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는 소비를 위해서는 열심히 모아야 한다는 것을.
외벌이 3인 가족인 우리는 23년도 1년간 2,300만 원을 모았다.
3인 가족 식비 45만 원으로 살며, 주담대 갚는 것 제외하고 저축률은 45-50% 가까이했다.
힘들었다. 지치기도 했다. 그러나 목표가 있었다. 종잣돈을 모아야 어떤 순간이 왔을 때 그게 더 좋은 환경으로 이사 가는 것이든 뭐든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1년간 외벌이로 2,300만 원의 종잣돈을 모았고 남편과 나는 목표금액을 모으면 5%는 여행에 쓰자고 했다. 나는 종잣돈 모으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목표가 명확하면 주변의 잡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흔들리진 않았다. 결국 나와 남편이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뚝심 있게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었던 것은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가 올라오는 순간은 많다. 내 아이에게 못 해주는 것만 같고 너무 아등바등 사는 것 같을 때 나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이 목표를 이루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것을 상상하며 묵묵히 하던 대로 했다.
여행을 가면 신라호텔에 묵자고 말했다. 처음 남편 반응은 이 금액을 여행에 쓰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풀빌라를 가도 이 가격이다. 오히려 아기랑 가면 더 편하게 잘 놀다 올 수 있고 열심히 살았던 만큼 여행만큼은 편하게 다녀오자라고 했다. 그 말에 남편은 수긍을 했고 나는 항공권과 제주도 신라호텔을 예약했다.
2박 3일 이틀간의 객실 요금은 116만 원. 평소였다면 절대 쳐다보지도 않을 금액 그러나 이번엔 여행이었고 고생했다는 보상이었기에 기대만 가득했다.
호캉스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정도로 모든 게 다 좋았다. 아기랑 제주도 여행은 처음이어서 걱정도 많았는데 비행기도 잘 타주었다. 아기랑 여행은 힐링과 화남의 연속이었지만 고집쟁이한테 화가 나다가도 자연을 보면 금세 풀리기도 했다.
세심한 서비스에, 왜 이 가격을 지불하는지도 이해가 갔고 지불하는 가격에 이 서비스들이 다 녹아있구나라는 것도 알았다.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난 이 가격에 호텔 서비스를 받는 거라면, 펜션보다 10만 원 정도 비싸다고 해도 호텔을 올 것 같아 돈을 쓰더라도 이렇게 편한 서비스 누리면서 제대로 쓰고 싶다"
조식 중식 수영장 모두 어느 하나 불만족스러운 것이 없었다.
아이와 남편이 잠든 저녁 나는 내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
그리고 내가 엄마인 것이, 내 남편의 아내인 것이 참 감사했다. 감사함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금액을 지불 하며 미래의 소비 지출로 다음 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 다는 것에도 감사했다.
다음날 아침 남편과 테라스로 나가 아침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고마워 묵묵하게 오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잘 벌어다 줘서 고마워"라고.
엄마로서 아내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나를 초라하게 지치게 만들 때도 있었는데 나는 여행을 통해 알았다. 초라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열심히 해내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올해 종잣돈 모으기 목표는 2,400만 원이다. 작년보다 늘어난 저축액으로 인해 다른 데에 쓸 돈이 부족해진다면 저축 먼저 하고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집밥으로 아끼고 그리고 저축으로 모으며 나는 올해도 해낼 것이다. 남편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것을 묵묵히 해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