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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Jul 06. 2021

4. 화웨이 스마트폰의 찬란했던 시절

아 옛날이여

|화웨이의 ‘1+8+n’ 전략|


화웨이의 ‘컨슈머' 사업 분야에서는 단연코 스마트폰이 가장 주력 제품이지만 그 외에도 노트북, 스마트티비, 태블릿(패드),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스마트스피커, 스마트스크린, 스마트홈 관련 제품, VR헤드셋 등 종류로 따지자면 삼성, 애플, 샤오미에는 못 미치지만 다양한 소비자용 전자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에 두고 8개의 주요 IT 디바이스로 주변을 둘러싸고 그 외는 협력사의 제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하는 ‘1+8+n’ 전략을 실행 중이다.


1 - 스마트폰

8 - TV, AI스피커, 스마트글라스(안경), 스마트워치, 자동차, 이어폰, 컴퓨터, 스마트패드

N - 스마트홈(가전가구),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이동사무실


등을 지칭한다.


다만 샤오미도 마찬가지만 화웨이 역시 이 모든 전략에는 스마트폰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 시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 시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화웨이의 1+8+N 전체적인 그림도 어그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는 모두가 아는 그 이유가 맞다.





|화웨이 스마트폰 발전사|


- 화웨이 스마트폰의 승승장구


우선 화웨이의 스마트폰 발전 발자취를 잠시 살펴보자.


2003년도에 사업으로 휴대폰 사업부문을 설립했고,

2005년에 최초로 3G 기반 휴대폰 디자인을 발표했다.

2009년 정식으로 첫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합류한다.


이듬해인 2010년 전 세계 휴대폰 판매량 10위 기업으로 처음 이름을 올린다. 2011년 8위, 2014년에는 5위로 치고 올라와서 2019년에는 삼성의 뒤를 바짝 쫓는 2위까지 엄청난 속도로 올라온다.


초창기인 2010년 300만대의 출하량이 2019년도에 무려 2.4억대로 80배 이상으로 폭풍 같이 성장한 셈이다. 심지어 2020년 2분기에는 삼성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동 기간 화웨이의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은 무려 46%였다.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이 처음 개발되어 중국에 수입되고, 후발 주자인 삼성이 중국 시장을 한창 공략하던 2010년 전후만 하더라도 중국산 스마트폰은 덜 떨어진 디자인, 저스펙, 저품질과 통화불량, 터치불량 등의 잦은 고장으로 저가임에도 중국 소비자들조차 외면했지만 앞서 다뤘던 샤오미가 2011년 첫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출시하면서 중국 스마트폰 내수 시장의 전세가 중국 제품으로 분위기가 확실히 역전됐다.


특히 한 때 애플과 삼성이 양분 했던 중국 내수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점점 내려가더니 이제는 화웨이, 애플, 샤오미, 오포, 비보의 밑에 기타 카테고리로 들어가는 수모를 겪고 있다.


2020년 5G 스마트폰 점유율. 5G는 스마트폰의 프리미엄 시장에 속하므로 삼성이 기타에 묶이진 않음. 애플도 최초의 5G인 아이폰 12가 20년 연말 출시로 점유율이 높지 않음
2019~2020년 스마트폰 중국시장 점유율, 중저가 및 프리미엄 다 포함한 시장으로 여기선 화웨이의 압도적인 모습, 삼성은 기타 카테고리에 들어가서 이름도 안 보임.
2021년 1분기까지 보면 화웨이 점유율이 많이 준 것을 알 수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여전히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삼성의 자리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가 완전히 잠식해버렸기 때문이다.


2011년 샤오미발 충격이 몇 년 간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한바탕 휘저어 놓고 나서야 화웨이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비록 샤오미의 돌풍 후에 오포와 비보라는 신생 스마트폰 제조기업이 오프라인 유통망을 중심으로 무서운 기세로 샤오미의 자리를 위협했지만 지나고 돌이켜보면 결국 중국 스마트폰 전쟁의 진정한 승자는 화웨이였다.


화웨이는 샤오미의 스마트폰 마케팅 성공 전략을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일부는 똑같이 따라하기도 했다. 우선 화웨이는 2013년 온라인 전용 스마트폰 제품 담당하는 사업부를 독립시키면서 2011년 처음 출시한 '아너'(Honor, 荣耀)를 온라인 전용 중저가 서브 브랜드로 새롭게 포지셔닝시킨다.


화웨이의 서브 브랜드였던 아너(Honor, 荣耀)


이렇게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라인업인 화웨이 브랜드와 온라인 주력인 아너를 확실하게 구분을 짓는다. 왜냐면 직접적으로 샤오미와 비슷한 가격대와 스펙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려면 화웨이의 기존 제품들의 잠식 현상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 경쟁사들에서도 샤오미 대응을 위한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만들기는 했지만 화웨이는 아예 온라인 스마트폰 사업부를 독립시키므로서 화웨이 내부에서부터 격렬한 실적 경쟁을 유도한 것이다.


이렇게 중국에서 주류를 이루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샤오미 등에 맞서서 서브 브랜드인 아너로 방어하고 화웨이는 차별화 전략으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내에선 애플과 삼성을 대응하고, 또한 글로벌 시장 수출을 도모했다.


프리미엄 라인으로 고가 시장 및 해외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 화웨이는 자신들이 통신장비와 네트워크 기술력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이 분야의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라는 것을 십분 활용해서 화웨이 스마트폰의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안테나를 비롯한 각종 통신 모듈, AP(Application Processor, 컴퓨터의 CPU 역할) 등의 각종 핵심 부품과 자신들이 중국 전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깔아놓은 통신장비와의 호환성을 극대화시켰다.


실제로 과거 2014년 전후로 칭다오 근무 시절에 중국 고속철을 타고 산동성 각 지역으로 출장 다닐 때만 해도 거의 모든 중국산 스마트폰은 300km 이상의 속도에서 통화 뿐 아니라 인터넷 연결도 잘 되지 않아서 불편함을 겪었으나 화웨이 스마트폰은 비교적 문제가 없었다. 이런 부분이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도 확실한 차별화를 이룬 부분이다.


한국의 SK텔레콤이 언제 어디서나 통화가 잘 터진다는, 벌써 20년도 훨씬 더 된 90년대 후반의 이미지가 아직까지 어느 정도 유지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초창기 이미지 메이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화웨이는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서부터 쌓은 각종 기술력으로 스마트폰의 핵심 프로세서인 AP 설계 능력까지 상당부분 갖추고 있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반도체 설계부분을 맡고 있으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리즈에 화웨이에서 독자 개발한 칩셋인 기린(Kirin) 시리즈가 장착된다. 물론 화웨이서 독자개발했다고 주장한 AP가 사실은 영국 ARM의 칩셋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던지 혹은 실제 AP 설계는 했을 수 있지만 제조를 못하는 반 쪽짜리 기술이라는 등의 평가 절하는 잠시 접어두고, 이런 기술력을 널리 홍보하고 자랑함으로서 중국 소비자들에게 화웨이가 애플과 삼성에 뒤지지 않는 이미지 메이킹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ARM? 2019년 5월 기사, 출처 @조선일보


2021년 기준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 개발 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춘 스마트폰 제조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화웨이, 애플 뿐이다. 나머지 출하량 1억대 이상의 중국 기업들인 오포, 비보, 샤오미는 이런 개발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상기 언급한 화웨이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과 각종 기술력에 대한 대대적 홍보과 애국 마케팅 그리고 실제 성능과 디자인이 받혀줘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중국 스마트폰의 무덤인 프리미엄 시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꼽았다. 2016년 프리미엄급 모델인 P9 및 P9 플러스의 판매량이 중국 고가 스마트폰으로 처음으로 1,000만대 판매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동 모델의 유럽시장 출고가는 749유로, 당시 한국 환율로 약 92만원이었다. 그 이후로 화웨이는 중저가, 주력,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골고루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9년 2.4억대의 역대 최고의 출하량을 보여주며 글로벌 점유율 2위로 화웨이가 가장 빛날 때의 수치를 살펴보면 8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비록 애플 76%, 삼성 23%, 총 99%로 화웨이가 여기까지는 끼어들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밑의 600~800달러 사이의 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 76%, 삼성 13%에 이어서 화웨이가 6%로 선방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여전히 애플, 삼성에는 많이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경쟁사인 샤오미, 오포, 비보 3대 기업의 준 프리미엄 점유율을 다 합쳐봐도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면 화웨이의 중국 내 프리미엄 이미지가 상당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스마트폰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400~600달러 주력시장에서는 화웨이의 점유율 32%로 애플 33%, 삼성 17%와 전혀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이렇게 전 세계 스마트폰을 주름 잡던 화웨이는 2020년 4분기부터 미국 제재로 인한 반도체 수급 중단와 구글 안드로이드 기술지원 중단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투트랙으로 운영하던 서브 브랜드인 아너를 2020년 11월에 매각한다.


기존에는 화웨이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던 아너는 완전히 화웨이의 품을 떠나서 신생 독립 회사가 되었다. 기존의 화웨이 출하량의 약 30% 정도를 차지하던 아너의 매각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고 화웨이의 스마트폰 존속 자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깊어졌다.


런정페이는 아너를 매각한 이후, 화웨이 내부적으로 열린 아너 송별식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화웨이(huawei)와 아너(honor)는 이제 깨끗하게 이혼 한 것이므로 서로에게 질척대지 말고, 화웨이와 아너는 서로를 경쟁 상대로 봐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화웨이의 품에서 벗어나야 아너라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도 아너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아너를 화웨이와 무관한 회사로 간주해 반도체 수급 제재를 풀어줄지는 미지수다.


2021년 기준으로 화웨이 스마트폰의 주요 라인업을 살펴보자.


- 대화면 플래그십(프리미엄)으로 '메이트(Mate)' 시리즈,

- 플래그십(프리미엄)으로 ‘P' 시리즈,

- 하이엔드로 '노바(Nova)' 시리즈,

- 미들-로우엔드로 ‘Y' 시리즈,


MATE Series
P Series
NOVA Series

그리고 화웨이가 매각한 온라인 주력 중저가 서브 브랜드인 '아너(Honor)'가 있었다.


미국 언론에서는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아너'를 매각한데 이어 플래그십 브랜드 'P'와 '메이트'까지 팔려고 검토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화웨이에서는 예전에 아너 매각설에 대해서도 극구 부인했다가 결국 매각한 만큼 화웨이의 기타 시리즈 매각설도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 철수 수순으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스마트폰 분야에서 절정으로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주던 화웨이는 점점 시들어가는 분위기가 되었으며 더욱 화웨이에게 우울한 것은 앞으로도 반전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1년 1분기 기준으로 화웨이가 잃어버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가 제일 많이 가져갔고 오포와 비보도 일부 나눠먹었다.


늑대 화웨이의 시체를 좁쌀 영감(?)과 그 외 중국 승냥이(?)들이 사이좋게 나눠먹은 셈이다. 고작 10년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화웨이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격렬한 흥망성쇠 과정을 몸소 보여주었다.


화웨이의 ‘컨슈머’ 사업은 스마트폰에서 손발을 묶였으므로 이제 새로운 곳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화웨이는 직접적으로 자동차 생산까지는 뛰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통신 네트워크와 ICT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미 여러 자동차 기업에게 각종 통신관련 부품과 솔루션 및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자율주행을 비롯한 스마트카 시장에서는 화웨이의 활약이 또 새롭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 20년 말부터 화웨이는 중국 완성차 기업인 창안자동차(长安汽车)와 중국 배터리 분야 대표기업인 CATL(닝더스다이, 宁德时代)와 함께 스마트카 브랜드를 출범할 계획을 가지고 협업 중에 있다. 스마트카 관련해서 핵심 부품인 라이다 센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만 화웨이는 여러 차례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거나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서 꺾인 날개를 과연 다른 분야에서 다시 활짝 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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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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