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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Jul 10. 2021

6. 화웨이 운영체제, 홍멍OS(鸿蒙)에 담긴 의미

이미 퇴로가 없는 데 어찌 돌아가라 하십니까

#01

|자체 OS 개발, 유일한 선택지|


멘땅에 헤딩으로 밑바닥부터 운영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수고가 들어간다. 우리가 익숙한 Windows XP를 예를 들자면 프로그램이 구성된 코딩은 4,000만 행 이상이다. 버그 및 에러 수정 전에는 1억 행 이상의 코딩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5천 명 이상의 우수한 프로그래머들을 매일같이 야근시키면서 3~4년간 갈아 넣어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화웨이 역시 특유의 성과 창출 압박 문화로 똑같이 프로그래머들을 갈아 넣었겠지만 2019년 5월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OS 지원 중단 이후 현재 2021년 6월 단 2년 만에 이를 개발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순진한 생각으로 보인다.


사실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인 홍멍OS에 대한 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고, 본격적인 개발은 2016년부터 시작돼서 2017년에 홍멍 버전 1.0이 탄생한 바 있다. 따라서 화웨이의 홍멍은 보수적으로 짧게 잡아도 이미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구글 협력이 끊긴 2019년부터는 아마 화웨이는 여기에 온 힘을 집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그리고 실제 2019년 화웨이의 개발자 대회에서 홍멍OS를 정식으로 개발 및 배포하겠다는 선언까지 했었던 상황이다.


이미 퇴로가 없는 상황인데 화웨이가 바보도 아니고 어찌 힘을 집중하지 않았겠는가, 논리적으로 너무 당연한 결과다. 다만 모든 소프트웨어 연구인력을 갈아 넣었을 것이 너무나 자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화웨이는 홍멍을 정식으로 발표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그 과정이 어려웠다는 뜻이며 또한 그만한 심혈을 기울였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02

|자체 OS, 하는 김에 제대로|


21세기부터 2000년대의 노키아, 2010년대의 애플처럼 모바일 분야에서 10년마다 한 번씩 커다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처음에 전화나 단문 메시지 정도나 할 수 있던 핸드폰이 이제는 영상 통화, 게임, 쇼핑 등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미래 인류가 무엇이 더 필요한지 화웨이는 제시하고자 한다.


화웨이는 홍멍은 다음 세대의 안드로이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홍멍OS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설비에 대한 연결과 통신을 재구성한 생태계의 서버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화웨이는 1+8+N 전략을 통해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IoT 전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에 발표한 홍멍OS는 스마트폰이 중심으로 여러 개의 보조 설비를 연결하는 개념은 아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홍멍OS에 연결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기기는 평등하다는 뜻이며 A라는 전자기기의 설비에 디스플레이가 연결이 되어있다면 B라는 다른 기기에 대한 네트워크 접근 및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만일 내가 스마트폰에만 인스타그램을 깔아놓고, 스마트패드에는 설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스마트패드의 홍멍OS를 통해서 스마트폰에 깔려있는 인스타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하고 있던 기존의 사물인터넷의 개념을 살짝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만물)을 연결하는 시대, 이제는 누구도 외딴섬이 아닙니다(万物互联时代, 没有人会是一座孤岛)’라는 화웨이 홍멍의 슬로건은 농담 따먹기로 만든 것은 아니라는 셈이다. 현재 IoT에 대해서 매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매우 많지만 아직 이 정도의 수준을 보여준 기업은 많지 않다.



#03

|H/W(반도체)는 단기간엔 노답이니, S/W로 패러다임 전환|


또한 화웨이가 홍멍OS를 통해서 진정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최근 자동차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초라할 정도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등의 주요 기업들이 왜 그렇게 전기차, 스마트카 등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지 못해서 안달이 났을까? 원인은 하나밖에 없다. 향후의 자동차 산업은 결코 하드웨어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없다.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 제공이야 말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다. 내연기관의 시대에 중국 자동차 산업은 보잘 것 없었지만 이제 웨이라이, 샤오펑, 리샹 등의 신흥 전기차 제조 업체들은 소프트웨어와 관련 반도체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면서 전기차 시대에는 서방국가를 추월코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핵심인 반도체 공급이 미국에게 막혀서 숨구멍이 막혔다. 그렇다고 반도체 핵심 기술을 무슨 수를 써도 단기간에 향상하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제품에 장착해야 할 반도체가 없으니 시장 점유율은 곤두박질쳐서 완전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스마트폰을 비롯해서 각종 제품들을 더 이상 시장에 내놓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화웨이는 부득불 전략을 완전히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즉, 과거에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출구전략을 구상한 것이다.



#04

|살기 위해 홍멍OS을 통째로 들어다 바치다|


게다가 진짜 중요한 것은 화웨이가 완전히 작정이라도 한 듯 6월 2일 홍멍OS 발표회와 동시에 이 홍멍OS를 중국 민정부(民政部, 중국 국무원 소속 내각, 한국 행정부와 유사)가 등록하고 중국 공신부(工信部, 한국으로 따지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즉 과기부)가 주관하는 개방원자기금회(开放原子基金会)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Whaaaat..? 나는 여기서 그냥 완전 녹다운되어버렸다. 살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지 감당하겠다는 이런 화웨이의 클래스가 다른 클래스. 물론 중국 언론에선 또 화웨이와 런정페이 애국정신 감성팔이)


화웨이는 본인들이 넉넉잡고 보면 2012년부터 기원한, 거의 10년에 걸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만들고 준비한 자체 운영체제인 홍멍OS를 아예 통째로 들어다가 중국 정부에 갖다 바친 셈이다. 즉, 이제 실질적으로 홍멍OS은 이미 화웨이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에서 홍멍OS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거 자체가 너무 홍멍OS에 대한 빅픽쳐를 과소평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홍멍OS는 애초에 화웨이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의 프로젝트로 시작돼서 → 화웨이 전사적 프로젝트가 되었다 → 중국 전체의 국가급 프로젝트로 승격되었다고 보아도 심한 비약은 아니다.


바로 이것이 중국 주요 언론 매체인 신화사, 인민일보, 중국중앙티비(CCTV)가 화웨이 홍멍OS의 발표를 전부 최상단의 헤드라인으로 중점 보도한 이유다. 왜냐하면 홍멍OS는 단순한 비즈니스 상품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05

|홍멍OS,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밀고 나갈 듯|


지금까지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해외 글로벌 기업과 알리바바, 텅쉰,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플레이어들도 여러 운영체제를 발표한 바 있으나 전부 살아남지 못했다.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은 결코 아니다.


다만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수많은 응용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만 소비자들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야 말로 중요한 관건이다. 생태계 조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현재 모바일 운영체제의 99%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중국 정부가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지고 홍멍OS를 본격적으로 밀기 시작한다면 과연 다른 중국 스마트폰 빅 플레이어들이 따라가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산업 발전 방향을 궁극적으로 결정짓는 최정 결정권자는 중국 정부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좋든 싫든 중국 정부의 방향대로 움직일 것이다.


중국 내 다수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만약 홍멍을 따라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중국과 미국을 양극으로 하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양극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삼성도 자신만의 운영체제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조성하지 않는 이상 결국 이 양극화에 탑승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향 제품은 홍멍OS, 미국향 제품은 안드로이드로 말이다.


홍멍은 글로벌 점유율 16%라는 생사를 가름하는 선을 돌파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다. 이미 화웨이 2016년 스마트폰 제품들도 전부 현재 홍멍OS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설계해놓았고 각종 언론 매체와 왕홍들도 전부 화웨이의 홍멍OS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화웨이는 2021년 연말까지 홍멍OS를 탑재한 전자기기의 수량이 3억 대 이상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그중 2억대 이상이 될 것이고 제삼자의 파트너사의 전자기기가 1억대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하단은 화웨이 홍멍OS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영문 자막이 딸려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을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TBho5yeks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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