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반 동안 펠로톤 사용기_2
내가 지독히도 운동을 안 하는 터라, 남편은 일부러 나와 Private trainer를 고용해서 함께 PT를 하기도 했고, 사정상 그럴 수 없게 되자 YMCA 회원권을 끊어 매달 $90불씩을 거의 5년 넘게 지불했다.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그런 마음이 고마워 억지로라도 YMCA에 갔다. 사이클 수업을 들었지만, 힘도 들었고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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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강사가 저항 강도(resistance rate)를 올리라고 해도,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감이 없었다. 이런 경우 나를 과소평가하기 나름인데, 그러다 보니 45분 수업을 듣고 나와도 그다지 운동을 많이 한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사이클 수업의 어두운 조명은 내가 그 속으로 숨을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준다. RPM이나 resistance rate은 조금만 힘들다 싶으면 적당한 선에서 강사 눈을 피해 타협해 버리면 그만일 뿐.
이왕 재미없는 운동을 할 것 같으면 나에겐 차라리 러닝이 나았다. 러닝은 숫자로 내 기록을 보는 재미라도 있었다. 사이클링도 이 점은 마찬가지였는데,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았달까. 굳이 좋았던 점을 찾으라면 트레드 밀 위에서 경쾌하게 ‘타닥타닥’ 뛰는 내 발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소리와 기록 보는 재미에 그나마 억지로라도 트레드 밀에 올랐고, 가끔 줌바 수업이나 Barre 수업을 들었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서너번 가는 처지였지만, 그때 깨달은 게 있다. 나는 '숫자형 인간'이라는 것.
45분 동안 뛰면서 분 당 내가 얼마나 뛰었는지, 내가 태운 칼로리는 얼마인지 머릿속으로 계속 계산을 한다. 그러면서 오늘 뛸 수 있는 목표 거리와 칼로리를 계속 수정해 나간다(대부분 목표치는 상향한다). 이런 과정이 지루한 초반 30분을 견디게 했고, 나머지 15분은 목표치에 맞춰 운동 강도를 조절해 나가며 견딘다. 그 기록들이 매 번 운동할 때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었다.
내가 선호하는 운동패턴을 이렇게 길게 밝히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 펠로톤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펠로톤 바이크'라는 하드웨어는 분명히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실은 누구나 만들 수 있을 만큼 평범하다. 자전거에 커다란 화면을 붙인 것이 전부이다. 남편도 이사 오기 전, 펠로톤을 너무 갖고 싶어 한 나머지, 가난한 자의 펠로톤, '푸어로톤Poorloton'을 만든 적이 있다. 아마존에서 실내 자전거 트레이너를 구입해서 안 쓰는 로드 바이크를 달고, iPad를 설치한 것. 그리고 펠로톤 2주 무료 트라이얼을 신청했다.
펠로톤 없이 사용하는 펠로톤 앱도 꽤 괜찮았다. 가격의 압박을 받지 않는다면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다른 운동 앱들 중 가장 추천할 만하다. 특히 명상과 걷기 프로그램은 우리가 쿼런틴 기간 동안 정말 잘 사용했다. 하긴, 멤버십 가격 따지면 이 정도 퀄리티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 괜찮은 운동 프로그램이 '펠로톤'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나니 폭발력이 어마어마하다.
일단 오늘은 운동량 기록 측면에서 이야기해 보자.
라이딩을 시작하면 화면 아래 상단에는 Cadence, Output, Resistnace, 하단에는 Speed, Distance, Total Output, Calories가 기록된다.
왼쪽부터 상단부터 설명해 보면 Cadence는 얼마나 빨리 페달이 돌아가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사이클 휠이 얼마나 빨리 도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기존 사이클 기계들이 사용한 RPM(Revolution per Minute)은 바퀴 회전 수, 즉 자전거의 속도를 측정하는 기준이었다면, 펠로톤이 사용하는 케이던스는 1분 동안 몇 번의 페달을 돌리는지가 기준이다. 화면에서 나온 A cadence of 83 rpm은 자전거 페달, 즉 크랭키를 1분 동안 360도의 원을 83번 돌려 만든다는 뜻이다. 즉 페달이 1회전 하는 데 1/83분이 소요된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가운데 Output은 얼마나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수.
이 수치는 왼쪽의 케이던스와 오른쪽의 레지스턴스를 기준으로 계산되며, watt로 측정된다는 면에서 work이 아닌 power로 봐야 한다. work와 power는 얼핏 같은 개념인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완전히 다른데, work로 운동량을 계산한다면 얼마나 많이 운동했는가가 기준이지만, power로 계산한다면 이는 얼마나 '힘들게' 운동했는가가 기준이 된다. 매 순간 얼마나 힘들게 운동했는지를 모은 수치가 화면 하단에 kj로 표시된 Total Output이다. 바로 이 수치가 라이딩 시작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운동했는지를 알려준다.
오른쪽 Resistance는 얼마나 자전거 크랭크를 힘들게 돌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로 측정한다. 같은 cadence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이 숫자가 올라갈수록 당연히 아웃풋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출처: https://www.brygs.com/your-peloton-screen-resistance-cadence-and-output/ )
이러한 수치들은 비록 다른 형식이지만 기존 실내용 바이크에도 있었던 기능이다.
펠로톤만의 장점은 화면 오른쪽에 나온 수치들이라 할 수 있다.
수업이 시작되면 기본으로 All Time이 지정되어 보여주는데, 이 클래스가 올라온 이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클래스를 들었는지 그 기록을 보여준다. Here now 버튼을 활성화하면 지금 몇 명이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거나 최근에 라이딩을 마친 이들의 기록들이 나열되어 있고 내 Total Output을 기준으로 랭킹이 메겨진다. 라이딩을 할수록 당연히 Kj 수치가 올라가므로, 내 랭킹은 계속 올라간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들게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내 랭킹은 당연히 떨어진다.
만약 나와 비슷하게 크랭크를 밟기 시작한 회원이 있다면 그의 기록과 내 기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게 된다. 개중에는 더 높은 power를 기록하며 치고 나가는 이도 있지만, 그들은 나와는 다른 레벨의 라이더이니 깔끔하게 보내드린다. 만약 그 회원이 60대가 넘은 노인이라면 더더욱 감탄을 하며 하이 파이브를 날려드리며 경의를 표한다. 약간의 자괴감을 느끼며 ㅋ
허나 나와 비슷한 수준의 회원과 함께 라이딩을 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를 이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의 최고 기록이 경신, 혹은 경신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내 안에 잠재된 경쟁심이 더 열심히 자전거를 타게 만드는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을 보면 나보다 1kj만큼 더 힘들게 자전거 타고 계신 코네티컷에 사는 60대 할머니가 보인다. 저분부터 잡고 가자!
내 기록은 다른 이들의 기록과 경쟁을 하는 동시에 나의 최고 기록과도 경쟁을 한다. 오른쪽 화면에 뜨는 내 현재 기록에는 최고 기록을 수립한 시간대의 기록이 함께 보인다. 이 기록보다 내 현재 기록이 더 나은 수치이면 현재 기록이 더 상단에 보이고, 만약 중간에 자전거를 열심히 타지 않아 기록이 떨어지면 현재 기록은 최고 기록 아래로 내려간다.
라이딩을 마치고 나면 그 날 운동량을 숫자로 간단하게 보여준다.
더 상세한 수치가 보고 싶다면 상단 맨 오른쪽의 workout details 버튼을 누르면 그 날의 기록과 누적된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화면을 통해 내가 며칠 동안 운동을 해 왔고, 그동안 누적된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펠로톤 타기 초반에는 머릿속으로 그 날의 목표를 세워가며 라이딩을 했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이미 누적된 기록들을 통해 다음 목표가 이미 서 있기 때문이고, 펠로톤 강사들이 나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불현듯 궁금해진다.
바이든 대통령도 펠로톤을 타신다는데, 이 분의 최고 기록은 얼마나 될까?
기록을 알게 되면 왠지 자괴감이 들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