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폭폭
경만 씨는 빵돌이다. 그의 뇌 속에 빵을 향한 애정이 상시 자리하고 있는지 그저 빵만 보면 좋아 죽는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빵집 중 어지간한 빵맛에 대한 정보는 술술 꿰고 있다. 오죽하면 경만 씨를 아는 지인들 모두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경만아! 니 이 빵 맛 콘텐츠로 유튜버 하면 대박 나겠다"
"그래 맞아! 니 채널 개설하면 내 구독, 좋아요 눌러줄게!"
정작 본인은 별 생각이 없는데 확보된 구독자만 어림잡아 백여 명이 넘는다. 그러나 어디 그게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일단 그는 카메라 조작법도 모른다. 이왕에 하는 것 제대로 문을 열어야지 그까짓 핸드폰 카메라로 대충 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나는 유튜버 입네 티를 내며 카메라로 시선을 끌고 다닐 용기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억지로 카메라에 담긴 내용들을 재미있게 풀어갈 편집 일을 해낼 재간이 없는 경만 씨였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하였다.
"시작도 안 해보고 그 일을 논하는가? 해라! 해보고 나서 되든 안되든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 나중에라도 그 일에 대해 진정성 있는 말을 꺼낼 수 있다"
고심 끝에 경만 씨는 결국 유튜버를 내려놓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끝이 뻔했다. 그리고 경만 씨 말고도 그가 추구하려던 빵에 대한 콘텐츠는 다른 이들의 채널로 이미 차고 넘치는 중이다. 하여 그는 그저 소소하게 유명한 빵맛을 찾아다니며 즐기는 행복에 전념하기로 하였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에 있다. 요맘때는 꼭 먹어줘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대전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딸기시루케익이다.
푸짐한 딸기의 양과 어우러진 꽉 찬 생크림의 조화에 넘치는 가성비는 여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탑오브탑의 맛이다. 그가
대전으로 빵사냥을 떠난다는 말이 주변에서 소란을 피운다.
"야, 경만아! 내가 차비 얹어 줄 테니 내 것도 부탁해"
"야 나도 나두"
출발도 하기 전인데 소란이 행동을 타고 넘쳐난다. 몸은 하나이며 운반할 손은 달랑 두 개뿐인데 주문이 쇄도한다.
경만 씨는 차를 가지고 갈 생각이 애당초 없다. 알다시피 이 유명한 케익을 손에 얻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를 가지고 이 쉽지 않은 일을 수행하려면 일단 주차공간을 확보해야만 하고 또 이를 놔두고 기다란 줄에 합류를 해서 한참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번잡하고 신경이 쓰인다. 해서 차라리 집 앞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출발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홀가분한 출발이 훨씬 좋겠고 그래야 돌아올 때도 별 무리가 없는 여정이 될 듯하였다.
새벽 첫차로 도착한 제과점 앞엔 이미 사람들이 넘쳐났다.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은 오늘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경만 씨가 오늘 챙겨가야 할 케익은 딱 세 개다. 그런데 사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 빵집에 가면 꼭 사 와야 할 빵들이 있다. 그걸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배낭을 준비했다. 케익을 안전하게 운반할 보냉백도 챙겼다. 찬란한 아침해가 머리 위에서 웃고 있는데 케익의 자태는 아직 보여줄 생각이 없다. 분명 시간은 흐르고 케익을 들고 나서는 사람은 많은데 경만 씨는 수 시간째 제자리다. 오늘 살 수는 있는 걸까? 시간은 벌써 점심시간을 향한다. 집 앞으로 가는 버스는 틀렸다. 아무래도 기차를 타야 한다. 서둘러 기차표를 예약했다. 사실 경만 씨는 이 어려운 빵셔틀을 수행한다고 적지 않은 후원금(?)을 받아 챙겼는데 이건 다 뻘짓이었다.잠도 설쳐가며 새벽부터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긴 줄에...케익을 챙겨 양손에, 등에는 배낭 가득 빵들이 뽀시락 댄다.
겨우 기차시간에 맞춰 역에 당도했다. 기껏 한숨을 돌리고 나니 여태 참았던 배고픔이 고개를 들고 나선다. 주변을 살피다가 햄버거집을 포착했다. 남아있는 기차의 출발시간과 햄버거가 경만 씨의 손에 들어와 뱃속으로 구겨져 자리를 잡게 될 시간을 얼추 따져보니 꽤나 합리적이다. 키오스크로 향했다. 자신 있게 오더를 입력하고 한시름 내려놓는다. 순식간에 남아있던 시간이 녹아내렸다. 주문한 햄버거는 어찌 된 일인지 나 올 생각이 없다. 경만 씨의 주문번호를 지나 뒷번호들은 다 뜨는데 이상했다.
"저기요, 내번호만 계속 안 뜨고 뒷번호들만 뜨는데 이거 왜
그런 거죠? 확인 부탁드릴게요"
"그럴 리가요? 잠시만요!"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오더가 진행이 안되었단다. 큰일이다.
이제 정말 출발이 코앞이다.
"저 이거 출발시간 다 되었는데 먹을 수 있나요?"
"네 최대한 해 드릴게요"
햄버거를 가지고 뛴다. 양손에 케익3개와 햄버거에 콜라를 들고 배낭에는 꽉 찬 빵들을 메고 뛰고 뛰다가... 출발하려는
기차의 뒷다리를 잡으려다가 그만... 그만... 넘. 어. 졌. 다.
기차는 야속하게도 그런 경만 씨를 내버려 두고 천천히 약을
올리며 칙! 한껏 웃으며 폭!, 칙칙폭폭 시동을 걸고 움직이고 있었다.
구경만 할걸 괜히 대전에 내려왔다 에이 씨...