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_남겨지던 날

by 김평화


2019년 3월 19일

엄마가 죽었다









死_남겨지던 날


3월 20일.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교수님은 수업이 한창이었고, 나는 지루함에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집에 돌아가 오늘 저녁에는 엄마와 무엇을 먹을 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작은 이모였다. 교수님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몸을 잔뜩 수그리며 계단에서 전화를 받았다.



"너희 엄마가 전화를 안 받아."



나는 낙천적이었다. 전날 친구들을 불러 함께 집에서 잔다고 했던 엄마였기에, 밤새 노느라 아직도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화 두세 번 하면 깨겠지. 이모에게 말했다. 아직 자고 있을 거예요. 제가 전화해 볼게요.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다시 한번 걸었다. 받지 않았다. 또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다시 한번... 몇 번을 걸어도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끝까지 들었다. 평소처럼, 평소와 같이 집에 가면 잠에서 깬 엄마에게 핀잔을 주며 가슴을 쓸어내릴 줄 알았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할 때, 엄마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도어락이 열리지 않고, 문 앞에는 '고모만 들어오라.'고 적혀있어서, 너무 무섭다고. 그때부터 나도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몸이 떨렸다. 곧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울지 않았다. 엄마가 우울해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일 테니까. 마침내 문을 열고 방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눈물은 그때 흘리자. 안도의 눈물을 흘리자. 그렇게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낙천적이었다. 낙천적이어야만 했다.


집에 올라가니 길게 늘어진 복도에 엄마 친구가 홀로 서있었다. 전화로 했던 그 말대로, 문 앞에는 '고모만 들어오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터치 도어락을 몇 번이나 손바닥으로 눌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옆에 창문이 있었지만 차마 열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모에게 전화하니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에 신고했다고.


바람이 불었다. 하늘은 곧 비가 쏟아질 듯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복도는 고요했다. 큰 소방차가 아파트 앞에 서고, 곧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우르르 내렸다. 곧바로 창문을 연 남자는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했다.



"보지 마세요."



그제야 눈물이 터졌다. 이제 안도의 눈물은 흘릴 수 없으므로, 참아왔던 슬픔의 눈물이 우르르 터져 나왔다. 소방관들은 집에 들어가기 위해 방범용 철창을 제거했고, 나는 고모, 그리고 엄마 친구와 함께 계단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잠시 후에 온 형사는 '어제 어디 있었냐'는 물음에 두서없는 말을 해대는 나를 채근했고, 소방관은 눈을 맞추며 위로했다.


그때 옆집 아줌마가 문을 열고 나와 말했다. "며칠 전에 나랑 인사도 했는데. 파 드릴까요 얘기도 하고." 알아요, 아줌마. 나도 며칠 전에 엄마랑 얘기했어요.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자고, 학교 가면서 갔다 올게 얘기도 했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나보고 밝은 옷 입고 나가라고 했어요.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나도 알아요. 어제까지 살아있던 엄마가 죽었다는 거.


2019년 3월 19일, 나는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