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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May 20. 2016

7살 꼬마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In memor of Maegan Nguyen

* 이 글을 사랑하는 Maegan Pang Nguyen(2008. 2. 21-2016. 5.13)의 영전에 바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st in Peace


이틀 전 월요일 우리 작은 아이의 친구의 부고를 받았습니다. 


킨더와 1학년때 같은 반 친구였고, 우리 딸이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고, 실제로 베프 두 명 중 하나인 친구였습니다. 1학년 때부터 투병을 했는데 지난 주 금요일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네요.


실은 이 친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작년 9월이었어요.

출석 일수를 채 채우지도 못했는데 2학년으로 올린 것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고, 작년 12월에 또 한 명의 베프 생일에 갔을 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실은 그 때부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작은 아이에게 해 줘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친구의 죽음을 알릴 것인지, 말 것인지부터 고민이더군요.


그 전부터 작은 아이가 죽음에 대해 몇 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그것을 물어본 것이 계기였구요, 우연히 집에 어린이용 성서를 읽으면서 어렴풋하게나마 '신'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짤막 짤막한 유아용 성서 말고 어린이용 성서를 사 달라고 해서 사 주었더니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읽더라고요.

http://www.christianbook.com/catholic-bible-for-children/9780899429977/pd/429977


만에 하나 이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알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바뀌었지만 생일 잔치 등 친구들과 어울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이 친구를 생각하더군요.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다가 들통나면 아이가 제게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았고, 저도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어제 화요일, 작은 아이와 둘 만 있게 되어 이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첨에는 많이 놀랐고, 울기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더군요.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어리지만 아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 친구를 잊게냐고 하더라구요. 

자기는 가슴 속 깊숙히 이 친구를 넣어두겠다고 해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하늘에서 자기를 지켜보는 별이 되었을 거라는 제 설명도 납득하는 듯 보였고요. 남아있는 가족들, 특히나 친구의 연년생 동생을 많이 걱정해요. 친구 대신 자기가 그 동생의 언니가 되어주고 싶다고 합니다.

자기는 이 슬픔을 겪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되니 걱정 말라고 오히려 저를 위로하네요. 엄마가 바로 말해주진 못했어도 부고 전화 받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무슨 나쁜 일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요. 다음에도 이런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자기한테는 꼭 이야기 해 달래요. 자기는 견뎌낼 수 있다면서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너의 친구가 간절하게 보내고 싶었겠지만 결코 보낼 수가 없었던 시간이니 친구 몫까지 열심히 살자고 아이랑 다짐하면서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이 대화를 하면서 아이랑 울다가, 웃다가, 대견스러웠다가, 또 부둥켜 안고 울다가 하면서 간신히 대화를 끝냈습니다. 집에 와서는 친구에게 보내는 마지막 카드와 친구 동생에게 위로 카드를 쓰면서 마음을 가다듬더군요. 그 후로 평상시와 같이 생활하다가 문뜩 생각이 나는지 조용히 눈물을 닦기도 하고, 또 친구들이랑 소리지르면서 놀기도 하네요. 

그러면서도 자꾸 생각이 난대요..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도, 학교에서 책을 읽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문뜩 세상을 떠난 이 친구가요. 친구가 불쌍하다고..그러구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친구는 너무 많이 아팠고, 살아 있는 순간에도 네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고. 이제는 더 이상 아파도 되지 않으니 불쌍해하지 말자구요. 오히려 같이 기뻐해 주자구요.


아이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직시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도 제 아이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06769.html


'죽음'이란 겪어내기 어려운 고통이지만, 때로는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저희 딸은 사랑하는 베스트 프랜드를 잃었지만, 그 친구를 통해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배웠어요. 이 친구가 저희 딸에게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인 것 같습니다.


내일 마지막으로 Maegan을 만나러 갑니다.


Rest In Peace, Maegan


그곳에서 편히 쉬렴. 

그곳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2016년 5월 19일

Sarah, Emily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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