담뿍 느끼는 아이.
놀면서 자라고, 살면서 배우는 아이. 날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아이는 훌쩍 자라났다.
아이가 자라난 만큼 나도 공동육아 안에서 많이 자라난 느낌이다. 아이를 키우려 왔다가 엄마인 내가 더 많이 크고 배웠다. 마흔한 살 엄마도 자라나게 해주는 공동육아의 마법 같은 시간 속에서 행복했다.
아이의 졸업이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자꾸만 앞선다. 도시락 가방을 짊어진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이 찔끔- 아이고, 청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